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못하면 KFC 보이콧이라도"…중동서 들끓는 '反유대 정서'

이집트·요르단 등 아랍인들, 서방 브랜드 불매운동
이집트 맥도날드, 전년 동기비 매출 최대 70% 감소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분쟁 이후 중동에서 반유대인 정서가 확산하며 중동에 진출한 서방 기업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2일(현지시간) 이집트, 요르단, 쿠웨이트와 모로코 등 아랍권 국가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공세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면서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이는 서방 기업 또는 이스라엘과 재정적으로 연계된 기업들이 보이콧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가 금지된 이집트에서는 보이콧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진다.

반유대 정서에 따른 매출 피해는 수치로도 확인이 가능한데, 익명의 이집트 맥도날드 본사 직원은 이집트 프랜차이즈 지점에서 지난 10~11월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최소 70%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집트의 스타벅스와 맥도날드의 공급업체인 TBS 홀딩의 공동 창업자인 사메 엘 사다트도 현지에서 수요가 약 50% 감소하거나 둔화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카이로에 거주하는 레햄 하메드(31)는 "이것이 전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보이콧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생각한다"면서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점과 일부 청소용품을 보이콧하고 있다고 전했다.

요르단에서는 불매운동을 지지하는 이들이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지점에 들어가 고객들을 회유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수도 암만에 있는 대형 슈퍼마켓의 계산원인 아마드 알자로는 "아무도 (서방) 제품을 사지 않는다"면서 대다수의 고객이 현지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웨이트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저녁께 스타벅스, 맥도날드, KFC 등 서방 체인 7개 지점에서는 매장에 손님이 텅텅 비어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모로코 수도 라바트 지점의 한 스타벅스 직원은 한주 사이 고객 수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반(反)이스라엘 국제운동인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에 반대하는 불매·투자철회·제재(BDS) 회원인 호삼 마흐무드는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 규모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아랍 거리에서든 국제적으로든 그 반응은 전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지난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등과 관계 정상화 협정인 '아브라함 협정'을 시작으로 아랍국들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미국의 중재 하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수교를 논의했지만,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이후 이스라엘과의 수교 협상을 중단하기로 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