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궤도 안착 ②신호 송출 ③사진 전송... 北 위성 성공 위한 3개의 관문
北 "발사 성공" 주장하지만 증명 어려워
북한이 21일 발사한 이른바 ‘군사정찰위성’의 성패를 두고 이견이 분분하다. 발사 당사자인 북한은 당연히 발사 성공을 공언하고 있지만 ‘성공’에 대한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우주 궤도에 진입했다고 해서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기는 섣부르다.
특히 새로운 군사정찰위성에 민감한 한미일 3국의 평가기준은 북한의 기준보다 훨씬 엄격하다. 북한의 주장과 한미일이 인정하는 위성의 성능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양측의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냉전시절 미국과 소련 사이 펼쳐진 이른바 ‘스페이스 레이스’보다도 첨예하게 맞붙을 이슈다.
북한은 22일 전날 쏜 최초의 정찰위성 '만리경 1호' 3차 발사가 성공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예정된 비행 궤도를 따라 정상 비행해 발사 후 705초 만에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발표대로라면 발사 성공이다. 다만 이를 곧이 믿기는 어렵다. 정찰위성은 발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주 궤도에 안착하고 △신호를 안정적으로 송출해 기지국과 쌍방향 교신하고 △위성 촬영 사진이 군사적으로 유용한 해상도를 갖추는 3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위성을 우주로 올리고, 지구와 교신하더라도 위성사진이 쓸모없으면 우주 쓰레기와 다름없다. 북한이 강조하듯 ‘군사정찰’ 목적의 위성이라면, 정찰 결과를 지상에 온전히 전달할 수 있어야 성공으로 볼 수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일단 말을 아끼면서도 이날 오후 "북한의 정찰위성이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날 오후 "북한이 11월 21일 발사한 소위 '군사정찰위성'은 비행 항적 정보와 여러 가지 정황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위성체는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다만 "위성체의 정상작동 여부 판단에는 유관 기관 및 한미 공조 하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여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반면 일본은 회의적이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북한이 위성 발사 성공을 선포한 22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현시점에서 지구 주회궤도에 위성 진입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 고위 관계자는 “발사가 실패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근거는 이렇다. 일본 방위성 관계자는 “위성이 궤도에 투입될 경우 일반적으로 약 1시간 반마다 지구를 한 바퀴 돌지만 22일 오전 현재까지도 궤도 투입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며 “궤도에 투입되더라도 위성으로서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지상과의 통신 등이 필요해 방위성이 계속 정보를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은 “미국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히면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해 “분석 중”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정찰위성 궤도 진입 성공 발표와 관련한 질의에 “그러한 평가에 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미국 정부 내부에서 여전히 (분석을)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판단을 유보했다.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해 “우리가 그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성공 여부는 여전히 평가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과거 사실상 실패한 위성에 대해 ‘성공’을 선포하며 기만전술을 구사한 전례가 적지 않다. 이번 위성 발사의 성패를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북한은 1998년 8월 백두산 로켓에 실어 우주로 발사한 광명성 1호가 위성 궤도 진입에 실패한 상황에서도 ‘김일성 장군의 노래’ 등을 모스 부호로 전송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 때는 위성체가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서방의 어떤 국가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 당국도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성패를 단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 소식통은 “성패의 기준은 입장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북한이 선전매체를 통해 ‘발사 성공’을 천명했지만 이는 북한의 입맛에 맞는 정황만 취사선택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북한이 위성 촬영 사진을 공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북한은 발사 이튿날인 22일 오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정은 동지께서 11월 22일 오전 9시 21분에 수신한 태평양지역 괌상공에서 앤더슨공군기지와 아프라항 등 미군의 주요군사기지구역을 촬영한 항공우주사진들을 보시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동지께 정찰위성 '만리경-1호'가 7~10일간의 세밀조종공정을 마친 후 12월 1일부터 정식 정찰임무에 착수하게 된다고 보고드렸다"고 전했다. 다만 증거 사진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발사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에 군사정찰위성 시험체를 탑재했다며 서울과 인천 지역이 찍힌 흑백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북한은 “20m 분해능(해상도) 촬영기와 영상송신기 등을 설치한 위성시험품이 탑재됐다”며 이들 장비로 사진을 찍었다고 전했다. 군사용으로 사용하기에 한참 모자라는 성능이다. 이번에도 북한은 군사용 미사일이 아닌 위성 발사용 로켓을 쐈다고 주장하지만, 발사 성공을 인정받으려면 위성 촬영 사진부터 내놓고 국제사회의 검증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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