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형 늘봄학교 가보니…"다른 학교 친구와 놀아서 좋아요"
비용 저렴하고, 프로그램 다양해 학생·학부모 모두 "만족"
전국으로 확대하려면 '예산 지원·지자체 협조' 필요
(부산·김해=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1학기 때는 집에서 책을 읽었는데, 이제는 학교에서 친구랑 큐브도 만들고 레고도 쌓고 놀아서 좋아요"
지난 14일 오후 2시 김해시 삼문동 삼문초를 향하는 정지은 양은 벌써 들뜬 표정이었다.
정 양은 삼문초에서 500m가량 떨어진 주석초 2학년 학생이다. 학교 수업이 끝난 후 노란 버스를 타고 집도 아닌, 자기 학교도 아닌, 낯선 삼문초로 향했다.
이곳은 경남에서 운영 중인 거점형통합돌봄센터 '늘봄 김해'의 세 번째 학교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저학년 아이들을 방과 후 맡길 곳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공감을 얻으면서 전국 곳곳에 돌봄 교실이 신설됐다.
교육부는 돌봄 교실이 저학년 위주라는 지적에 따라 방과후 프로그램과 틈새 돌봄을 강화해 '늘봄학교'를 도입했다. 올해부터 8개 교육청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내년에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나아가 과밀지역의 돌봄 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 학교의 아이들을 한데 모아 돌보는 '거점통합돌봄센터'도 도입했다.
거점형통합돌봄센터 '늘봄 김해'의 세 번째 학교인 삼문초에서는 인근 10개 학교 학생들이 돌봄 교실에 참여한다.
1∼4학년이 대상으로, 학기 중에는 낮 12시 30분∼오후 8시, 방학 때는 오전 8시∼오후 8시, 토요일에는 오전 8시∼오후 1시까지 운영한다.
삼문초에서 피아노 수업을 듣는 월산초 2학년 정예원 양은 "월산초에 있는 돌봄 인원이 꽉 차서 여기로 올 수밖에 없었다"며 "산문초에도 친한 친구가 생겨서 좋다. 프로그램도 재밌고 좋다"고 방긋 웃었다.
센터에서는 큐브, 보드게임, 음악놀이 등 돌봄 교실 이외에도 학원보다 저렴한 돈으로 들을 수 있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부산에서도 지역 기관과 연계한 '통합방과후학교'를 운영 중이다.
부산의 통합방과후학교인 '금곡청소년수련관'을 찾아가 보니 수업을 끝내고 셔틀버스를 타고 온 초등학생들이 곳곳에 있는 방과후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수련관에는 수영장, 체육관, 무용실, 헬스장, 체험실 등 다양한 시설이 있었다. 인근 9개 초등학교의 1∼6학년 학생들은 이곳에서 진행되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저렴한 가격으로 수강할 수 있다.
평일은 오후 3∼6시, 토요일은 오전 10시30분∼오후 4시까지 운영된다.
이곳에서 인공지능(AI) 코딩 기술을 이용한 선풍기를 만들고 있던 배준혁(금창초 4학년) 군은 "학교는 방과후학교가 수업밖에 없는데, 여기에서는 다양한 체험할 할 수 있어서 좋다"며 "친구랑 코딩을 하면서 놀 수 있어 재밌다"고 했다.
수영장 앞에서 자녀를 기다리던 신금초 초1 학부모 A씨는 "사설 학원보다 가격이 많이 싸다"며 "시설도 교사도 나쁘지 않고 학원 수업이랑 똑같이 프로그램이 돌아가서 좋다. 차량도 지원된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이밖에 ▲ 아파트·공공기관 등의 유휴공간을 활용한 지역연계 돌봄기관 18곳 ▲ 소규모학교 방과후 순회강사제 ▲ 지역도서관 등을 이용한 24시간 돌봄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돌봄 교실은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불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사들의 경우 수업을 챙기기도 버거운데, 돌봄 업무까지 맡아야 된다고 반발한다.
돌봄 전담사와의 역할 분담이 명확하지 않고, 돌봄 전담 인력의 배치 기준 또한 불투명해 학교 현장에 혼란이 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삼문초 늘봄센터와 부산 금곡청소년수련관은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교사와 늘봄 업무를 분리시켰다.
삼문초 늘봄센터는 학교가 아닌 지역 교육지원청에서 도맡아 관리한다. 교육청이 공개 채용한 돌봄전담사, 기관장이 채용한 청소원 등이 업무를 맡는다. 건물 또한 일반수업 교실과 완전히 분리됐다.
권상윤 삼문초 교사는 "이전에는 교사가 방과후학교 등을 관리하는 일도 맡아 안전사고나 민원 등을 피할 수 없었다"며 "지금은 업무가 분리되고 경감돼 교사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전했다.
부산도 교육지원청이 방과후학교 업무를 맡아서 관리한다. 학부모 민원 등도 교사가 아닌 교육지원청 담당자가 맡도록 하는 등 업무를 분리시켰다.
이처럼 긍정적 평가를 받는 김해와 부산의 모델을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예산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도교육청은 거점형통합돌봄센터 '늘봄 김해'를 지금까지 3개 설립했는데, 적게는 20억원, 많게는 40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운영비만 각각 매년 10억원씩 들어간다.
최진숙 경남도교육청 장학관은 "늘봄 교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남는 학교 시설이 필요하고, 많은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다"며 "설립 요구는 많으나, 교육청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어서 지자체가 같이 하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법률이 제정되고 교육청의 역할이 지정된다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sf@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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