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號 출범] KB금융 인사태풍… 허인·이동철 사임에 부회장직 폐지 수순
KB금융은 22일 지배구조 공시를 통해 허인 부회장과 이동철 부회장이 지난 21일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했다고 밝혔다. KB금융 측은 사임 배경에 대해 "일신상의 사유"라고 설명했다.
기존 임기는 오는 12월31일까지였다. 앞서 허 부회장과 이 부회장은 양종희 회장과 제 7대 KB금융 회장직을 두고 경합을 벌여왔다.
DGB금융은 올 9월 첫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어 차기 회장 후보 선정을 위한 경영승계 절차에 돌입했으며 이달 말 내·외부 후보군을 추려 다음달 말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확정할 계획이다. 숏리스트는 내년 1월 말~2월 중순 사이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양 회장의 경쟁자였던 두 명의 부회장이 자진 사임하면서 KB금융의 부회장 체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 그동안 KB금융은 양종희·허인 ·이동철 부회장의 3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일각에선 양 회장이 임기 3년의 회장으로 취임한 만큼 경영 승계를 위한 부회장 자리가 불필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회장직은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검증과 무대로 활용되는 만큼 양종희 회장처럼 임기를 새롭게 시작한 수장에게 계륵이 될 수 있단 평가에서다.
이에 양 회장이 부회장 체제를 폐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지만 두명의 부회장이 자진 사임하면서 양 회장 입장에선 부회장직을 직접 폐지하지 않고도 공석으로 남겨둘 수 있게 됐다.
KB금융 관계자는 "부회장직을 이어갈지 폐지할지에 대해 현재로선 정해진 바가 없다"며 "연말 인사와 직제개편을 단행할 때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양 회장은 올 9월 내정자 신분 당시 "향후 전반적인 파트너로 부회장직을 운영할지 고심 중"이라며 "부회장직은 승계 회장 후보군을 육성한다는 측면과 업무를 분장한다는 측면 등을 고려해 이사회와 협의하고 유지 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금융권의 관심은 KB금융의 총 11개 계열사 CEO(최고경영자)의 세대교체를 위해 대규모 쇄신이 이뤄질 지 여부에 쏠려 있다.
계열사 9곳의 CEO는 다음달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 양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계열사 수장을 교체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떠안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라는 말처럼 현재 CEO들이 윤종규 전 회장의 사람들인 점을 감안하면 양 회장의 사람들이 대거 등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핵심 계열사 수장인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을 필두로 비은행 계열사 중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황수남 KB캐피탈 대표,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 등이 12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양 회장은 안정보다 혁신 변화에 무게를 두는 만큼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초엔 계열사 CEO 인선 절차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다.
통상 KB금융은 계열사 대표의 임기를 기본 2년 보장하고 연임 시 추가로 1년씩 부여해왔다.
이재근 행장과 이창권 사장, 허상철 사장 등은 임기 2년을 부여받아 다음달 임기가 종료된다. 이환주 사장 역시 임기 2년이지만 만료는 2024년 12월까지다.
KB국민은행은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조85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0% 증가, 국내 은행 중 가장 높은 실적을 냈다. 이에 금융권은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다른 금융지주의 경우 신임 회장 취임시 행장이 교체된 사례가 있는 만큼 일각에선 은행장 교체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김기환 사장은 KB손보를 3년간 이끌어 김 대표의 재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KB캐피탈의 황수남 대표는 5년째 임기를 맡고 있다. KB캐피탈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589억원으로 전년 동기(2020억원) 대비 21% 급감했다.
조직개편도 다음달 일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양 회장이 그동안 손발을 맞춘 사람들을 요직에 둘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양 회장이 본격적으로 색깔내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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