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리스크에 발목 잡힌 MBK파트너스, 펀드 목표 금액 11.6조에서 9조로 ‘싹둑’

노자운 기자 2023. 11.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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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6호 블라인드 펀드 결성을 추진하며 초기 설정액 목표치로 70억달러(약 9조원)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MBK파트너스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90억달러(약 11조6000억원)를 모으겠다고 밝혀 왔다. 펀드 레이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목표치를 20% 넘게 대폭 낮춘 셈인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중국을 이유로 꼽고 있다. 현재 MBK파트너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중국 회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미·중 갈등 국면에서 미국계 기관들이 MBK 펀드 출자를 조심스러워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 MBK의 중국 사랑… 1·2위 렌터카 업체, 테마파크 등 투자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현재 6호 블라인드 펀드 조성을 위해 국내외 출자자(LP)들과 미팅을 진행 중이다. 65억달러(약 8조4000억원) 규모의 5호 펀드를 만든 지 약 3년 만이다.

IB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대외적으로 90억달러짜리 펀드를 만들겠다고 해왔는데, 지난 9월 본격적인 펀드 조성 작업에 들어가면서부터는 그런 얘기가 쏙 들어갔고 최종 목표치를 70억달러로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70억달러 약정조차 달성하기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는 중국 익스포저(연관된 금액)가 큰 MBK파트너스의 현 상황 때문이다. 중국 회사에 대거 투자해 놓은 상황에 미·중 갈등이 깊어지자, 펀드에 돈을 대기 꺼리는 미국계 기관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IB 업계 관계자는 “그렇다고 해서 MBK파트너스가 대놓고 ‘중국을 멀리하겠다’고 공언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아직 회수하지 못한 중국계 회사 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칫 잘못 발언했다가는 제2의 사드 보복 같은 사태가 터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면서 “MBK파트너스는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구조조정 중이던 중국 반도체 및 칩셋 제조사 칭화유니그룹의 세컨더리 채권을 1250만달러(약 160억원)에 샀다. 2021년에는 중국 테마파크 하이창오션파크 지분을 10억1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중국 렌터카 업체들의 지분도 인수했다. 선저우주처(Car)를 10억달러(약 1조2900억원)에 인수했으며, 이하이(eHi)오토서비스는 미국 클러포드그룹 등과 손잡고 9억3700만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MBK파트너스는 그중 4500억원을 부담해 2대주주에 올랐다.

그 외에도 MBK파트너스는 중국의 대학원 입시학원 체인 웬두에듀케이셔널그룹, 중국 스파(SPA·제조 및 유통 일괄형) 브랜드인 시얀리를 인수했다.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를 통해 중국 부동산에 투입된 돈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 국내 연기금 등 큰손들 직접 찾아다닌 김병주… 中 시장 애착은 여전

미국계 자금에 대한 MBK파트너스의 의존도는 상당히 높다. 미국계나 유럽계 등 해외 기관들이 펀드에 출자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6호 펀드 결성은 난항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를 제외하면 북미 쪽에서 MBK파트너스에 확실히 돈을 댈 것이라고 장담할 만한 기관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CPPIB의 글로벌 사모투자(PE) 부문은 김수이 대표가 이끌고 있는데, 김 대표는 김병주 회장과 칼라일에서 함께 일하며 친분을 쌓았다.

시장 조사 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교직원 퇴직연금, 플로리다 퇴직연금, 플로리다 연기금운용회, 뉴욕주 공무원퇴직연금, 일리노이 교직원 퇴직연금 등이 MBK가 펀드를 조성할 때 한 번에 최대 수억달러씩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등 일부 기관을 제외하곤 손을 벌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중 갈등 기류를 의식했는지 올해 5월 일찌감치 김병주 회장이 국내 대형 연기금과 공제회 등 큰손들을 직접 찾아다녔다. 다만, 그 자리에서도 김 회장은 “우리의 투자 타깃은 한·중·일 3개국”이라며 중국 시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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