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건보료 체납’ 제도 개선···진료 ‘급여 제한’ 폐지 권고
국민권익위원회가 건강보험료 체납 시 보험 급여 제한을 폐지하고 연대납부 의무 면제 대상을 확대하는 등 저소득 취약계층의 건보료 제도 개선을 관련 기관에 권고했다.
권익위는 지난 6일 ‘저소득 취약계층의 복지 사각지대 방지를 위한 건강보험료 체납 빈발민원 해소방안’을 의결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23일 밝혔다.
권익위는 “저소득 취약계층 상당수는 오랜 기간 가난 속에서 또는 사업 실패로 각종 부채에 시달린 채 생활을 전전하다 건보료 납부 능력조차 없는 상태로 전락하고, 이들 중 일부는 건보료는 물론 각종 공과금과 월세·관리비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건보료 관련 민원은 11만7000여건 접수됐다. 통장 압류·해제 관련 민원이 3만7000건에 달했고 분할 납부, 급여 제한 민원이 뒤를 이었다. 권익위는 “현재 건보료 납부 능력이 없는 저소득 취약계층은 보험료 미납에 따른 독촉 고지와 연체금 가산, 보험 급여 제한, 부당이득 환수, 통장 압류 등의 악순환에 빠져 체납의 고리를 끊고 나오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권익위의 제도 개선 권고는 건보료를 체납하는 저소득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건보료를 6회 체납하면 건보 급여가 제한돼 병원 진료를 받기 어려워지는 ‘건보 급여 제한’ 근거 규정을 저소득 취약계층에 한정해 폐지토록 했다. 대만의 ‘전민건강보험’처럼 전체 건보 가입자로 확대해 체납에 따른 급여 제한 근거 규정을 폐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지역가입자의 ‘연대 납부 면제 대상’ 범위도 확대토록 했다. 현재 편부모 가정위탁 아동, 근로 능력 또는 경제력이 없는 고령자·장애인 등은 면제 대상에서 제외되며 지원 범위가 협소하다. 미성년자의 경우 소득과 재산, ‘부모 모두 사망한 경우’ 등의 면제 자격요건을 폐지하고, 중장기적으로 80세 이상 고령자·장애인 등을 면제 대상에 포함하라고 권익위는 권고했다.
저소득 취약계층에 한정해 휴·폐업 등 부득이한 사유로 건보료 체납액 납부가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면 일정 기간 체납 처분을 유예하는 근거를 신설토록 했다. 체납 건보료 분할 납부 가능 횟수를 24회 이내에서 48회 이내로 완화하는 방안도 권고됐다.
압류 등과 관련한 정보 제공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압류 처분에 앞서 불이익과 분할 납부 등 정보를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안내하도록 의무화했다. 건보 가입자의 자격 사항 변동 내용 등을 전화와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 다양한 수단으로 안내토록 했다.
권익위는 저소득 취약계층의 의료 보장 서비스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건보 부담 능력이 없는 의료급여 수급 자격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건보 ‘차상위 본인 부담 경감 대상’ 자격에서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라고 했다.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은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건보료 관련 저소득 취약계층이 처한 구조적 위기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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