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에도 아침이 와요',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드라마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언젠가부터 OTT 플랫폼은 장르물의 천국으로 여겨졌다. 그럴 만도 했다. 태생부터 이미 미디어를 선점하고 있는 '레거시 미디어' 지상파 TV들과 경쟁해야 했던 각국의 OTT 콘텐츠들은 기존에 나오지 않은 이야기들을 해야 했다. 그랬기에 수위도 높아지고, 표현도 격해졌다. 이러한 극과 극의 감정은 가족드라마나 휴먼드라마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살인범이 등장하고, 조직끼리의 세력다툼이 존재했으며 기이한 성격과 상황이 등장했다. 심지어는 가공의 존재, 다른 세계도 나오는 판타지물로도 발전했다.
이렇게 장르물의 파고가 높은 상황에서 어쩌면 우리는 가장 곁의 이야기를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넷플릭스에서 지난 3일 공개한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병동)은 정신없는 곳에서 어지러워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나타나 어깨를 어루만지고 두 손을 잡아주며 안심을 시켜주는 듯한 드라마다.
연출자는 MBC에서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와 '더킹 투하츠'를 연출했고, 넷플릭스에서는 이미 지난해 '지금 우리 학교는'을 연출해 '학원 좀비물'이라는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이재규 감독이다. 이미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도 극 중반 눈이 내리는 학교의 옥상에서 친구들이 손을 잡고 모여앉아 모닥불을 보면서 마음을 나누는 감성적인 장면을 넣었던 이 감독은 이 작품에서 자신의 장기를 더욱 자랑하고 있다.

드라마의 틀은 비교적 단순하다. 어쩌면 '지루하다'는 평가가 나올 법하다. 명신대학교병원이라는 가상의 공간 정신과병동에서 내과 3년 차에 전입을 해온 정다은(박보영)이라는 간호사가 겪는 성장기다. 정다은은 내과에 있을 당시부터 환자의 상황보다는 마음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동료 간호사들에게는 민폐였지만 어쩌면 정신과가 맞겠다는 판단을 받아온 인물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는 다른 병동과는 뭔가 다른 정신병동의 행동양식을 익히고,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마음을 세심하면서도 신중하게 들여다본다. 그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기도 하고, 이로 인해 정신병동 간호사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 아이러니한 슬픔을 겪기도 하지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온다'는 제목의 의미처럼 새 아침의 희망과 함께 조금씩 자신을 일으키는 법을 배워간다.
굳이 시나리오나 설정 등을 볼 때는 훈훈한 휴먼드라마. 지상파의 틀이 더 어울릴 것도 같다. OTT 플랫폼의 드라마들은 이른바 '엣지' 뭔가 예리한 면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거듭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따뜻하지만 굉장히 힘들고 불편한 내부를 만날 수 있다.

드라마는 단지 정신병동 환자들의 예후나 의사, 간호사들의 바쁜 업무에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환자 하나하나의 사례에 집중해 이를 마주하는 정다은의 리액션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이 마음의 병을 얻은 이유에서 한국사회에 만연한 고름, 어쩌면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절절하게 이해할 수 있는 코드들이 등장한다.
1회의 환자 오리나는 자신의 욕망을 딸에게 투영하는 어머니 때문에 조울증 환자가 됐다. 결국 그의 병 원인은 엄마의 욕망이었다. 조달환이 연기한 2회의 김성식은 상사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한다. 그는 스스로를 경멸하고 혐오할 정도로 자존감을 낮추고 나서야 상사의 비난을 벗어날 수 있었다.
4회 취업준비생 정하람(권한솔)의 에피소드부터는 본격적으로 한국사회가 가진 구조적인 모순에 접근한다. 정하람은 취업준비생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취업과 자존감을 쟁취할 수 없는 청년들의 좌절을 상징한다. 그는 원서를 낸 회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에게 전 재산을 뺏기고 그 충격으로 망상에 빠진다.

4회가 대한민국 취업준비생들의 고통을 일깨웠다면 5회 워킹맘 편에서는 권주영(김여진)과 박수연(이상희)의 사례를 통해 아이에게 잘해주고 싶지만 스스로의 자격을 계속 되묻는 대한민국 엄마들의 고통을 다뤘다. 이러한 케이스는 주변에 너무나 많기에 본격적으로 이 회차부터 극에 빠졌다는 사람들도 많다.
6회에서는 1회부터 정다은과 친밀감을 형성했던 김서완(노재원)의 삶이 다뤄진다. '공시족'으로 설정된 그는, 각종 시험을 통한 무한경쟁에 내던져진 영혼의 파괴과정을 보여준다. 결국 그의 선택은 정다은의 인생에도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정다은은 정신병동을 돌보는 간호사로서 우울증에 빠지고 만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갖은 사고, 뉴스에서는 가해자들의 잘못이 도드라지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가족과 친구, 동료의 상실로 고통받는 수십, 수만의 피해자들이 있다. 정다은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를 겪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은 이러한 경험이 있는 사람 누구에게나 공감을 사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끄집어내게 한다.

드라마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정신과 질환들은 사람이 태생적으로 얻었다기보다는 다분히 한국적인 상황에서 겪을 수 있는 많은 사례를 일반화시켰다. 그렇기에 오히려 해외에서는 공감을 잘 못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해외의 반응은 "왜 저렇게 시험에 매달리는 거야" "왜 엄마가 자신의 인생보다, 딸의 인생을 위하는 거야" "그런 상사에게 멸시받을 바에는 그만두는 게 낫지 않아?" 등이 많다. 문화권에 따라 결코 이해될 수 없는 한국인만의 고통인 셈이다.
'정신병동'은 훈훈한 이야기로 보이지만 그 안에서 삐져나오는 고통의 현실감은 꽤 생생해 많은 사람들의 기억을 소환한다. '따뜻하지만 불편한' 드라마인 것이다. 불편함으로 나오는 그 긴장감, 고통이 선사하는 이질적인 느낌은 결국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가 이 작품의 '엣지'로 택한 것이다. 드라마는 인간애에 비롯하고 있지만, 그 너머로 결코 치유될 수 없는 한국사회의 병폐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기에 무언가에 쫓기거나, 사건과 사고가 나오는 데서 받는 긴장감과는 다른 종류의 긴장이 온다. 양가적인 감정이 교차하며 찾아오는 안도 또는 불안의 이미지. '정신병동'을 단순한 휴먼드라마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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