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 140년 '안보' 키워드로 진화…"퀀텀 협력도 군사 전략"
합동훈련·해양 공동순찰·방산협력까지…"인·태 핵심 파트너 관계"
해상풍력·원전 중심 무탄소 협력…FTA 개선 협상도 명문화
(런던=연합뉴스) 안용수 이동환 기자 = 한국과 영국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리시 수낵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에 서명한 게 계기를 마련했다.
조선이 쇄국정책을 풀고 1883년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 지 140년 만에 이뤄진 변화다.
모두 13개 단락의 본문과 총 45개 과제의 이행계획으로 구성된 합의의 키워드는 '안보'로 압축된다.
국방·안보·방산협력 전방위 강화…사이버 안보 협력 별도 체결
양국은 우선 외교·국방 장관급 2+2 회의를 신설했다.
한국 정부가 이러한 장관급 회의를 설치하는 것은 미국·호주에 이어 영국이 세 번째다. 모두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서방권 핵심 국가다.
양국 군대는 상호 운용성을 증진하기 위한 합동 훈련도 확대한다.
아울러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핵 개발 자금 조달을 제안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를 이행하기 위해 해양 공동순찰도 시행한다.
직접적인 훈련과 작전의 공동 수행 등으로 합의의 실효성을 강조한 것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해양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해양안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영국의 해양상황인식(MDA) 프로그램에 한국 참여도 모색키로 했다.
방산 협력도 대폭 강화한다.
양국은 한영 국방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해 한영 국방협력 심화를 위한 포괄적이고 제도적인 틀을 발전시켜나가기로 합의했다. 공동 방산 장비 역량 개발을 위한 방산 파트너십도 추진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런던 현지 브리핑에서 "양국은 국방·안보 협력 강화를 통해 인도·태평양과 유럽, 글로벌 차원에서 핵심 파트너 관계를 공고히 구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국 정상은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도 별도로 체결했다.
파트너십은 양국의 3대 협력 분야로 '사이버 생태계 및 복원력 강화', '공동의 국제 이익 증진', '악의적 사이버 위협의 탐지·와해 및 억지'를 규정했다.
김 차장은 "미국에 이어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과 사이버 안보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가교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영국은 미국 주도의 기밀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에 속해있다. 또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당사국이기도 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결국 오커스와 파이브아이즈 국가들과의 다면적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병행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퀀텀 활용 군사기술' 협력하나…"목표는 국제안보 증진"
첨단과학기술 분야 협력도 대폭 강화한다. 이 또한 안보와 직결된다.
양국은 양자(퀀텀)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조치와 인력 교류, 표준화 노력을 통해 급변하는 기술환경에 적극 대응키로 했다
한영 디지털 파트너십을 출범시켜 반도체·인공지능·사이버 보안 등 우선 과제 전반에 걸친 협력도 촉진한다.
양국은 "인공지능 및 여타 신흥 기술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협력을 심화시켜나갈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국제안보를 증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AI·양자 협력 강화에는 군사전략적 목적도 깔려있다.
김 차장은 "AI와 디지털 기술을 퀀텀 활용 군사기술로 변환하게 되면 적 미사일의 발사를 좌절시키거나, 미사일 탄두의 추진과 분리 과정에 오작동을 유발하거나 그 궤적에 영향을 미쳐 목표 지점의 타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AI를 활용한 공동 비전을 발전시키고, 공동연구·정책공유·민간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 AI 분야 파트너십을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차기 '미니 화상 AI 안전성 정상회의' 공동개최 등 다자무대에서 인공지능에 관한 국제 거버넌스의 발전을 위해서도 협력키로 했다.
"한영 FTA, 야심찬 개선"…원전 전 주기에 걸친 협력 체계도
한영 FTA 강화를 위한 협상 개시도 명문화했다.
양국은 "기존 한영 FTA가 체결된 이후 무역정책이 변화해온 분야에서 기존의 합의사항들을 야심 찬 합의사항들로 개선하고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안보·기후위기·개발 이슈 등에 대한 양국 협력도 적시했다.
특히 원전·해상풍력을 중심으로 한 양국 간 무탄소 에너지 확산을 위한 노력을 결집시키기로 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양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넷제로 글로벌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체제의 탈탄소화 촉진 및 원전 3배 증가·글로벌 재생에너지 용량 3배 증가·글로벌 에너지 효율 2배 증가 등 목표 달성을 위한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국 정부와 민간 기업 간 원전 전 주기에 걸친 MOU를 체결해 원전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김 차장은 "지난 5월 한영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상호 전략적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새로운 합의를 도출키로 했고 그 결과물이 다우닝가 합의"라며 "국방·안 지금까지 합의해온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다우닝가' 합의'라는 명칭은 윤 대통령이 직접 구상해 영국 측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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