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추가 도발시엔 나머지 '9·19합의' 효력도 정지"… 사실상 '폐지' 수순?

박응진 기자 2023. 11. 2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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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위반 반복해온 북한 "빠른 시간 내에 정찰위성 더 쏘겠다"
정부, '비행금지구역' 해제 이어 MDL 인근 군사훈련 재개할 듯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21일 오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정부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따른 대응 차원에서 22일 '9·19남북군사합의' 중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설정돼 있던 '비행금지구역'을 해제했다. 이 합의 제1조3항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나아가 정부는 이 합의 1조2항, 즉 MDL 기준 5㎞ 내 지역에 대한 '포병 사격 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FTX) 전면 중지' 조항의 효력을 정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북한의 추가 무력도발'이 해당 조항의 효력 정지 요건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지난 5년간 북한의 이 합의 위반 행위가 반복돼온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합의 폐기 수순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먼저 '9·19합의 무효'를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9·19 군사 분야 남북합의서'는 2018년 9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평양에서 개최한 정상회담을 계기로 채택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다.

이 합의서엔 남북한 간의 군사적 우발 충돌 방지 차원에서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남북한 접경지에 △비행금지구역과 △포병 사격 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금지 구역 △완충구역 등을 설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리 정부는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21일 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하자, 22일 오후 3시부로 9·19합의 내용 중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해제했다. 이로써 우리 군은 MDL 일대에서 무인기 등 공중자산을 이용한 대북 감시·정찰 활동을 다시 할 수 있게 됐다. 공중자산의 MDL 일대 비행훈련과 전방부대 순찰시 헬기 이용 또한 가능해졌다.

이에 더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후 KBS1라디오에 출연, "북한이 추가로 도발한다면 나머지 (9·19합의) 조항도 효력을 정지할 생각"이라며 이 합의 1조2항 내용을 언급했다.

국방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 또한 "북한의 추가 도발시엔 그 성격에 따라 9·19합의 효력 정지에 관한 추가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증강 등 여러 요소가 검토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K-9 자주포를 동원해 서북도서 순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2020.6.1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국방부 관계자들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이 이날 관영매체 보도를 통해 정찰위성 발사 '성공' 소식을 전하며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앞으로 빠른 기간 안에 수개의 정찰위성을 추가 발사해 남조선(남한) 지역과 공화국(북한) 무력의 작전상 관심지역에 대한 정찰능력을 계속 확보해갈 계획"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이 있다.

북한이 이번에 쏴 올린 정찰위성의 성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진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고 있으나, 공중 감시·정찰자산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북한이 그 '대안'으로 정찰위성을 택한 점을 감안할 때 "가급적 많은 수의 정찰위성을 운용함으로써 군사적 효용성 확대를 꾀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 경우 우리 정부는 신 장관 등이 밝혔듯, 그 '상응 조치' 차원에서 9·19합의 조항의 추가 효력 정지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9·19합의는 남북한이 서해 접경지 일대에서 포격 훈련을 금지하기로 한 '완충구역'을 바다로 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북도서 주둔 우리 해병대의 K-9 자주포 등 전력은 해상 사격훈련을 할 수 없게 됐으나, 북한군은 9·19합의 이후에도 황해도 내륙에서 110여차례에 걸쳐 포격 훈련을 해왔다고 한다.

따라서 북한이 앞으로 위성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완충구역' 해제 역시 우리 정부의 선택지 가운데 하나라 될 가능성이 있다. 이 역시 9·19합의 1조2항의 효력 정지에 해당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 11곳 시범적 철수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 9·19합의 사항 이행 조치도 그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는 이외에도 북한의 도발 수준·방법 등에 따라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전단 살포 등의 조치를 재개하는 방안 또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이날 9·19합의 일부 효력 정지 관련 브리핑에서 "이런 사태를 초래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정권에 있다"고 강조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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