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기업들 적자 2조…尹정부, 선거 무서워 개혁 못하나[채수환 칼럼]
공기업 개혁은 왜 머뭇거리나
비리만 들춘다고 개혁 안된다
英대처나 日고이즈미 처럼
통폐합·민영화로 해법 내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얼마전 국정감사때 “얼굴을 못 들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법인카드 유용, 부당 주식거래자 승진, 협력사 대표 폭행... 산하 공공기관에서 비위들이 줄줄이 적발됐다는 질타를 받았을 때다. 남부발전 직원들은 사택단지를 활용해 신종 알박기 투자를 했고, 도로공사는 신청사에 호화 수영장을 짓고 수억원대 누적적자를 기록중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농어촌공사, 전기안전공사 등 8개기관 직원 250명은 내부 정보를 활용해 가족 명의로 사설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다 최근 감사원에 적발됐다. 현재 정부산하 공공기관은 347개,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 기관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가 1606개에 달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공공기관 어딘가에선 상상도 못할 비리가 벌어지고 있다.
경영 상태를 보면 더 아찔하다. 32개 시장형 공기업 가운데 무려 14개가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돼 있다. 지방 공기업의 경우 2018년 4900억원이었던 적자 규모가 지난해는 1조98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하면 가뜩이나 경고등이 커진 나라 곳간 상황은 훨씬 더 암울해 진다. 미래세대가 혈세로 짊어져야 할 빚 부담이다.
전기요금을 동결한 한전의 경우 일부에선 ‘착한 적자’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런 한전이 1200명을 감축하고 인재개발원 부지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뒤늦게 내놨다. 누적부채가 200조원이 넘도록 지금까지 도대체 뭘 했다는 건가. 한전 뿐만 아니다.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독하게 마음만 먹으면 비핵심 자산 매각이나 중복 기능 재편, 효율적인 인력조정 등 할일은 얼마든지 차고 넘친다.
민간 기업은 적자를 계속 내면 망하지만 좀비 공기업은 국민 혈세로 연명한다. 정부의 보호벽 안에서 시장 경쟁을 안하는 ‘신의 직장’ 공기업도 여전히 수두룩하다. 철밥통 노조가 그 선봉에 서 있고 정치권 낙하산이나 과거정부 알박기 인사들은 그들과 동거동락한다. 공공기관 운영 법률이 개정된 2016년 이후 공기업이 출연·출자기관을 설립할때 정부 승인률은 무려 99.3%에 달했다. 관료들도 퇴임 후 뒷자리를 생각하고 별 이의없이 자리를 우후죽순 늘려준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지역구 의원들과 해당 지자체는 못본척 눈을 감은채 청탁 실속을 챙긴다.
공기업 개혁은 역대 정부의 단골 테마다. ‘카르텔 타도’를 내건 윤석열 정부에서 이 말이 안나오는건 아이러니다. 정부산하 공공기관 43만명, 지방·출자기관 15만5000명 유권자의 표심을 의식해서 머뭇거리나? 그건 아니라고 애써 믿고 싶다. 파도파도 비리가 나오는데 개혁을 안하면, 의사가 환자의 병을 고칠 생각은 안하고 “당신 병 있다”면서 X-레이만 계속 찍어서 보여주는것과 다를 바 없다. 감사 인력이 부족하다면 핑계를 대지 말고 인력을 더 늘려야 한다. 민간 기업들은 부문별로 다 실시하는 글로벌 경쟁력 비교 평가도 유독 공기업 부문에선 제대로 본 기억이 나질 않는다.
노동·연금·교육 개혁도 시급하지만 공기업 개혁도 절대 덮고 가선 안된다. 출연기관 몇개 통폐합 하는 생색내기식 개혁이 아니라, 과감한 민영화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영국 대처 총리는 전력·석탄 민영화를 통해 보수당 11년 집권의 기반을 닦았고 일본 고이즈미 총리는 우정 민영화를 앞세워 전후 4번째 장수 총리의 반열에 올랐다. 심지어 최근 정권교체를 이룬 아르헨티나의 ‘괴짜’ 밀레이 대통령 당선인도 “국민에게 유익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웬만한 공기업은 싹 민간으로 넘길 것”이라고 선언했다. 카르텔속 기득권은 저항 하겠지만 우리 국민들은 응원할 것이다. 공기업이 부끄럽다며 장관이 얼굴을 못 드는 나라엔 밝은 미래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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