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억, FA 클로저들의 기준점 됐다…불펜 시장가 어떻게 형성될까

김민경 기자 2023. 11. 2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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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덕주(왼쪽)와 홍건희 ⓒ 곽혜미 기자/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 김재윤(왼쪽)과 이종열 단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올겨울 FA 시장이 열리고 처음으로 불펜 투수 계약 소식이 들렸다. kt 위즈 마무리투수였던 김재윤(33)이 22일 삼성 라이온즈와 4년 총액 58억원 계약서에 사인했다.

역대 불펜 FA 최고액은 2015년 시즌 뒤 정우람(38)이 기록했다. 당시 정우람은 한화 이글스와 4년 84억원에 계약했다. 정우람이 작성한 최고액은 8년이 흐른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삼성이 김재윤에게 안긴 58억원은 불펜 FA를 기준으로 삼으면 꽤 큰 금액이라 볼 수 있다.

해외파인 김재윤은 2015년 신생 구단 kt에 특별 지명(13순위)을 받고 KBO리그에서 새롭게 커리어를 쌓아 나갔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9시즌 동안 단 한번도 이탈하지 않고 불펜을 지켰다. 해마다 40경기 이상을 뛰었고, 2020년부터는 해마다 60이닝 이상을 책임진 마무리투수였다. 481경기에 등판해 44승, 169세이브, 17홀드, 504⅔이닝,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한 결과 58억원을 품을 수 있었다.

이제 58억원은 다른 불펜 FA들의 기준점이 됐다. 이번 FA 시장에는 김재윤 외에도 함덕주(28), 홍건희(31), 오승환(41) 등 필승조로 중용됐던 불펜이 대거 풀렸다. 김재윤의 커리어를 뛰어넘는 투수는 400세이브를 자랑하는 오승환뿐이지만, 나이가 큰 걸림돌이다. 오승환은 단기 계약을 진행할 가능성이 커 고액을 기대하긴 힘들다. 일단은 원소속팀인 삼성이 오승환 잔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사는 함덕주와 홍건희의 몸값이다. 함덕주는 20대 후반인 나이와 갈수록 귀해지는 왼손 투수인 게 큰 장점이다. 함덕주는 원주고를 졸업하고 2013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해 2020년까지 필승조로 활약했고, 2018년에는 구단 좌완 역대 최다인 27세이브를 달성하면서 입지를 다졌다. 그립이 특이한 체인지업을 장착하면서 큰 효과를 봤고, 함덕주에게 따로 체인지업을 배우는 투수가 갈수록 많아질 정도로 구종 가치도 빼어났다.

함덕주는 2021년 트레이드로 LG 트윈스에 이적하자마자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하는 바람에 초반에는 아쉬움을 샀지만, 올해는 다시 전성기 기량을 되찾았다. 57경기에 등판해 4승, 4세이브, 16홀드, 55⅔이닝, 평균자책점 1.62로 맹활약하면서 LG가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 함덕주 ⓒ곽혜미 기자
▲ 두산 베어스 투수 홍건희 ⓒ 곽혜미 기자

홍건희는 2020년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두산에 오면서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2011년 2라운드로 KIA 타이거즈에 입단해 두산으로 이적하기 전까지 만년 유망주로 남아 있었다. 공은 빠르나 제구가 안 된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두산에서 투수 친화적인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180도 다른 투수가 됐다. 두산 전력분석팀의 제안으로 하이패스트볼을 적극 활용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홍건희는 두산에서 4시즌 통산 237경기에 등판해 12승, 44세이브, 39홀드, 254⅔이닝,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했다.

홍건희는 두산 불펜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자리를 잡았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홍건희는 두산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고, 불펜 투수 가운데 이닝 1위에 올랐다. 이적 2년째였던 2021년부터는 투수 조장을 맡을 정도로 구단 내부 평가가 좋았다.

순수하게 기록만 살펴보면 함덕주와 홍건희가 김재윤의 몸값을 넘어서긴 힘들어 보인다. 함덕주는 어린 나이를 어필할 수는 있겠지만, 부상으로 2021년과 지난해 2년 연속 고전했던 과거까지 지우기는 어렵다. 등판이 잦은 불펜 투수의 특성을 고려하면 몸 상태는 더더욱 중요한 요소다. 홍건희는 올 시즌 초반까지 마무리투수로 페이스가 좋았지만, 후반기 들어 페이스가 뚝 떨어진 게 걸린다. 필승조로 커리어를 쌓은 기간도 김재윤과 비교하면 짧은 게 사실이다. 홍건희는 A등급이라 B등급인 함덕주보다 보상 부담이 큰 것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도 수요가 많으면 자연히 몸값은 오른다. 함덕주는 원소속팀이 LG와 좌완 불펜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두산을 비롯해 불펜 보강이 절실한 팀들이 노려볼 만한 카드다. 홍건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원소속팀 두산이 내부 FA 잔류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영입전에 참전하는 팀이 나오면 홍건희의 가치는 자연히 더 올라간다.

변수는 kt다. 김재윤을 삼성에 내주면서 외부 FA 불펜 보강을 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2차 드래프트로 삼성에서 풀린 베테랑 우규민을 영입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통산 759경기, 82승, 90세이브, 106세이브를 기록한 우규민을 저렴하게 데려오면서 외부 FA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다. kt는 일단 내부 FA 투수 주권을 단속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일단 함덕주와 홍건희는 kt 외에도 불펜 보강이 절실한 팀이 나타나길 기다려 봐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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