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구단의 미래였는데..빠르게 추락한 데용, 시카고에서 반전 이룰까[슬로우볼]

안형준 2023. 11.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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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데용이 화이트삭스에서 새로 시작한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11월 22일(한국시간) 유격수 폴 데용과 FA 계약에 합의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시장의 '스타' 중 하나였던 화이트삭스는 이번에는 전략을 바꿨다. 최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좌완 불펜 애런 범머를 내주고 마이크 소로카 등 5명의 선수를 영입한 화이트삭스는 거액의 지출보다는 우선 작은 걸음부터 시작하고 있다.

유격수는 오랜 기간 화이트삭스가 가장 자신있는 포지션 중 하나였다. 화이트삭스에는 든든한 주전 유격수 팀 앤더슨이 있었다. 201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더(17순위)인 앤더슨은 2016년 빅리그에 데뷔했고 줄곧 화이트삭스 중앙 내야를 지켰다. 데뷔시즌 신인왕 투표 7위에 올랐고 두 차례(2021-2022) 올스타에 선정됐으며 단축시즌에는 실버슬러거를 수상하며 MVP 투표에서도 득표했다.

화이트삭스는 그런 앤더슨과 2017시즌에 앞서 7년 3,750만 달러의 팀 친화적 장기계약을 맺었다. 앤더슨은 보장 계약기간의 마지막 시즌이던 올해 처참히 추락했고 화이트삭스는 2024시즌 구단 옵션 실행을 포기하며 그를 FA 시장으로 보냈다. 그리고 앤더슨이 떠난 자리를 채울 후보로 데용을 영입했다.

하지만 데용이 대단한 대안인 것은 아니다. 데용 역시 앤더슨과 크게 입지가 다르지 않은 선수. 앤더슨과 마찬가지로 반전이 절실히 필요한 선수다.

앤더슨과 1993년생 동갑내기인 데용은 한 때 '명문구단'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미래였다. 2015년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세인트루이스에 지명된 데용은 2017년 빅리그에 데뷔했고 단숨에 두각을 나타냈다. 데뷔시즌 108경기에 출전한 데용은 .285/.325/.532 25홈런 65타점을 기록해 내셔널리그 신인왕 2위에 올랐고 세인트루이스 주전 유격수로 굳게 자리를 잡았다.

2018시즌 115경기에서 .241/.313/.433 19홈런 68타점을 기록한 데용은 2019시즌에는 159경기에 추런해 .233/.318/.444 30홈런 78타점 9도루를 기록해 30홈런 고지에 올랐고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데뷔 첫 3시즌 동안 기록한 성적은 382경기 .251/.318/.467 74홈런 211타점 11도루. 데용은 해당기간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5번째로 많은 홈런을 쏘아올린 유격수였다. 데용보다 많은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그보다 50경기 이상을 더 치른 프란시스코 린도어, 매니 마차도, 트레버 스토리, 하비에르 바에즈 뿐이었다.

'거포 유격수'로 자리매김한 데용은 세인트루이스가 긴 역사에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프랜차이즈 스타 특급 유격수'가 되는 듯했다(팀의 전설인 로저스 혼스비는 유격수로 뛴 기간이 적었고 아지 스미스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출신이다). 데용은 타율이 높지 않고 선구안도 크게 뛰어나지는 않지만 파괴력을 가진 선수였고 성장의 여지가 커보였다. 세인트루이스는 2018시즌에 앞서 데용과 빠르게 6년 2,400만 달러의 팀 친화적 장기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019시즌은 데용의 처음이자 마지막 올스타 선정 시즌이 됐고 데용이 마지막으로 리그 평균 이상의 타격 생산성을 보인 시즌이 됐다.

데용은 단축시즌 OPS 0.671을 기록하며 추락했고 이후에는 부상에도 시달렸다. 2020-2022시즌 3년 동안 .196/.280/.351 28홈런 95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친 데용은 올시즌 7월까지 81경기 .233/.297/.412를 기록하며 다소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고 여름 이적 시장에서 트레이드로 토론토 블루제이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이적 후 13경기에서 44타수 3안타로 침묵한 뒤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방출됐고 이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지만 역시 부진해 9월 말 방출됐다.

2019시즌까지의 데용과 이후의 데용은 전혀 다른 선수였다. 원래 부족했던 정교함은 더 떨어졌고 역시 원래부터 부족했던 선구안은 더욱 나빠졌다. 여기에 가장 큰 강점이던 장타력까지 떨어진 데용은 타자로서는 큰 가치를 갖지 못하는 선수로 전락했다.

다만 야수로서는 아직 가치가 남아있다. 데뷔 초 다소 아쉬웠지만 2019시즌을 기점으로 발전한 수비력은 여전히 리그 평균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커리어의 거의 모든 시간을 유격수로 보낸 탓에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의 활용도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수비력을 가진 유격수는 분명히 가치가 있다.

화이트삭스가 데용을 장기적인 자원으로 생각하고 영입했을 가능성은 낮다. 화이트삭스는 팀 내 최고 유망주인 2002년생 유격수 콜슨 몽고메리의 데뷔를 기다리고 있다. TOP 100 유망주인 몽고메리는 올시즌을 더블A에서 마쳤고 뛰어난 타격 능력을 가진 선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여전히 성장 중인 선수인 만큼 몽고메리가 메이저리그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아주 뛰어난 모습을 보여 트리플A를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로 직행할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옵션은 아니지만 몽고메리가 빅리거로 안착할 때까지는 데용에게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이 기회를 잡고 반등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향후 다시 메이저리거로서 입지를 넓혀갈 수도 있다. 30세인 데용은 아직 아주 많은 나이는 아니다.

명문 구단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로 기대를 모았지만 짧은 선전 후 추락한 데용이 과연 새 팀에서 절치부심해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폴 데용)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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