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기다리는 마음은 모두가 같다…애타는 이-팔 인질·수감자 가족들
해당 가족들, 최종 명단서 제외될까 노심초사
이스라엘에서도 귀환 인질 50명에 촉각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대규모 인질 및 수감자 맞교환에 합의하자 피랍자 가족들은 최종 석방 명단에 부디 내 부모와 자식, 친구와 지인이 포함돼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증오와 반목을 거듭해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기다리는 애타는 심정만큼은 다르지 않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22일(현지시간) 석방을 고려하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30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하마스로부터 인질 50명을 돌려받는 대가로 억류한 팔레스타인 수감자 150명을 풀어주기로 합의했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이 공개한 명단 중 절반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석방 후보 300명 모두 18세 이하 미성년자 또는 여성으로 구성했다. 이들 대부분은 유죄 판결을 받지 않은 미결수 신분이다. 이스라엘군을 살해하거나 폭력 수위가 높다고 판단되는 수감자는 대상에서 배제됐다. 이스라엘 당국은 석방 대상자들의 혐의도 함께 기재했는데, 뉴욕타임스(NYT)는 자체 분석 결과 3분의 1 가량이 ‘돌던지기’였다고 전했다.
150명의 최종 석방 명단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NYT는 “이스라엘 개인이나 단체가 석방 후보 명단을 확인하고, 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팔레스타인 수감자 가족들은 희망을 품으면서도 혹여 최종 명단에서 제외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지난 8월 이스라엘군에 체포된 18세 청년 우바이의 어머니 피다 아부 마리아는 알자지라와 인터뷰하며 “이스라엘 감옥에서 아들이 구타와 폭행을 당했다고 들었다”며 “아들 건강이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우바이는 체포 당시 이스라엘군이 발사한 총에 맞아 팔꿈치를 심하게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매일 아침 아들의 침대를 정리하고 세탁한 옷을 개면서 기도한다고 밝힌 마리아는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요구르트로 속을 채운 애호박과 초코케이크를 만들어줄 것”이라며 “주변 사람들과 함께 아들을 반기고 싶다”고 말했다.
살라이메씨는 지난 7월 구금된 아들 아마드(14)와 조카 모아타스(15)·모아마드(16)의 송환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는 “이 아이들은 팔레스타인 주민을 모욕하고 도발하는 인근 유대인 정착촌 주민 차량에 돌을 던졌다는 이유로 체포됐다”면서 “수감된 동안 면회 한번 허락되지 않았다”고 NYT에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석방되더라도 축하 행사는 없을 것”이라며 “가자 주민들이 피를 흘린 대가로 석방된 것을 어떻게 축하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가족의 안전한 귀환을 바라는 마음은 이스라엘인도 마찬가지다. 하마스가 석방할 인질은 전체 239명 중 50명에 불과하다. 인질 가족을 대표하는 ‘인질과 실종자 가족 포럼’은 전날 성명을 내고 “일부라도 석방이 임박했다는 점에서 매우 기쁘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현재로서는 정확히 언제 누가 석방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에 추가 정보를 요구했다.
사촌과 그 가족이 인질로 끌려간 이파트 자일러는 CNN에 “애들 엄마와 애들이 인질 협상 명부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희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남부 키부츠 비에리에서 납치된 오피르 엥겔의 이모 야엘 엥길 리치는 NYT에 “축하 전화를 많이 받았지만, 우리는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붕괴 직전에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슈퍼노바 음악 축제에 참여했다가 하마스에 납치된 딸 미아의 어머니 케런은 영국 가디언에 “누가 풀려날지 아무도 모르는 ‘러시안 룰렛’ 같다”며 “미아가 지금 살아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상태에 있는지, 밥을 먹고는 있는지, 잠은 자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너무 끔찍하다”고 호소했다.
이스라엘 인질들의 건강 상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마스에 잡혀간 인질 중에는 고혈압, 당뇨, 심장병과 같은 만성질환을 앓아 의약품이 매일 필요한 이들도 있고, 유방암 수술을 받은 여성도 3명 있다. 어린이 인질은 40명 정도인데 발육부진으로 영양제를 먹는 아이가 있고 생후 10개월 아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 보건 전문가 하가이 레빈 의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인질들은 모두 어두컴컴한 지하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수가 영양실조나 탈수 상태일 수 있다. 일부는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과 일반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보호받고 조용한 장소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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