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클로저'에 '좌투수+잠수함' 삼성이 달라졌다! 오승환이 '마지막 퍼즐' 불펜완성이 보인다

안호근 기자 2023. 11. 23.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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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22일 FA 계약을 맺은 삼성 김재윤(왼쪽)과 이종열 단장. /사진=삼성 라이온즈
"2차 드래프트는 투수 쪽으로 가려고 합니다."

이종열(50) 삼성 라이온즈 신임 단장은 본격적인 스토브리그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올해 불펜 불안에 시달렸던 삼성이기에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도 더 공격적이었다. 22일 오전 자유계약선수(FA) 시장 불펜 최대어 김재윤(33) 계약 소식을 전했다. 4년 최대 총액 58억 원(계약금 20억 원, 연봉 합계 28억 원, 인센티브 합계 10억 원) 규모.

나이가 적지 않지만 대기만성형 투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무대에 도전했으나 쓰라린 패배를 경험했고 현역병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2015년에야 KBO리그에 데뷔했다. 2년 차부터 KT의 뒷문을 책임졌지만 이후 5시즌 동안 챙긴 세이브는 72개. 최근 3년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따내며 무려 97세이브를 수확했다. 삼성의 과감한 선택이 결코 무리수라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이 단장은 영입 발표 후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좋은 선수를 영입했다. 한 선수만으로 팀을 바꾸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 선수로 인한 시너지를 기대한다"며 "투수들은 물론이고 야수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2차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지명한 LG 좌투수 최성훈.

시장이 열리자마자 정신없이 움직인 결과다. 김재윤도 보도자료를 통해 "명문 구단 삼성 라이온즈에서 좋은 제안을 해주셨고 나를 필요로 한다는 진심을 느꼈다"며 "KBO에 데뷔한 2015시즌 삼성 라이온즈는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팀이었다. 다시 한 번 왕조를 일으켜 세우는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밝혔다.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있었다. 통화 전까지 회의 중이었다는 이 단장은 베테랑들이 풀렸다는 이야기에 "전략을 많이 세웠는데 샐러리캡이 꽉 차 있어서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 많지는 않다"며 "어쨌든 즉시 전력감들로 영입을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 결과 1라운드에선 LG 트윈스의 좌투수 최성훈(34)을, 2라운드에선 키움 히어로즈 잠수함 양현(31)을 영입했다. 투수 2명을 확보한 삼성의 3라운드 선택은 키움 내야수 전병우(31).

투수에 집중하겠다는 말과 샐러리캡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즉시 전력감을 노리겠다는 게 모두 맞아떨어졌다.

최성훈은 이승현(21), 이재익(29)에 의존해 온 삼성 불펜의 새로운 왼손 투수로 힘을 보탤 전망이다. 2012년 입단한 통산 8승 8패 2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ERA) 3.97을 기록한 그는 올 시즌 탄탄한 LG 투수진에서 단 5경기 3이닝 출전에 그쳤지만 퓨처스리그에선 30경기 24⅔이닝 동안 2승 1패 10홀드 ERA 1.82로 빼어난 피칭을 펼쳤다. 상대적으로 삼성에선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삼성은 KT로 떠난 우규민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키움의 잠수함 양현을 2차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지명했다. /사진=뉴스1
양현의 영입은 이날 KT 위즈의 1라운드 선택을 받은 우규민(38)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2003년 LG에서 데뷔한 우규민은 한 때 30세이브를 챙겼고 2017년 삼성 이적 후에도 불펜을 든든히 지켰다. 2021년엔 24홀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올 시즌 3승 1패 13홀드에도 ERA 4.81로 다소 아쉬움을 나타냈다.

삼성은 우규민을 35명 보호명단에서 제외했고 KT는 경험 많은 베테랑 잠수함을 택했다. 우규민의 이탈을 예상한 삼성은 양현을 통해 마운드의 다양성을 지켰다. 양현은 올 시즌 54경기 57이닝 5패 8홀드 ERA 5.05로 우규민에 비해 크게 이점이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7살 어린 선수로 플레잉타임에선 확실한 이점이 있다. 삼성은 땅볼 유도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위 3개 팀으로 추가 2라운드 지명권까지 있었던 삼성은 4,5라운드를 패스하며 9억 원을 양도금으로 지출했다. 우규민이 KT로 떠나며 4억 원을 받게 되는데 즉 삼성은 한 명을 보내고 3명을 데려오며 5억 원을 쓴 셈이 됐다. 즉, 투수만 고려해보면 우규민을 보내고 추가로 2억 원을 들여 투수 2명을 데려온 셈이다.

샐러리캡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우규민은 올해 2억 5000만 원을 받았는데 최성훈은 1억 1000만 원, 양현은 8500만 원이었다. 전병우(9000만 원)까지 더해도 우규민 한 명보다 3500만 원 더 많을 뿐이다. 내년 시즌을 앞두고 새로 계약을 해야 하지만 큰 폭의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올해 400세이브를 달성한 뒤 전광판을 바라보는 오승환. /사진=삼성 라이온즈
FA 시장에 나온 오승환만 잡으면 마운드 문제는 일단락된다. 삼성은 무조건 잡겠다는 자세다. 앞서 오승환이 삼성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밝힌 이 단장은 이날 김재윤과 공존에 대한 질문에 ""아주 선의의, 기분 좋은 경쟁이 될 수 있다. 감독님 입장에서는 훨씬 좋다"며 "감독님과 얘기 많이 했었고 충분히 다 조율 가능한 부분이다.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오승환을 붙잡는다는 게 전제에 깔린 답변이다. 오승환은 올 시즌 연봉 14억 원을 받았다. 올 시즌에도 부침은 있었지만 결국 30세이브를 따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다만 2021년 44세이브를 달성했을 때에 비해 지난해 31세이브로 아쉬움을 남기며 올해 연봉이 2억 원이 삭감된 상황이었고 많은 나이, FA 특성상 계약금을 챙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연봉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미 오승환을 포함한 샐러리캡을 고려하고 있는 삼성이기에 영입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35세 이상으로 C등급으로 분류되기는 했지만 보상금 14억 원도, 40세를 넘긴 베테랑에게 많은 연봉을 줘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기에 삼성 잔류는 시간문제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KBO리그 역대 유일무이한 400세이브의 주인공의 등판은 매 시즌이 역사가 된다는 점에서도 오승환을 붙잡는 건 삼성으로서 특별한 의미다.

이종열 단장 체제의 삼성에 벌써부터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앞서 "선수층을 좀 늘리는 쪽에 포커스를 두려고 한다"면서도 "대신에 의미 없는 선수를 영입하진 않겠다"는 이종열 단장의 계획이 현실화되며 삼성 팬들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피고 있다.

오승환. /사진=삼성 라이온즈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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