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블로킹 못해" 지적에...전체 1순위 세터, 통곡의 벽 세웠다
(MHN스포츠 장충, 권수연 기자) "개막을 앞두고 주전이고 싶다는 말을 했었는데", "휴(?)"
2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3-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경기에서 GS칼텍스가 한국도로공사를 세트스코어 3-2(25-19, 25-23, 23-25, 23-25, 15-10)으로 꺾었다.
실바가 38득점, 강소휘가 19득점, 유서연이 16득점을 채우며 혈전의 끝을 봤다. 특히 유서연은 결정적인 순간 분위기에 쐐기를 박는 클러치 득점을 내주며 팀을 끌었다.
GS칼텍스의 도로공사전 승리는 쉽지 않았다. 앞서 지난 7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마찬가지로 풀세트 접전을 펼쳤다. 당시는 정반대되는 결과였다. 1,2세트를 도로공사에 내주며 패색이 짙었지만 후반 실바의 공격력을 내세워 3,4,5세트를 밀어붙였다.
이 날은 좀 더 어려웠다. 상대 세터가 부키리치를 초반 활용하지 않았기에 1,2세트를 비교적 손쉽게 가져왔지만, 3세트부터 판도가 달라졌다. 거기에 도로공사 특유의 수비력이 보태져 소위 '늪배구'의 함정에 빠졌다.
경기 후 세터 김지원과 함께 인터뷰실을 찾은 부주장 유서연은 "초반에 잘 풀리는 것 같았는데 한두개 방심하며 수비력이 좋은 도로공사가 부키리치의 파워를 내세웠다. 아쉽고도 힘든 경기였다"고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2-0이던 세트가 순식간에 2-2까지 잡히면 무드에 리스크가 커진다. 체력 저하와 더불어 자칫하면 사기가 꺾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어려운 상황을 딛고 막판 실바의 공격력을 살려내 가까스로 승리를 거뒀다.
이 승리에는 세터 김지원의 알토란같은 공이 빠질 수 없다. 이 날 김지원은 블로킹 5득점에 서브에이스 2개를 보태 승리의 주역으로 발돋움했다. 1세트에만 네 개의 블로킹을 잡으며 하이라이트를 만들어냈다.
GS칼텍스는 사전 인터뷰에서 팀 블로킹 최하위 지표를 지적받기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 이 날만큼은 기세가 좋았다. 김지원은 팀 블로킹 10개 중 절반을 홀로 올렸다.
지난 20-21시즌, 신인 전체 1순위로 입단한 김지원은 기존 주전 세터 안혜진의 어깨 부상으로 인해 스타팅 멤버로 올 시즌을 시작한다. GS칼텍스는 세터 공백을 염두에 두고 아시아쿼터 선수를 세 번이나 변경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표팀 경험을 쌓고 온 백업 세터 김지원이 조금 더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선발로 고정됐다.
김지원 특유의 무덤덤하고 솔직한 태도는 이 날 중간중간 인터뷰실에 웃음을 자아냈다.
'올 시즌 선발 풀타임 소화가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은 그렇게 힘들다는 느낌은 없고..."라며 정직한 대답으로 첫 웃음을 만들었다.
이 날 유달리 좋았던 블로킹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세터로서는 처음인데, 사실 제가 블로킹을 못한단 소리를 많이 들어서 자존심이 상했다. 연습할때도 공이 맞고 튀게 하지만 말자는 생각을 했는데 이상하게 오늘 잘 들어갔다"고 답했다.
앞서 사령탑 차상현 감독은 김지원의 운영에 만족을 표하며 "전반적으로 다른 날보다 (경기 운영에) 안정감이 더 있어보였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를 전하자 김지원은 "기존에 감독님이 제가 (토스) 폼이 많이 보인다고 하셨다. 그럼 공격수가 힘들어지니까 최대한 편하게 해주고 싶어서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개막 전부터 바랐던 주전 기회다. 김지원은 2023 구미 도드람컵대회 당시에도 팀을 2연승으로 이끌며 라이징스타 상을 받기도 했다. 어렵게 잡은 선발 기회에 대해 묻자 그는 "에휴"하는 나지막한 한숨(?)을 갑자기 터뜨려 또 한번 큰 웃음을 던졌다.
이어 김지원은 머쓱하게 "(시즌 초반) 처음 3연승을 했는데, 그때가 너무 재밌었다. 지는 경기를 하다보면 기분이 좋지 않은데 그럴땐 또 (운영) 선택을 잘못했나 싶어 복잡하기도 하다"며 야전사령관으로서의 고민을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시즌 두 번째 도로공사전에서 또 한번 승리를 잡은 GS칼텍스는 오는 26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현대건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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