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이 다른 한일 축구, 亞 왕좌 두고 라이벌 분위기 최고조…아시안컵 ‘꿈의 맞대결’ 벌써 기대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영원한 라이벌’ 한국과 일본 축구가 역사상 가장 많은 빅리거를 앞세워 아시아에서 ‘급이 다른’ 행보를 보인다. 아시아 축구 왕좌를 가리는 카타르 아시안컵 개막을 2개월여 앞둔 가운데 벌써 ‘꿈의 대결’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는 이달 201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2연전에서 싱가포르(홈)를 5-0, 중국(원정)을 3-0으로 각각 대파했다. 애초 한 두수 아래 상대로 여겼으나 거친 태클 등 ‘소림 축구’와 떠들썩한 만원 관중을 트레이드 마크로 하는 중국 원정은 여러 강호도 껄끄러워한다. 그러나 한국은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2골 1도움 맹활약을 앞세워 중국을 손쉽게 제압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이번 2연전은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부임 이후 잦은 외유와 K리거 등 국내 리그에서 뛰는 선수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지난달 튀니지, 베트남과 안방 2연전에서 전광판에 클린스만 감독이 소개되자 수만 관중은 “우~”하고 야유를 쏟아냈다. 대표팀 감독이 안방에서 경기하기도 전에 야유 세례를 받는 건 이례적이다. 여기에 그가 부임 이후 초반 5경기에서 무승(3무2패)에 그치면서 조기 경질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최근 5경기에서 ‘19골 무실점 전승’ 성적을 내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여전히 변수가 따르는 주요 포지션 및 플랜B를 두고 K리거 등 분석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따르지만, 최소한 주력 요원을 중심으로 한 플랜A는 신바람을 내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의 장점으로 꼽히는 건 손흥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대표팀 공수 뼈대 구실을 하는 빅리거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주면서 대표팀에서도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끄집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엔 소속팀에서 맹활약하던 유럽파가 시차로 인한 컨디션 조절 실패, 주요 사령탑의 까다로운 전술 등으로 소집 기간이 짧은 대표팀에서 즉각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애를 먹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훈련부터 실전까지 주력 요원을 배려하며 뜻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대스타 출신답게 평상시에도 “아시안컵에서 우승할 것”이라며 호기롭게 목표를 언급, 코치진 및 선수의 방패막이 노릇도 하며 신뢰를 얻고 있다. 한국은 카타르에서 64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노크한다.
하지만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강호 뿐 아니라 한국 못지않은 역대 최강 전력으로 관심을 끄는 라이벌 일본의 존재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나란히 16강에 오르며 아시아 축구 자존심을 살렸다.
그런데 한국이 파울루 벤투 감독과 이별하고 클린스만 신임 감독을 선임한 것과 다르게 일본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연임을 선택하며 ‘연속성’을 뒀다. 자국 지도자가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에서 성공한 뒤 다시 한 단계 전력을 끌어올리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모리야스 감독은 농익은 전술과 선수 기용으로 최근 A매치 8연승을 지휘하고 있다.
이달 월드컵 2차 예선에서도 미얀마(홈)와 시리아(중립)를 모두 5-0으로 제압했다. 특히 연승 기간인 지난 9월 ‘전차 군단’ 독일 원정에서 4-1 대승하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해 월드컵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나란히 2-1로 잡고 조별리그를 통과한 게 결코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일본은 2011년 카타르 대회 우승 이후 13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도전한다.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한국은 E조(말레이시아·요르단·바레인), 일본은 D조(인도네시아·이라크·베트남)에 각각 편성돼 있다. 양 팀이 예상대로 조 1위를 차지한다면 결승에 올라가야 맞대결이 성사된다. 양국 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 축구 팬의 ‘꿈의 매치업’이 될 만하다.
한국과 일본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세계적인 수준의 빅리거가 핵심 포지션을 책임지고 있다. 만화에나 나올법한 경쟁 구도다. 한국 공수를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울버햄턴), 이재성(마인츠) 김민재 등이 지탱한다면 일본은 아사노 다쿠마(보훔),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 도안 리츠(프라이부르크), 미나미노 다쿠미(AS모나코), 가마다 다이치(라치오), 도미야스 다케히로(아스널)가 존재한다.
한국과 일본 최정예 멤버간의 맞대결은 12년 전 아시안컵(일본 승부차기 승)이 사실상 마지막이었을 정도로 오래됐다. 과연 아시아 최고 권위의 국가대항전인 아시안컵에서 역대 최강 전력의 한일전이 펼쳐질지 지켜볼 일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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