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패의 미덕…파손된 '아이오닉 5'가 전시된 이유

김종성 2023. 11.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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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대학생 자율주행 기술 콘테스트 '2023 현대차 자율주행 챌린지'가 열린 지난 14일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

해당 차량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KAT'팀과 충북대학교 'TAYO'팀의 자율주행차량으로, 예선 과정에서 사고가 난 상태였다.

'2023 현대차 자율주행 챌린지'에서 목격한 부서진 '아이오닉 5'가 주는 울림이 크다.

아무도 기억 못 할 순간일 수 있지만, 훗날 완성형으로 세상에 나올 자율주행 기술의 DNA에는 그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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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현대차 자율주행 챌린지'서 예선 중 사고 차량 공개
"차량 개발자에게는 파손된 차가 주는 교훈 더 커"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국내 최대 대학생 자율주행 기술 콘테스트 '2023 현대차 자율주행 챌린지'가 열린 지난 14일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 행사장 한쪽에 차량 앞 범퍼가 파손된 '아이오닉 5' 차량 2대가 나란히 전시돼 있었다.

해당 차량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KAT'팀과 충북대학교 'TAYO'팀의 자율주행차량으로, 예선 과정에서 사고가 난 상태였다. 학생들은 파손된 차량에 장착된 자율주행 관련 장비들을 하나씩 점검하고 있었다.

파손돼 결선까지 오르지 못한 차량도 대회 관람객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개발 과정에서 '실패'도 중요한 데이터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 나은 기술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성낙섭 현대차·기아 연구개발기획조정실장 상무는 "차량을 개발하는 우리와 같은 입장에서는 오히려 저 파손된 차가 주는 교훈이 더 크다"며 "우리가 수없이 많은 시험을 하는데 그 자체의 데이터가 개발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소중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파손된 차량을 그대로 전시함으로써 '이렇게 위험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노출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23 현대차 자율주행 챌린지'에 전시된 파손된 '아이오닉 5' 차량. [사진=김종성 기자]

소비자가 만나는 최신 기술이라고 하는 것들은 검증이 완료된 완성형의 것들이다. 물론 완벽한 기술이란 없다. 그러나 최소한 새로운 기술은 활용성과 안정성 등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확인될 때만 세상에 나온다. 그 이면에 있는 부서진 '아이오닉 5'와 같은 수많은 실패의 데이터들이 쌓여 있는 셈이다.

자동차 산업은 소위 '모빌리티 대전환'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앞다퉈 전동화로 전환하는 것을 비롯해 '이동'의 개념을 재정의하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차량(SDV)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변화를 넘어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파도와 같다. 차를 '좀 더 많이 팔겠다'의 차원이 아니라, 이것이 없이는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는다. 이른바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연구개발(R&D)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수년, 또는 수십 년을 미리 대비하며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연구와 개발을 하지 않고서는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 대응할 방편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소위 R&D 쪽은 돈 되는 부서가 아니다. 대외적으로 '우리는 이런 것도 개발한다'며 첨단기술(하이테크) 기업으로써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도움은 된다. 그러나 그것도 기업이 안정적으로 잘 나갈 때 얘기다. R&D란 돈은 많이 쓰면서 정작 성과는 당장 티가 안 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한 기업에 위기가 닥치면 R&D라는 것은 홀대받기 일쑤다.

경영진 등 리더십의 멀리 내다보는 혜안만으로는 R&D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끊임없이 투자하고, '이것만은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없다면 R&D는 힘을 받기 어렵다. 다시 말하면, '실패의 데이터'만 쌓이는 지난한 과정을 견디게 하는 든든한 뒷배가 필요하다.

1991년 현대차 최초의 전기차 프로토타입인 '쏘나타(Y2) EV'. [사진=김종성 기자]

현대차는 전 세계 어느 완성차 업체와 비교해도 그에 뒤지지 않는 전동화 기술 역량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역시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1991년 현대차 최초의 전기차 프로토타입인 '쏘나타(Y2) EV'를 개발했다. 이듬해에는 첫 무인 자동차가 현대차 울산공장의 주행시험장에서 시험 주행에 성공했다. 20여년 전에 뿌린 씨앗이 이제서야 전기차로, 자율주행차로 결실을 맺고 있다.

'2023 현대차 자율주행 챌린지'에서 목격한 부서진 '아이오닉 5'가 주는 울림이 크다. 앞으로 개발될 미래 모빌리티 기술의 역사에서 숱한 '실패의 데이터' 중 아주 작은 일부일지도 모른다. 아무도 기억 못 할 순간일 수 있지만, 훗날 완성형으로 세상에 나올 자율주행 기술의 DNA에는 그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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