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고 강한 KT, 스나이퍼 부재가 아쉽다
수원 KT는 시즌 전부터 상위권 후보 중 한팀으로 꼽혔다. 상황에 따라서는 우승도 가능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부산 KCC처럼 압도적 슈퍼팀, 골리앗 군단까지는 아니었지만 포지션별 밸런스, 선수층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라 충분히 욕심을 내볼만한 상황이다. 주축선수들의 대부분이 젊다는 부분 또한 강점이다.
아직까지 단 한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없는 KT가 이처럼 탄탄한 전력을 갖추게 된 것은 신인드래프트의 영향이 크다. 전신 나산 시절 포함 로터리픽만 총 16번이고 그중 1, 2순위는 각각 6번씩인데 2017년을 기점으로 이른바 우주의 기운이 모이기 시작했다. 허훈을 필두로 7년 동안 2019년을 제외하고 모두 1, 2순위가 걸리는 그야말로 잭팟이 터졌다.
해당 기간 내 1순위 3장, 2순위 지명권 4장을 행사하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그렇게해서 허훈, 양홍석(현 LG), 하윤기, 박준영, 박지원, 이두원, 문정현 등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역대로 따져도 이렇게 단기간 내에 드래프트 로터리픽을 쓸어 담은 팀은 KT가 유일하다. 올시즌을 앞두고 양홍석이 FA로 떠났지만 특급 디펜더 문성곤(30‧195.6cm)을 영입하며 빈자리를 채웠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KT의 장점은 핵심선수들의 젊은 나이, 두꺼운 선수층이다. 어지간한 팀 같으면 주전도 가능해 보이는 선수들이 백업으로 대기하고 있을 정도다. 아쉽게도 현재 KT의 성적은 6승 5패로 5위에 머물고 있다. 당초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하지만 아직 시즌은 길다.
선두 DB가 초반부터 워낙 거침없이 치고 나가서 그렇지 2위 정관장과의 승차는 2게임에 불과하다, 연승과 연패만으로도 충분히 바뀔 수 있다, 사실 KT의 본격적인 반격은 지금부터라고 보는게 맞다. 국가대표 포인트가드 허훈(26‧180cm)이 군복무를 마치고 드디어 팀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큰 기대를 모았던 국내 최고의 전천후 디펜더 문성곤도 부상에서 회복해 돌아왔다.
이전 정성우(30‧178cm), 최창진(30‧185cm), 최성모(29‧186.4cm) 등의 구성은 준수한 가드진이었지만 중심을 잡아줄 확실한 게임 리더가 없었다. 이제 허훈이 온이상 KT의 가드진은 더 이상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질적으로는 물론 양적으로도 어느 팀과 비교해도 해볼만하다.
토종 포스트 자원은 KT의 자랑이다. 하윤기(24‧204cm)는 현시점 국내 최고의 빅맨이다. 부상 등 특별한 변수가 없는한 국가대표 주전 센터 계보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좋은 사이즈에 더해 각종 신체능력 테스트를 통해서도 입증됐다시피 토종 최고 수준의 운동능력을 자랑한다. 기본적으로 잘 뛰고 잘 달리며 빅맨이 갖춰야할 기본기가 제대로 탑재되어있다.
외국인빅맨을 상대로도 덩크슛, 블록슛 등 과감한 플레이를 서슴치 않을 만큼 자신감이 넘치는 상태다. 뒤는 각각 2순위, 1순위로 지명된 이두원(23‧204.4cm)과 박준영(27‧195.3cm)이 받친다. 박찬호(27‧201cm)같은 유망한 빅맨 자원이 기회를 못 받고 있을 정도로 뎁스가 두텁다. 김종규, 강상재를 보유한 DB와 더불어 토종 포스트 전력은 투탑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2~3번 스윙맨 전력도 겉보기에는 나쁘지 않다. 프랜차이즈 스타로 크길 바랬던 양홍석을 잡지못한 것은 분명 아쉽지만 블루컬러 스타일로 반등에 성공한 한희원(30‧195cm)에 수비만큼은 국내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문성곤(30‧195.6cm)이 있다. 아시아쿼터를 통해 데려온 필리핀 국가대표 출신 데이브 일데폰소(23‧192cm)도 점차 국내 리그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드래프트 1순위로 데려온 포워드 문정현(194㎝)은 주로 3.5번으로 분류되지만 워낙 다재다능해 1~4번까지 어느 정도 소화가 가능하다. 여러 포지션을 오가며 조커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전천후 자원이다. 이렇게만 놓고 봤을 때 KT는 선수 전력에서는 아쉬울게 없어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단 상위권 경쟁팀들과 비교해 외국인선수에서 아쉬움이 크다. 다재다능한 득점형 포워드 패리스 배스(28‧207cm)와 정통 빅맨 유형의 마이클 에릭(35‧211cm)은 기존 선수들과의 좋은 호흡을 통해 높은 시너지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됐다. 현재로서는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족스럽지도 않다.
1옵션 외국인선수 배스는 11경기에서 평균 21.7점, 4.7어시스트, 9.9리바운드, 1.4스틸, 1.3블록슛으로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무난한 활약을 펼쳐주고 있다. 반면 에릭은 2옵션 노장 외국선수라는 점을 감안해도 만족스럽지 않다. 득점은 둘째 치고 당초 기대했던 포스트에서의 존재감도 미덥지 못하다.
DB를 비롯 정관장, LG, SK 등 상위권 팀들은 하나같이 강력한 1옵션에 준수한 2옵션 외국인선수 조합을 가져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KT의 외국인선수 전력은 경쟁팀들과 비교해 밀리고 있다고 보는게 맞다. 더불어 KT의 아쉬운 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것은 슈터 부재다. 3점슛을 던질 수 있는 선수야 팀내에 많지만 주전으로서 외곽 에이스가 되어줄 적임자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선수 구성상 KT에는 존재감 있는 슈터가 꼭 필요하다. 앞선에서 허훈이 왕성한 활동량으로 내외곽을 휘젓고 다니고 골밑은 하윤기와 외국인선수가 맡는다. 그럴 경우 외곽에서 슈터가 지원사격을 해주면 서로간 시너지효과가 클 수 있다. 선두 DB가 잘되는 것이 그거다. 양쪽에서 고르게 화력이 터지는지라 상대 수비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SK 또한 베테랑 슈터 허일영 등을 중심으로 그러한 연계플레이가 잘된다.
반면 KT의 스윙맨 및 3,5번 라인은 각자가 자신만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 좋은 선수들이기는 하지만 외곽슛에 특화된 선수가 없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발생된다는 혹평이다. 문성곤(평균 1득점, 3점슛 성공없음)은 수비는 최고지만 슈팅 능력이 약점으로 꼽히는 선수 중 한명이며 문정현(평균 2.45득점, 3점슛 0.09개, 성공률 5.88%) 역시 지명 이전부터 이 부분을 보강해야 된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은바 있다.
최근 상무에서 제대한 박준영 또한 팀내 두터운 포워드 라인에서 살아남으려면 외곽슛 장착은 필수이지만 아직은 갈길이 먼 상태다. 많이 쏘는 스타일도 아닐뿐더러 상무 입대 직전 시즌에서는 28경기에서 8.33%에 불과했다. 그나마 가장 나은 한희원(평균 9.45득점, 경기당 3점슛 1.55개, 성공률 32.08%)도 타팀과 비교해보면 아쉬움이 두드러진다.
이는 팀 기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KT는 어시스트(3위), 리바운드(2위), 스틸(1위), 블록슛(3위) 등에서는 상위권이지만 득점은 7위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3점슛 성공(6위)에서 중하위권으로 쳐져있는 부분이 크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상당수 팬들은 드래프트 당시 대학 최고의 슈터로 평가받던 유기상(22‧188cm)을 뽑았어야 된다는 의견도 많다.
실제로 유기상은 올시즌 9경기에서 평균 2.9득점, 1.7리바운드, 1.4스틸을 기록 중인데 특히 3점슛은 경기당 1.7개를 45.5%의 성공률로 꽂아넣고 있다. 슛감에 기복도 적을 뿐더러 10일 KCC전 3점슛 6개(성공률 75%) 성공, 17일 정관장전 3점슛 3개(성공률 100%) 성공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폭발력까지 겸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거기에 수비력까지 좋은 편인지라 허훈의 옆에서 함께한다면 최상의 조합이 되었을 것이다는 평가다. 유기상이 3점슛을 펑펑 터트려 줌으로서 허훈의 돌파력도 더 추진력을 얻을 수 있고 문성곤, 문정현 등도 외곽슛 부담을 상당 부분 더는게 가능해진다. 그리고 자유로워진 그들은 다양한 플레이를 통해 유기상에게 슛 기회를 제공해주면 된다.
물론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더불어 당장은 문정현이 유기상에게 밀리는 듯 보여도 언제 평가가 뒤바뀔지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한가지는 KT가 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외곽 화력이 반드시 함께 해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박상혁 기자,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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