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T’ 메시는 과연 언제 브라질 골문을 열 수 있을까?[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아쉽다. 대기록 달성은 4개월 뒤로 다시 미뤄야 했다. ‘GOAT(The Greatest Of All Time)’ 리오넬 메시(36, 아르헨티나·인터 마이애미 CF)에게도 밟기 힘든 미지의 영역은 존재하는가 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영원한 숙적’ 브라질은 메시에게 여전히 ‘금단의 땅’이었다.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21일(현지시간) 브라질을 희생양 삼아 신기원을 이뤘다. 월드컵 CONMEBOL(남미축구연맹) 예선에서만큼은 ‘안방 불패’의 신화를 뽐내던 브라질을 무참하게 만들었다. 니콜라스 오타멘디의 결승골(후반 18분)에 힘입어 승전고(1-0 승)를 울렸다.
브라질은 그동안 자국에서 치른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패배를 몰랐다. 51승 13무, 단 한 차례도 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홈에 철옹성을 구축했던 브라질이 마침내 무너진 순간이었다. 더구나 브라질 축구 ‘성지’인 이스타지우 두 마라카낭에서 당한 한판패여서,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셀레캉(Seleção=브라질)은 더욱 진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처음으로, 알비셀레스테(Albiceleste=아르헨티나)를 상대로 4경기 연속 득점에 실패하는 치욕마저 당했다. 2019년 11월 16일(0-1 패)부터 이날까지 4년 5일 동안 아르헨티나 골문을 한 번도 공략하지 못한 브라질이다. 이 기간에 3실점, 1무 3패로 절대적 약세를 드러냈다.
그러나 메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내심 노렸던 대기록을 끝내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한 걸음만을 남겨 놓았던 전 국가 상대 골 기록 도전이었건만 답답하기만 했다. 아직은 열리지 않는 브라질 골문이었다.
메시, 여섯 번 FIFA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깨뜨리지 못한 ‘브라질 징크스’에 시달려
2005년 8월 17일 헝가리와 맞붙은 친선 A매치에서, 메시는 알비셀레스테로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후 2006 독일 대회부터 이번 2026 북미 3개국(미국·캐나다·멕시코) 대회까지 여섯 번 월드컵 남미 예선 격전장에 나섰다.
이 각축장에서, 메시는 64경기를 치르며 31골을 터뜨렸다. 물론, 남미 예선 역대 최다골 기록의 주인공이다. 이번 예선에서, 3골을 터뜨리며 종전 기록 보유자였던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62경기 29골)의 벽을 넘어섰다.
세계로 지평을 넓히면, 네 번째다. 카를로스 루이스(과테말라·39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36골)→ 알리 다에이(이란·35골)가 메시를 앞선 세 명의 골잡이다.
이토록 메시는 맹위를 떨치면서도 하나의 영역과는 연(緣)을 맺지 못했다. 남미 예선에 출전하는 모든 상대의 골문을 꿰뚫으려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최소 두 골 이상씩 상대 골문 공략에 성공했으면서도, 단 하나의 걸림돌에 가로막힌 데서 나온 좌절이다. 그 걸림돌은 다름 아닌 브라질이다(표 참조).
위 표에서 알 수 있듯, 메시는 브라질을 제외한 CONMEBOL 다른 8개국엔 ‘천적’이나 마찬가지로 두려움을 안겼다. 에콰도르엔 무려 6골을 퍼부었다. 앙숙인 우루과이에도 메시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메시는 다섯 번씩이나 우루과이 골문을 열어젖혔다.
메시는 우리 나이로 서른일곱 살이다. 축구 선수로 치면 ‘할아버지’다. 그런데도 나이를 잊은 듯 꾸준히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오히려 갈수록 눈부신 몸놀림을 펼친다.
최근 국제 대회에서 나타난 성적이 입증한다. 최근 18번의 A매치에서 25골을 터뜨렸다. 믿기 힘들 만큼 놀라운 골 수확량이다. 지난 50년간 전 세계 축구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위업이다. 필적할 수 없는 신기(神技)라 할 만하다.
그런 만큼 메시를 아끼는 수많은 팬은 메시의 ‘브라질 징크스’를 안타까워한다. 메시는 내년 3월 월드컵 남미 예선 14라운드에서 다시 브라질을 만난다. 그 겨룸에서, 메시가 과연 ‘도전의 골’을 터뜨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홈에서 열리기 때문에, 기대치는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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