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 "걸작 향한 욕망→韓디스토피아 탄생"…23년 극장 지킨 화제작, 청룡 작품상으로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국 영화 위기가 계속됐던 올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극장을 끝까지 지켰던 최고의 화제작이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무대를 통해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국내 최고 권위의 영화상으로 손꼽히는 제44회 청룡영화상이 오는 24일 성대하게 개최된다. 특히 청룡영화상 최고의 영예이자 하이라이트인 최우수작품상에는 올해 블랙 코미디 영화 '거미집'(김지운 감독, 앤솔로지 스튜디오·바른손 스튜디오 제작), 휴먼 영화 '다음 소희'(정주리 감독,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작), 범죄 영화 '밀수'(류승완 감독, 외유내강 제작),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 '올빼미'(안태진 감독, 씨제스엔터테인먼트·영화사 담담 제작), 재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엄태화 감독,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제작)까지 장르를 불문한 다양한 소재와 신선한 연출로 많은 화제를 모은 다섯 편의 걸작이 선정돼 치열한 경합을 펼치게 됐다.
▶ 천태만상 블랙 코미디의 정수 '거미집'
올해 청룡영화상 첫 번째 최우수작품상 후보는 한국 영화가 방화로 불리고 서슬 퍼런 대본 검열을 통과해야 영화를 찍을 수 있었던 70년대 유신 시절을 배경으로 한 풍자극 '거미집'이다.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더 좋아질 거라는 강박에 빠진 감독이 검열당국의 방해와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처절하고 웃픈 일들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그 시대의 독특한 조건과, 시대를 막론하고 창작자로서 감독이 직면하는 여러 악조건을 배경으로 개성과 욕망의 앙상블을 그린 '거미집'은 인생이 그러하듯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의도와 서로 다른 목적이 부딪힐 때 나오는 드라마를 통해 인간사의 희비극 표현했다.
▶ 이 세상 모든 소희들에게 보내는 위로 '다음 소희'
안타까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트버스터 '다음 소희'도 올해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후보로 묵직한 자리를 차지했다. 2017년 이동 통신사 콜센터로 현장실습 갔다가 3개월 만에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19세 소녀 고(故) 홍수연 양의 실화를 바탕으로 '다음 소희'는 '도희야'로 연출력을 선보인 정주리 감독의 9년 만의 신작이자 두 번째 장편 영화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학생이 졸업을 앞두고 처음으로 사회에 발을 들이면서 맞닥뜨리는 부조리한 현실을 정주리 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려냈다. 극심한 감정노동 실태와 열악한 업무 환경을 다룬 '다음 소희'는 수많은 일터에서 반복되고 있는 또 다른 '다음 소희'의 참혹한 현실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며 깊은 여운과 울림을 자아냈다.
▶ 짜릿하고 시원한 해양 범죄 활극 '밀수'
올여름 흥행 판을 쥐고 흔들었던 '밀수' 역시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후보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밀수'는 7월 말 개봉해 514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여름 극장 흥행 주단을 깔았다. 70년대 성행한 해양 밀수를 모티브로 한 '밀수'는 독특한 방식의 해양 밀수 세계를 전면에 내세워 기존의 밀수 범죄극과 전혀 다른 매력을 전했다. 한국 액션 장르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수중 액션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여름 극장가를 시원하고 짜릿하게 달궜다. 뿐만 아니라 70년대 바이브를 완벽하게 재현한 '밀수'의 OST는 젊은 관객은 물론 중장년층 관객까지 사로잡으며 관객에게 보는 재미에 듣는 재미까지 더했다. 관객의 오감을 만족하게 한 '밀수'는 진정한 텐트폴 무비로 손색이 없었다.
▶ 주맹증이 선사한 섬뜩한 서스펜스 스릴러 '올빼미'
한국 영화에서 처음 등장하는 주맹증을 소재로 조선 왕가의 의문사인 소현세자의 미스터리를 더해 지금껏 본 적 없는 한국형 서스펜스 스릴러를 완성한 '올빼미'도 올해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네 번째 후보로 빛을 냈다.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올빼미'. 인조실록에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 같았다'라는 소현세자의 실제 기록에서 출발해 낮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밤에만 희미하게 볼 수 있는 '맹인 침술사'라는 픽션을 가미해 관객에게 색다른 재미를 팩션 사극이다. 참신한 소재와 스릴러 사이의 균형을 이어가며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한 '올빼미'는 지난해 11월 개봉 당시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로 입소문을 얻으면서 비수기 극장임에도 322만명을 동원, 흥행의 단비를 내렸다.
▶ 한국형 디스토피아 탄생 '콘크리트 유토피아'
올해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마지막 후보는 한국형 재난물의 신기원을 연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김숭늉 작가의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 중 2부인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새롭게 각색해 영화화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다뤘다. '밀수'에 이어 올여름 텐트폴 라인업 중 네 번째 순서로 출격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호불호가 큰 디스토피아 장르임에도 리스크를 극복, 녹록하지 않았던 여름 극장에 384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을 주도했다. 생존이 걸린 극한의 상황 속 여러 인간 군상을 통해 원초적이면서 현실적이고 또한 예리한 공감대를 선사, 한국형 디스토피아의 탄생을 알렸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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