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연립여당 대표 '親中' 행보…"중국측 선전에 이용" 비판도
중일여당협의회 재개 합의, 센다이시에 자이언트 판다 대여도 검토
"'대중 파이프' 살려, 존재감 발휘 의도…中패권주의 심화로 갈림길"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일본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가 중국을 방문해 '일중여당교류협의회'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23일 NHK,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 1박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야마구치 공명당 대표는 베이징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중국 공산당 서열 5위인 차이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회담했다.
차이 상무위원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측근으로, 야마구치 대표는 시 주석 앞으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친서를 전달했다.
두 사람은 일중여당교류협의회의 재개에 대한 의견이 일치했고, 차이 상무위원은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인 센다이시에 자이언트 판다를 대여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생각을 나타냈다.
야마구치 대표는 전날 회담에서 최근 일중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호혜 관계'를 재확인한 점을 들어 "이를 바탕으로 일중 관계가 한층 더 깊어질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중여당교류협의회는 자민, 공명 양당과 중국 공산당의 협의체로 2018년 10월이 마지막이었다. 야마구치 대표는 회담 후 기자들에게 "차이 위원으로부터 협의회를 재개하겠다고 구체적인 언급이 있었다"고 밝혔다. 판다 대여에 대해서는 차이 위원이 의사소통을 심화시켜 서로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마구치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해양 방출에 관해,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 중단 조치의 해제를 위한 양국간 의견 교환을 긴밀히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중국에서 잇따른 일본인 구속에 대해서는 구속 이유의 투명성 향상도 요구했다.
야마구치 대표는 이번 방중을 통해 중일 관계 개선의 흐름을 뒷받침해 양국 정상의 상호 왕래로 이어갈 생각이다. 전날 류젠차오 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장과도 회담을 가진 야마구치 대표는 23일에도 주요 인사들과 만난 뒤 이날 중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그는 전날 베이징 도착 후 기자들과 만나 "(올해는) 일중 평화우호조약 체결 45주년이 되는 해"라며 "지난번 일중 정상회담을 받아 정당외교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야마구치 대표의 이러한 친중(親中) 행보를 놓고 중국의 선전에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야마구치 대표의 방중은 2009년 대표 취임 이후 7번째이자 2019년 8월 이후 4년 만이다.
아사히신문은 "이번에는 시 주석과 회담해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유지해 온 공명당의 존재감을 어필하는 것을 노렸다"며 "기시다 총리와 시 주석이 지난 16일 미국에서 정상회담을 했을 때 확인한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중일 관계'의 구축을 위한 대화를 진전시키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공명당의 야마구치 대표는 22일부터 중국 방문을 통해 당이 오랜 세월 쌓은 '대중 파이프'를 살려, 존재감의 발휘로 연결하고 싶은 생각"이라며 "다만 공명당이 유지해 온 대중 중시 노선은 중국의 패권주의적 움직임을 배경으로 분기점을 맞고 있다"고 짚었다.
요미우리는 야마구치 대표가 차이 위원과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중일 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한 발언을 두고, 중일 관계의 개선에 의욕을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일본 공명당은 중일 평화 우호 조약 발효 45주년을 맞은 올해 방중을 고집해 왔다. 연초부터 방중 의향을 전해 8월 하순의 방중으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으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출에 반발한 중국으로부터 직전 취소됐다.
아사히는 "야마구치는 8월 방중을 예정하고 있었지만, 중국측의 의향으로 연기됐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방출을 둘러싸고, 중국 측이 일본에 대한 비판을 강화하는 시기와 겹쳤기 때문이었다"며 "중국 요인과의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오염수 문제는 평행선에 그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외교소식통은 '방중 연기는 야마구치의 체면 때문이기도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중국 측과의 조율을 계속한 것은 공명당이 역사적으로 중국과 깊은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 창설자로 15일 사망한 창가학회 명예회장 이케다 다이사쿠는 국교정상화 전인 1968년 중일 국교정상화 제언을 발표했다. 이것이 72년의 국교정상화로 이어져, 이케다 본인도 1974년에 중국에서 저우언라이 총리와 회담했다.
1990년대 이후 공명당 대표의 방중은 정착됐고, 야마구치 대표도 2010년 국가부주석이었던 시진핑을 만나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까지 중국을 자주 방문했다.
야마구치 대표는 이번 방중 기간 중 시 주석과의 회담이 성사되지 않은 것을 의식한 듯 "(차이 상무위원은) 시 주석과 가장 가까운 분이고, 실질적인 연결고리를 기대할 수 있는 분과 대화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큰 수확이었다"고 강조했다.
중국 측도 공명당의 친중 활동을 환영하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의사소통과 교류를 통한 중일 관계의 개선과 발전을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중국에 있어서도 대중 관계를 중시하는 야마구치 대표와의 관계는 "최소한, 유지해 둘 필요가 있는 루트(중일 관계 소식통)"로 여겨진다고 요미우리가 보도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공명당이 전통적으로 구축한 친중 노선은 대만 등에 군사적 압력을 강화하는 중국의 행동으로 갈림길을 맞고 있다. 중국에 너무 많이 접근하면 중국 측 선전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어 당 외교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요미우리가 지적했다.
이런 상황을 야마구치 대표도 의식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8월에는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필리핀을 포함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각국을 순방해 당 외교의 균형을 꾀했다. 공명당 한 간부는 "중국과의 대화는 신중하게 계속하면서, 동맹·동지국과의 제휴도 도모해, 지역의 안정에 공헌하는 길을 찾는 수밖에 없다"라고 요미우리에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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