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실전 등판 없는 투수에 2억 썼다, LG 왜 NC 육성선수에 도박 걸었나

신원철 기자 2023. 11. 2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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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드래프트에서 LG의 지명을 받은 이종준. ⓒ NC 다이노스
▲ 차명석 단장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LG의 2차 드래프트 전략은 단순했다. 선수 유출은 감수하고 있었고, 지명은 조심스러웠다. 세 장의 지명권 가운데 단 1장만 썼는데 그 대상이 의외다. NC의 9라운드 지명을 받고 현역으로 병역 의무를 해소한 투수 이종준을 선택했다.

LG 트윈스는 22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선수 4명을 내주고 1명을 영입했다. 유출 선수가 대부분 1라운드에 뽑혀 나갔다. 대신 지명권은 1장만 썼다. 1, 2라운드는 패스하고 3라운드에 육성선수 신분인 NC 다이노스 투수 이종준을 지명했다. 3라운드 선수의 양도금은 2억 원이다.

1라운드 2순위에 투수 이상규(한화 이글스), 3순위에 투수 최성훈(삼성 라이온즈), 4순위에 포수 김기연(두산 베어스)이 이적했다. 2라운드 7순위 투수 오석주(키움 히어로즈)까지 빠르게 4명의 유출 제한에 걸리면서 양도금만 15억 원(1라운드 4억 원, 2라운드 3억 원)을 얻게 됐다.

첫 2라운드를 패스한 이유는 의무 등록 일수 때문으로 보인다. 2차 드래프트 1~2라운드 선수는 지명 후 2년 안에 의무 등록 일수를 채워야 한다. 1라운드는 50일, 2라운드는 30일 이상이다. 의무 등록 일수가 부담돼서인지 LG를 포함해 절반에 가까운 4개 구단이 1라운드 지명을 패스했다.

▲ 2차 드래프트로 LG에서 이적한 한화 이상규, 삼성 최성훈, 두산 김기연(왼쪽부터). ⓒ 스포티비뉴스 DB
▲ 오석주 ⓒ곽혜미 기자

이렇게 선택한 이종준은 즉시 전력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선수다. 2001년생 오른손투수로 키191㎝ 몸무게 93㎏의 뛰어난 체격 조건을 자랑한다. 단 지명 순위는 높지 않았다. 2020년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 81순위에 선발됐고, 첫 시즌에는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2021년 8경기 3승 무패 19⅔이닝 비자책 1실점을 기록한 뒤 현역으로 병역 의무를 짊어졌다. 올해 전역해 가을 교육리그에 출전했고, 여기서 상대 팀으로 만난 LG 퓨처스 코칭스태프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LG 차명석 단장은 "퓨처스 팀의 추천이 있었다"고 밝혔다.

LG 구단 측은 이종준 지명에 대해 "키가 크고 시속 140㎞ 중후반의 빠른 구속을 가진 오른손 정통파 투수다. 병역의무를 해결했고,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키 크고 공 빠른 투수. LG의 최근 신인 드래프트의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2019년 드래프트에서 선발한 상위 3라운드 선수가 1차지명 이정용이 186㎝, 1라운더 이상영이 192㎝, 2라운더 정우영이 193㎝다. 잠재력을 보고 뽑는 하위 라운드 지명 투수들의 경우에는 이런 기조가 더욱 두드러졌다. 2024년 드래프트에서 선발한 8라운더 투수 김종우는 187㎝, 9라운더 투수 강석현은 185㎝다. 2023년 드래프트 7라운더 허용주는 키가 194㎝나 된다. 같은 해 5라운더 원상훈도 192㎝ 장신이다.

▲ 2023 2차 드래프트 결과 ⓒ KBO

2차 드래프트는 정규시즌 종료일 기준으로 보호선수 35명과 자동 보호 대싱을 제외한 소속 선수, 육성 선수, 군보류 선수를 대상으로 한다. 입단 1~3년차, 당해연도 FA, 외국인 선수는 자동 보호 선수로 분류된다. 1위부터 7위까지는 3라운드까지 지명권을 갖고, 8위부터 10위는 5라운드까지 지명할 수 있다.

한 구단에서 데려갈 수 있는 선수는 4명으로 제한된다. LG와 NC, SSG 랜더스는 4명의 제한을 모두 채웠다. 제한이 없었다면 더 많은 선수가 빠져나갔을 수도 있다. KIA 타이거즈가 3명, 두산과 키움이 각각 2명, 삼성과 한화, kt 위즈가 각각 1명을 내줬다. 롯데 자이언츠에서는 유출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선수를 지명한 팀은 라운드별 양도금을 원소속팀에 전달해야 한다. 1라운드 4억 원, 2라운드 3억 원, 3라운드 2억 원, 4~5라운드는 1억 원의 양도금이 설정됐다. 2차 드래프트로 이적한 선수는 1년 동안 트레이드할 수 없고 FA 보상으로도 이적할 수 없다.

해당 선수가 한 시즌 부상자 명단에 30일 이상 오르는 예외를 제외하고, 2년 내 기준을 채우지 못하면 두 번째 시즌이 끝난 뒤(이번에는 2025년) 원소속팀으로 복귀하거나 자유계약선수로 공시된다. 원소속팀에 복귀하면 해당 팀은 양도금 50%를 반환해야 한다. 원소속팀이 선수 복귀를 원하지 않으면 자유계약선수가 된다. FA가 아니라, 방출 선수와 같은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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