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사무총장 “미래 통화시스템에 기관용 CBDC 필요…한은 ‘디지털원’, 통합원장과 일치”

한은 ‘CBDC와 미래 통화시스템’ 세미나 기조연설
“미래 통화시스템, 화폐 및 자산 토큰화 필요”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중앙은행들의 협력을 돕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수장이 미래 통화시스템에 기관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은행이 진행 중인 CBDC 프로젝트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아구스틴 카스텐스 BIS 사무총장은 23일 한은에서 ‘CBDC와 미래 통화시스템’을 주제로 열린 초청 세미나에 참석해 미래 통화 시스템의 비전과 과제를 제시했다.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현재 금융 시스템은 파편적으로 존재하면서 기존의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약간씩 수정해 덧대는 식으로 발전해 온 방식에 따라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며 금융시장과 금융서비스와 관련된 각종 거래 및 운영을 하나로 묶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를 프로그래밍 가능한 공통 플랫폼, 즉 ‘통합원장’으로 가져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원장은 금융시스템의 다양한 구성 요소가 원활하게 함께 작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로, 통화시스템을 다른 자산들과 결합시켜 자산 거래 시 즉시 지급, 청산 및 결제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통합원장의 세 가지 주요 구성 요소는 디지털 화폐, 디지털 자산, 디지털 인프라다. 그리고 이들 요소가 함께 작동하기 위해 돈과 자산을 프로그래밍 가능한 원장에 디지털 형태로 기록하는 ‘토큰화’가 필요하다.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금융시스템에서 효과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토큰화를 구현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화폐의 토큰화를 꼽았다. 그는 “미래 금융시스템은 토큰화된 중앙은행 화폐, 즉 기관용(wholesale) CBDC와 토큰화된 상업은행 예금을 필요로 한다”며 “기관용 CBDC는 시스템 전체의 구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토큰화된 예금은 프로그래밍 가능성과 조합가능성이 추가된 주요 결제 수단으로서 상업은행 통화의 장점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폐의 토큰화를 넘어 정부채, 주식, 부동산 등기부 같은 다른 금융 및 실물 자산에 대한 청구권을 토큰화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은의 CBDC 프로젝트 ‘디지털원(Digital Won)’에 대해 미래 통화시스템의 비전과 잘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디지털원의 중심에는 기관용 CBDC가 위치하고 있으며 규제를 적용 받는 은행시스템이 토큰화된 예금을 통해 공통원장에 참여하게 된다.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디지털원에는 화폐원장과 상호작용하는 연계 플랫폼이 포함되는데, 다양한 활용 사례의 적용이 가능해 플랫폼이 시장 발달에 보다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이러한 연계 플랫폼의 존재가 요소들이 서로 원활하게 통신하는 한 통합원장의 개념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앙은행, 금융당국, 민간부문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미래 통화시스템은 그 중심에 기관용 CBDC가 필요하며 토큰화된 상업 은행 화폐와 다른 토큰화된 자산으로 보완돼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화폐와 자산들은 공통의 디지털 인프라에 결합돼야 한다”면서 “통합원장은 미래 통화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있어 ‘북극성’ 같은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와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이날 대담을 통해 CBDC 관련 기술적·제도적 이슈 및 미래 통화 시스템 구현 과정에서의 주요 고려 사항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방한 기간중 정부 및 금융계 고위 인사들과 면담하고 국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 등을 방문한 후 홍콩에서 개최되는 ‘BIS 특별총재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은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CBDC 활용성 테스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은행권과의 테스트를 거쳐 내년 4분기에는 일반 국민 참여 테스트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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