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트먼 복귀로 끝난 오픈AI 사태... '안전이냐, 속도냐' 근본적 질문 남겼다
이사회 재편... 올트먼의 회사 장악력 커져
AI 개발 방향 둘러싼 철학 논쟁 수면 위로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이 오픈AI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다고 21일(현지시간) 직접 밝혔다. 지난 17일 이사회에 의해 CEO 자리에서 쫓겨난 지 나흘 만이다. '기습 해고→복귀설 제기→마이크로소프트(MS) 합류 발표→직원 90%의 연판장 서명(올트먼 복귀 요구)' 등 롤러코스터 같았던 오픈AI 사태로 전 세계 인공지능(AI) 업계가 발칵 뒤집어졌으나, 결국 '올트먼=오픈AI'라는 사실만 확인된 셈이다.
오픈AI 이사회는 재편된다. 올트먼 축출을 주도했던 멤버는 대부분 빠지고, AI 개발은 '안전성' 못지않게 '속도와 이익 창출'이 중요하다는 그의 철학을 공유하는 이들이 새롭게 합류한다. 올트먼의 회사 장악력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오픈AI 창업자이자 CEO를 내쫓았던 기존 이사회의 '쿠데타'도 4일 천하로 끝나게 됐다.
테크업계에선 '영리기업 MS의 오픈AI 흡수'라는, 어쩌면 인류에서 가장 위험할 뻔했던 시나리오를 일단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기술의 혜택과 눈부신 개발 속도에 가려 있던 AI 개발 철학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올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점도 이번 사태가 남긴 긍정적 유산이다.
이사회 대거 개편했지만... '올트먼 반대'도 남았다
올트먼은 이날 밤 자신의 엑스 계정을 통해 오픈AI CEO로 돌아가게 됐다는 소식을 공개했다. 그는 "새 이사회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의 지원으로, 저는 오픈AI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며칠간 제가 한 모든 일은 이 조직과 사명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인류 모두에 이익이 되는 안전한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이란 오픈AI의 목표를 되새기는 기회가 됐다는 뜻으로 읽힌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19일 'MS 합류' 발표로 물 건너간 듯했던 올트먼의 오픈AI 복귀 논의는 이날 오전 재개됐다. 전날 회사 임직원 중 90% 이상이 '올트먼을 CEO로 복귀시키지 않으면 우리도 MS로 가겠다'며 이사회를 압박한 영향이 컸다. 이사회와 올트먼 측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은 사실 자체가 합의에 이를 확률이 크게 높아졌다는 신호였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은 전했다.
최대 쟁점은 이사회 개편이었다. 올트먼은 자신을 축출한 이사진 전원 교체를 제1 조건으로 내걸었다. 교체 대상으로 지목된 이사 4명은 "새 이사회가 올트먼의 향후 행보에 대해 '의미 있는 감독'을 할 수 있다면 물러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올트먼이 중시하는 AI 개발 속도전을 견제할 안전장치만 확보된다면 그만두겠다는 뜻이었다.
결국 양측이 합의한 새 이사진엔 일단 △브렛 테일러 전 세일즈포스 공동 CEO(이사회 의장)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소셜 지식공유 플랫폼 '쿼라'의 애덤 디엔젤로 CEO 등 3명이 이름을 올렸다. 신임 의장이 된 테일러는 '인류에 혜택을 주는 AI를 개발하려면 이익 창출이 필요하다'는 올트먼의 철학을 잘 이해하는 인사다. 올트먼이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서머스 교수는 세계 최고 경제 석학으로 꼽히는 인물이고, 디엔젤로는 올트먼을 축출한 기존 이사 중 한 명이다. 이사회는 최대 9명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기존 이사회에는 들어가지 못했던 MS 측 인사와 올트먼 본인도 새 이사회 합류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올트먼에 우호적인 인물들이 이사회의 과반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픈AI의 상업성이 훨씬 짙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이달 초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발표했던 AI 챗봇용 장터 'GPT 스토어' 등 출시도 예정대로 이뤄질 전망이다.
"브레이크 없는 속도전, 최악 상황은 면해" 평가
결과적으로 오픈AI 드라마의 최종 승자는 장악력을 크게 키워 돌아온 올트먼이 됐다. 과거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복귀한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에 비견될 정도의 유명세를 얻었고, 직원들의 강한 지지도 확인했다.
업계에선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안도가 나온다. 오픈AI 출신들의 MS 합류는 업계 전반에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었다. MS는 주주 가치 극대화를 지상 목표로 삼는 영리 기업이다. 반면 오픈AI는 공익 목적의 비영리기업이 영리 목적 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MS가 오픈AI라는 최대 경쟁사를 사실상 흡수했더라면 이익만을 위해 브레이크 없이 내달릴 공산이 컸는데, 이를 방지했다는 이유다. 실리콘밸리의 한 투자 전문가는 "올트먼이 끝까지 오픈AI로 돌아가길 바란 건설립 당시 공익적 목적에 여전히 공감한다는 뜻"이라며 "충격적 축출에 이은 회사의 공중분해 위기까지 겪은 만큼 무조건적 속도전엔 나서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MS도 수혜자로 평가된다. 이사회에 참여해 오픈AI 경영에 개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날로 치열해지는 기술 개발 경쟁의 이면에 있던 '가치 갈등'을 주목하도록 했다는 의의도 있다. 기존 오픈AI 이사회의 쿠데타는 결국 실패했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로 AI를 개발하는 게 옳은가'란 근본적 질문을 부각시키는 데엔 성공했다는 뜻이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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