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색과 흥겨운 농악에 녹여낸 여성 최초 꼭두쇠 암덕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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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옷을 입은 무리 속에 단연 홀로 붉은 옷을 입은 여인.
이런 암덕의 삶을 다룬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신작 '암덕: 류(流)의 기원'이 지난 22일 막을 올렸다.
엄마를 떠나 남사당패로 들어간 어린 암덕은 기예를 익히고, 꼭두쇠가 돼 화려한 놀이판을 벌인다.
이어 "한 여성 예술인의 특수성에 호소하려고 한 작품은 아니다"라며 "암덕이 마주한 국면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간의 삶의 단계와 닮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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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당놀이 정신과 미학 현대적으로 재해석…세계화 목표"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하얀 옷을 입은 무리 속에 단연 홀로 붉은 옷을 입은 여인. 가지런히 빗어 뒤로 땋아 내린 머리에는 붉은 댕기가 달려있다.
여성 최초로 남사당패의 우두머리인 꼭두쇠 자리에 오른 조선 후기의 실존 인물 '바우덕이'다. 안성 남사당패의 흥행을 이끌었던 바우덕이의 본명은 김암덕. 가난한 소작농의 딸로 태어난 그는 남사당패에 맡겨져 각종 재주를 연마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예인이다.
이런 암덕의 삶을 다룬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신작 '암덕: 류(流)의 기원'이 지난 22일 막을 올렸다.
한 인물의 성장기를 그리는 작품이지만, 기승전결을 꽉 채워서 보여주는 연극 형식은 아니다.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된 극에는 여러 연령대의 암덕의 초상들이 담겨있다. 주인공 암덕은 1명이 도맡지 않고, 4명이 각각 어린 암덕, 춤추는 암덕, 줄 타는 암덕, 노래하는 암덕을 맡았다. 덕분에 암덕 캐릭터가 생동감 있게 표현됐다.
엄마를 떠나 남사당패로 들어간 어린 암덕은 기예를 익히고, 꼭두쇠가 돼 화려한 놀이판을 벌인다. 하지만 모든 공연이 끝나고, 암덕과 남사당패는 무거운 짐을 이고 지고 먼 길을 떠난다. 이들은 삶의 애환을 희망으로 극복해나간다.
민새롬 연출은 개막날 공연에 앞서 열린 언론시연회에서 "이야기를 세세하게 풀어내기보다는 한 인간이 성장하는 순간순간을 전달하도록 구조를 잡았다"며 "이야기를 압축해 강렬하게 전달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여성 예술인의 특수성에 호소하려고 한 작품은 아니다"라며 "암덕이 마주한 국면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간의 삶의 단계와 닮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연에서는 궁궐 밖에서 백성들이 즐겼던 전통 연희도 맛볼 수 있다. 남사당패는 전통 연희의 대중화 바람을 일으킨 유랑 예인 집단의 원류로 꼽힌다. 이들이 펼치는 풍물(농악), 버나(대접돌리기), 어름(줄타기), 덧보기(탈놀이) 등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작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3막은 꼭두쇠가 된 암덕이 외줄 타기를 하는 장면만으로도 관객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공중에 매달린 줄 위에 올라간 암덕은 몸을 좌우로 흔들며 위태위태하게 걷고, 줄 위에 아빠 다리로 빠르게 앉았다 반동으로 일어나는 등 묘기를 부렸다. 줄 타는 암덕을 맡은 안성시립바우덕이풍물단의 박지나는 조마조마하는 관객들을 향해 여유 있는 표정으로 싱긋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암덕: 류의 기원'은 남사당놀이를 원래의 형태 그대로 무대로 옮기기보다는 다양한 시청각적 요소를 활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등장인물들이 몸에 지니고 나오는 소품 외에는 별다른 장치가 없는 무대에는 물의 흐름이나 연속해서 쌓이는 선 등의 디지털 영상이 덧입혀졌다. 또 흰옷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빨간 한복을 입고 춤을 추는 암덕, 풍물패의 모자를 장식한 복슬복슬한 샛노란 종이꽃 등 선명한 색감으로 포인트를 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노래하는 암덕을 맡은 소리꾼 서진실은 주제곡을 부를 때뿐만 아니라 무대 뒤에서도 장면에 맞는 소리를 더했고, 꽹과리, 북, 장구 등 신명 나는 풍물 소리가 시종일관 흥을 돋웠다. 여기에 물, 바람, 파도, 비 등 자연의 소리가 곳곳에 삽입됐다.
정성숙 국립정동극장 대표는 "우리나라 최고의 전통 예술이 모두 응축된 남사당놀이의 정신과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싶었다"며 "시각적으로 잘만 보인다면 세계인과 함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랫동안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바우덕이는 대중문화의 원류로 민중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지금의 BTS(방탄소년단)와 같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과도한 부분은 잘 다듬어 작품을 세계화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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