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LG '2번 포수' 유망주에 4억 썼을까…"양의지 다음이 없다"

김민경 기자 2023. 11. 2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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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김기연 ⓒ LG 트윈스
▲ 양의지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양의지 다음 주전급 포수가 없는 상황이라 만들어야 한다. 육성해 보겠다."

두산 베어스는 22일 비공개로 진행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권 한 장만 써서 LG 트윈스 포수 김기연(26)을 영입했다. 처음부터 포수를 보강할 계획을 세워서 움직였고, 4순위 롯데 자이언츠와 5순위 KIA 타이거즈가 1라운드 지명을 포기하면서 6순위였던 두산이 전체 4순위로 김기연을 뽑았다. 포수로는 전체 1번이었다. 지명 가능한 9개 구단 포수 가운데 가장 기량이 빼어나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두산은 LG에 1라운드 양도금 4억원을 지급한다.

두산은 드래프트 직후 "이번 2차 드래프트에서는 백업 포수 수확에 초점을 맞췄다. 김기연은 군 복무를 마친 젊은 포수로 미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지명했다. 강한 어깨와 안정적인 운영 능력을 갖췄다. 좋은 재능을 보유하고 있기에 경험이 더해진다면 팀에 보탬이 될 선수"라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김기연은 광주진흥고를 졸업하고 2016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34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LG가 한때 '넘버2' 포수로 주목했던 유망주기도 했다. 포수라는 포지션 특성상 육성에 시간이 걸렸고, 지난해 박재욱이 은퇴하면서 정식선수로 등록돼 본격적으로 1군 경험을 쌓아 나가기 시작했다.

올해는 시범경기 활약을 발판 삼아 개막 엔트리에 들며 눈길을 끌었는데,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하고 여름 내내 2군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올 시즌은 28경기에서 타율 0.118(34타수 4안타), 2타점, OPS 0.349에 그쳤다. 2군에서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통산 229경기에 나서 타율 0.259(499타수 129안타), 9홈런, 72타점을 기록했다.

두산은 백업 포수가 간절한 상황이다. 국내 최고 포수 양의지(36)를 지난해 4+2년 152억원에 FA로 영입하면서 안방 보강에 성공했지만, 어느덧 나이 30대 후반인 양의지를 더 가치 있게 쓰려면 체력 안배도 필요하다. 양의지는 지명타자로 뛰면서도 중심타선에 무게감을 더할 수 있는 선수다. 포수와 지명타자로 출전 시간을 적절히 나누기 위해서라도 2번 포수의 존재가 절실하다.

▲ 왼쪽부터 박유연, 장승현, 안승한 ⓒ 두산 베어스

그동안 백업 포수의 수는 많았다. 장승현(29), 안승한(31), 박유연(25) 등이 경쟁을 펼쳤다. 장승현은 수비로는 좋은 평가를 받지만, 공격에서 아쉬움이 컸다. 지난해 60경기에서 타율 0.208(96타수 20안타), 올해 76경기에서 타율 0.158(139타수 22안타)에 그쳤다. 안승한은 양의지 다음 세대로 준비하기에는 나이가 많다. 박유연은 고질적인 무릎 부상 때문에 훈련 강도를 높이기가 어렵다. 2020년 1라운더 장규빈(22), 2021년 8라운더 박성재(21), 2023년 5라운더 윤준호(23)는 아직 다듬을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올 시즌을 마친 뒤 "포수는 수비가 가장 중요하지만, (장)승현이가 2번째 포수로 나갔는데 타율이 1할9푼이었다. 수비로는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부족하다. 포수는 당연히 수비가 중요해도 (타격) 수치를 올려야 한다. 2번째 포수는 백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서 찾으려 한다. 경쟁 체제에서 제2의 포수를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은 김기연이 메기가 돼서 백업 포수 경쟁의 판을 흔들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2번째 포수로 승현이랑 (안)승한이가 있는데, 서로 장단점이 있다. 그걸 보완할 선수를 보강해야 겠다는 결론을 내려서 김기연을 뽑았다. 김기연은 방망이도 좋고, 수비도 안정적이란 이야기도 있고, 어깨도 나쁘지 않다. 경쟁이 필요할 것 같았다. (박)성재는 상무에 갔는데 내년이면 합류할 수 있다. (양)의지 다음 주전이 없는 상황이라 만들어야 한다. 여러 옵션을 갖고 육성해보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박유연이 2번 포수 레이스에서 완전히 빠진 것은 아니다. 두산 관계자는 "포수가 안 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무릎 문제로 강하게 훈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은 맞지만, 본인은 아직 포수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포수 경쟁을 붙여보겠다고 했다.

김기연은 두산 포수 경쟁의 판을 뒤흔들 위협적인 존재로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을까. 두산은 "국내 최고 포수이자 광주진흥고 직속 선배인 양의지가 성장에 큰 도움을 주길 기대한다"는 말까지 덧붙이며 기대감을 보였다.

▲ 왼쪽부터 윤준호, 박성재, 장규빈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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