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청춘에 걸린 브레이크…예술이 찾아준 생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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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브링리는 야심 만만한 젊은이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언론사 '뉴요커'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질 줄 알았다.
언제나 똑똑하고, 건강했으며 패트릭을 올바른 곳으로 이끌어줬던 멘토 같은 형이었다.
패트릭은 생의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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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패트릭 브링리는 야심 만만한 젊은이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언론사 '뉴요커'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질 줄 알았다. 타이태닉호에 어렵사리 승선한 후 배 선두에 서서 '나는 세상의 왕'이라고 외쳤던 영화 '타이타닉'(1998)의 잭(리어나도 디캐프리오)처럼, 그는 고층 사무실에서 마천루를 굽어보며 성공을 이뤄내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러나 흐르는 세월과 그 부속품인 타성은 젊은 패기의 가장 큰 적이었다. 스티븐 킹 같은 거물을 만났을 때의 감동은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서 점차 줄어들었고, 1단짜리 서평을 쓸 때조차 점차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책 읽기보단 인터넷을 뒤적이며 귀한 시간을 허비했다.
일이 손에 안 잡히는 이유도 있긴 했다. 형이 아팠다. 언제나 똑똑하고, 건강했으며 패트릭을 올바른 곳으로 이끌어줬던 멘토 같은 형이었다. 형은 2년 8개월간 온갖 치료를 다 받았지만, 암세포가 전이되며 결국 숨을 거뒀다.
형의 고통은 죽음과 함께 사라졌지만, 남겨진 이들이 그 고통을 이어받았다. 패트릭은 생의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전도유망한 직장이 있는 마천루의 사무실"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세상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를 쓰고, 꾸역꾸역 긁고, 밀치고, 매달려야 하는 종류의 일"은 할 수 없었다.
패트릭은 브루클린으로 가는 지하철의 흔들림 속에서 엄마와 형이 사랑했던 미술을, 뉴욕의 미술관에서 성실하게 일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결심했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일하기로.
패트릭 브링리가 쓴 '나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웅진지식하우스)는 미술작품을 통해 삶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그는 드넓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전시실에서 매일 최소 여덟시간 씩 조용히 서서 경이로운 예술작품을 바라본다. 그 매일매일의 응시는 마음에 부력을 키워 무의식 속에 침전된 우울과 무기력을 조금씩 의식의 수면위로 띄워 올린다.
흑백의 세상에 갑자기 색이 입혀지는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엘그레코의 '톨레도 풍경', 물과 적포도주를 섞어서 색을 빚어낸 듯한 강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티치아노의 '비너스와 아도니스', 소작농의 애환을 구체적으로 포착한 브뤼헐의 작품들, 그리고 미켈란젤로의 경이로운 스케치….
거장들의 작품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며 "입자 하나하나가 의미를 갖는 순간"을 저자는 발견한다. 그리고 "일상은 모순적이고 가끔은 지루하며 가끔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것"임을, "삶은 군말 없이 살아가며 고군분투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과정"임을 깨닫는다.
책은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저자가 느낀 10년의 기록을 담았다. 살다 보면 인생이 던지는 연속적인 잽이나 강력한 훅 한 방에 한두 번쯤은 다운당하기 마련이다. 책은 그렇게 고꾸라졌을 때, 예술이 삶을 어떻게 일으켜 세울 수 있는지 저자의 마음에 이는 세밀한 감정 변화를 통해 보여준다. 장엄하거나 아름답거나 비통하거나 격정적인 작품들은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살아갈 용기를 심어준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는 깨달을 수 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 제목처럼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말이다.
김희정·조현주 옮김. 360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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