산재카르텔 꺼내고 수습 나선 與··· “부정수급 도매금으로 비춰질까 걱정”
오랜 역학조사·산재 환자 아픈 마음 헤아려야”
노조·산재 환자·유족, 산재카르텔 규정 후 성토
“인정 너무 어렵다" “인정 못 받으면 생계 막막”
“소위 산재 카르텔로 부당 보험급여가 누수되고 있다, 나이롱 환자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사라졌다. ”(지난달 26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
“산재 카르텔이 사용될 수 있는 분야는 부정급여 이용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 대부분이다. (산재 환자 전체가) 도매급으로 부정 수급하는 사람처럼 비춰지게 될까봐."(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
일명 산재 카르텔을 처음 꺼내면서 산재보험 제도 개선을 주장한 여당 의원이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산재 카르텔’, ‘나이롱 환자’, ‘혈세 줄줄 샌다’ 등 대통령실까지 나서 산재보험제도가 부정적으로 보일 말들로 산재 환자와 유족을 폄훼했다는 지적이 이어진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산재 카르텔 지적에 고용노동부가 산재보험 운영 기관인 근로복지공단에 대해 특정 감사를 하고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의원은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정식 고용부 장관에 “그때(지난달 국감에서) 제가 산재 카르텔이라고 했는데, 이게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부정하게 급여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며 “(현장에서는 산재승인을 위한) 역학조사가 오래 걸려서 간신히 지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들이) 도매금으로 부정수급하는 사람으로 비춰지게 될까 (걱정이다)"며 “(산재 환자와 유족은) 자존심도 상했고 세월에 대한 보상은 급여로 안 된다, 아픈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이 의원이 지난달 고용부 국감에서 산재보험 제도를 바라봤던 시각과 차이가 크다. 당시 이 의원은 산재 환자 중 나이롱 환자를 지적하면서 복지공단, 공단 운영 병원이 이를 묵인해 산재보험기금 누수가 있다는 식으로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정식 장관에게 복지공단 감사를 요구했고 이 장관도 이를 수용한 상황이다. 이달 13일에는 대통령실도 “조 단위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 못 막으면 건전재정이 무의미하다”고 거들었다. 고용부는 이번 감사 강도를 추가로 높이고 산재 위장 급여 수급, 산재 인정 기준 적정, 보상(요양비, 휴업급여) 수준 적정 등 제도 전반을 살펴보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산재카르텔이 현장이 산재보험 제도를 바라보는 방향과 동떨어졌다는 목소리가 크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21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산재환자 증언대회에는 산재에 대한 정부 인식에 대한 비판과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오동영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부지회장은 13일 대통령실 관계자 보도를 인용하면서 “작업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병원 치료를 받는 산재 환자를 나이롱 환자로 인식한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학교급식일을 하는 정경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장은 “개인이 산재를 입증하는 것은 너무 어렵고 힘들다”며 “내가 빠지면 내 일을 동료가 한다는 생각에 산재신청도 미룬다”고 지적했다.
증언대회 참석자들은 고용부 감사를 두고 되레 현장에서 산재 인정이 어려운 상황을 더 가중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2019년 공공운수노조 실태조사를 보면 16%는 업무 중 다쳤다. 그런데 산재보험 치료는 15.1%에 그쳤다. 68.6%는 자비로 치료비를 부담했다. 2020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11만~13만여명이 산재를 인정받고 있다.
일하다가 뇌종양 진단을 받은 이모씨는 “신청 1년 만에 산재로 인정돼 휴업급여가 큰 도움이 됐다”며 ”우리는 나이롱 환자가 아니다, 존재를 부정하지 마라”고 말했다. 딸의 뇌종양 산재 신청과 인정 과정을 설명한 김모씨는 “2009년 산재 신청 후 여섯 번의 불승인 끝에 2019년 산재로 인정됐다”며 “산재 나이롱 환자 탓에 혈세가 샌다는 말에 산재 가족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내고 혼자 두 아이를 키우는 A씨와 아버지를 추락사고로 잃은 아들 B씨도 생계난을 고인의 유족급여로 이겨냈다고 전했다. B씨는 “대통령실 발언은 유족에게, 치료를 받는 사람과 가족에게도 모욕이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산재보험을 둘러싼 갈등은 더 커질 수 있다. 16일 노무사·변호사·학계 단체 등은 성명을 통해 “아직도 현장에서는 산업재해와 은폐와 미신고가 넘쳐난다, 2013년부터 확인된 산재 은폐건수만 36만건”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산재카르텔 규정 탓에 환노위와 고용부도 갈지자 행보로 비춰지게 됐다. 환노위는 최근 정부가 산재 역학조사 장기화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안을 의결했다. 이 결정은 산재보험의 문제는 나이롱환자가 아니라 높은 산재 인정 문턱이라는 노동계의 주장과 방향이 같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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