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뻥튀기 상장’에 논란 휩싸인 기술특례상장... 전문가들 “기술 성과 공시 마련해야”

문수빈 기자 2023. 11. 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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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억 벌겠다더니 반년간 4억 번 파두
파두 쇼크에 기술특례상장 기업들 재조명
“당국·거래소, 기술 성과 관련 공시 발전 시켜야”

반도체 회사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 회사의 기업공개(IPO) 방법인 ‘기술특례상장’도 덩달아 비판받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이란 이익을 내고 있진 않지만 기술의 혁신성 등을 인정받았을 경우 코스닥·코넥스 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제도다.

기술특례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이 당초 내건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일각에서는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도입 취지가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는 것인 만큼, 아예 없애는 것보다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특례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공시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순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이 지난 7월 6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찾아가는 기술특례상장 설명. 상담 로드쇼'에서 인사말하고 있다./한국거래소 제공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술 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려는 기업은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기술성을 평가받아야 하는데, 이때 드는 비용은 1500만원 수준이다. 통상 2개의 전문평가기관에서 A등급과 BBB등급 이상의 평가를 획득해야만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원래라면 상장하지 못했을 기업이 약 3000만원을 들여 기술 평가를 받고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거두는 것이다.

실제 기술성장기업은 일반적인 기업보다 상장 허들이 더 낮다. 일반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하려면 ▲시가총액 500억원+매출 30억원+최근 2사업연도 평균매출증가율 20% 이상 ▲시총 300억원+매출액 100억원 이상 ▲시총 500억원+주가순자산비율(PBR) 200% ▲시총 1000억원 ▲자기자본 250억원 등의 요건 중 1가지만 충족하면 된다. 이렇다 할 매출과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시총 1000억원을 맞춰야 상장할 수 있다.

코스닥 시장 상장 요건

하지만 기술성장기업은 시총이 90억원만 돼도 상장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가 기술성장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기술신용등급은 AAA-AA-A-BBB-BB-B-CCC-CC-C-D로 구분되는데, 기술성장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두 군데의 전문평가기관에서 A등급(기술사업의 부실화 가능성이 낮고 기술신용상태가 우량한 수준), BBB등급(기술사업의 부실화 가능성이 낮으나 시장환경에 따라 영향받을 수 있음)을 받으면 된다.

문제는 상장 이후다. 미래를 보고 상장한 만큼 상장 후 관리가 뒤따라야 하는데, 공시가 더 엄격한 것은 아니다. 공시는 기업의 상황에 대한 정보라서 시장 참여자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기초로 삼는 근거인데, 현행 규정상 어떤 방식(트랙)으로 상장했든 공시 의무는 같다.

상장사의 공시 의무는 사업보고서와 같은 ‘정기 공시’, 기업의 영업활동 중 투자자에게 알려 할 내용인 ‘수시 공시’, 풍문·보도가 나왔을 때 사실인지 확인하는 ‘조회 공시’, 상장사의 자율적인 판단으로 하는 ‘자율 공시’ 등 크게 4가지다.

기술로 상장해 상대적으로 실적이 미미한 기술특례기업과 건실한 재무구조를 갖춰 상장한 기업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다. 이는 코스닥 기업 특성상 공시 업무를 맡을 인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 고려된 처사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특례상장 기업의 주가는 기술 개발의 성공 여부에 따라 크게 등락할 수 있기에 이들 기업엔 좀 더 무거운 공시 책임을 부과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특례상장 기업의 성과 분석과 시사점’을 통해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기술 성과에 관한 공시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특례상장 기업들의 공시 위반이나 불공정거래의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기술성 평가의 역량과 투자자 보호가 강화된다면 특례상장제도는 코스닥 시장에서 더욱 중요한 상장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당초 올해 말까지 구축할 예정이었던 주관사(증권사)별 기술특례상장 건수, 수익률 정보 등 공시 시스템은 내년으로 밀렸다.

지난 17일 한국거래소는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 방안이 시행되는 시점에 공시 시스템도 업그레이드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빨라도 내년 초에야 기술특례상장 주관사에 대한 손 쉬운 비교를 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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