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학생들이 걸어가는 모든 길을 응원한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2023. 11.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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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지 일주일이 지났다.

시험 당일에는 입실하는 수험생을 응원한 뒤 잠시 복도에 서서 고사장 안 학생들을 바라보는 데 상념들이 스쳐 지나갔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대입시는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학생들의 삶에서 대학입학 시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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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교진 세종시교육감

2024학년도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지 일주일이 지났다. 시험 당일에는 입실하는 수험생을 응원한 뒤 잠시 복도에 서서 고사장 안 학생들을 바라보는 데 상념들이 스쳐 지나갔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대입시는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학생들의 삶에서 대학입학 시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정규 수업이 끝나면 학원으로 가는 게 일상일 정도로 사교육 의존도 역시 높다. 대입시라는 관문은 단순한 통과의례가 아니라 신분 상승을 이루고 부를 축적하고 명예를 얻는 중요한 길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김동춘 교수는 <시험능력주의>라는 저서에서'좋은 대학 입학이 일자리나 지위를 얻는데 결정적 관문 혹은 병목이 되면, 그 전단계로 학력과 학벌을 얻기 위한 입시 준비를 하는 고등학교는 전쟁터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우리의 입시 현실을 진단한 바 있다. '이 전쟁은 대학의 수직 서열구조, 기업 등 사회에서 작동하는 임금과 대우의 격차, 즉 학력·학벌 프리미엄이 강요한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입시전쟁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능시험을 앞두고 일부 지역에서는 '수능 잘 보란 공허한 응원 말고 실패자를 만드는 입시경쟁 교육제도를 바꾸자'라는 현수막이 여러 장 걸리기도 했다. 수능시험을 치르지 않는 비진학자를 응원하는 현수막도 함께 게시되었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의 진로가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시험능력주의가 가져오는 사회적 폐해와 지적에도 불구하고 성공과 출세를 향해 달리는 사회구성원들은 다양성과 잠재된 가능성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시험을 치른 학생이나 대학이 아니라 새로운 선택으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청소년들을 함께 응원해야 한다. 십수 년 전, 이른바 김예슬 선언으로 불리는 명문대생의 자퇴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학생은'나는 오늘 대학을 그만 둔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시판에 붙이며 자신의 자퇴를 알렸다. '나는 25년 동안 경주마처럼 길고 긴 트랙을 질주해 왔다. 우수한 경주마로, 함께 트랙을 질주하는 무수한 친구들을 제치고 넘어뜨린 것을 기뻐하면서, 나를 앞질러 달려가는 친구들때문에 불안해하면서 그렇게 소위 명문대 입학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더 거세게 나를 채찍질해봐도 다리 힘이 빠지고 심장이 뛰지 않는다' 자기고백과 성찰이 담긴 내용들은 경쟁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려주었다. 2023년 지금의 현실에도 고스란히 적용할 수 있는 글이다.

이미 견고해진 사회적 구조는 한 두 사람의 외침으로 무너지지 않겠지만, 다양한 진로를 선택하는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들을 응원하고 이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 보장을 만드는 노력을 모아갈 때, 다양성의 사회는 조금 더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성적 좋은 수험생이 의대로 몰리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다양성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중요한 축이다. 다양성의 가치가 공존하는 사회는 각각의 삶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관계 역량이 커지기 마련이다.

세종시교육청에서 관계중심 생활교육과 또래집단의 갈등을 해소하는 조정자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개개인을 존중하는 삶의 태도에 대한 교육이자 각자의 특성을 이해하는 다양성 교육의 일환이다. 학생들의 수 많은 꿈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일은 모두가 존엄한 인격체로 대접받는 세상 만들기와 깊이 닿아 있다. 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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