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의 승리도 없는 싸움 [광화문]

김주동 국제부장 2023. 11. 23.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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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타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21일 (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 군이 서안 지구 나블루스에 있는 발라타 난민 캠프로 진입하자 주민들이 돌을 던지며 시위를 하고 있다. 2023.11.22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미국은 이스라엘의 우방이다. 조 바이든 정부 들어선 양국 관계가 삐걱거려왔는데,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한 중대 상황에서도 양측 호흡은 일치하지 않는다. 미국 민심에도 변화가 있다.

지난 15일 공개된 로이터/입소스의 미국인들 대상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32%로 한 달 전 41%에서 감소했다. 16일 퀴니피악대 조사 결과는 더 극적이다. 18~34세 사이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동정심이 더 크다는 반응은 한달 새 26%에서 52%로 2배나 늘었다.

팔레스타인 지역 문제는 오래됐고 복잡하다. 강대국이 다른 나라를 점령하던 1915년 영국은 '맥마흔 선언'을 통해 아랍인들의 독립국 건설을 지지했다. 하지만 1917년에는 '밸푸어 선언'을 통해 나라 없는 유대인의 건국도 지지했다. 근본적인 모순이다.

2000년 전 조상이 살았던 곳으로 귀환을 원한 유대인들은 '시오니즘'을 내세워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건너왔다. 재력을 바탕으로 땅을 샀다. 유엔에 따르면 1917년 이 지역 내 유대인 비중은 9%, 보유 토지 면적은 2.5%였는데 1947년에는 인구 비중 32%, 땅 6.2%로 확대됐다. 영국은 이 문제를 유엔으로 넘겼고 1947년 유대인에 국토 56%를 주는 분할안이 승인됐다. 땅을 잃은 팔레스타인은 반발했고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을 선언했다.

이스라엘은 무력에서도 앞섰다. 팔레스타인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로 땅이 나뉘었으며, 아직 온전한 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가자는 바다를 접하고 있지만 봉쇄 상태다. 팔레스타인은 저항을, 이스라엘은 진압을 해왔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가 기습 공격했다. 민간인을 포함해 1300명가량의 사망자를 냈다. 명백한 잘못이다. 240명가량의 인질도 잡았다. 이스라엘 군인 1명과 팔레스타인인 1000명 이상을 맞교환 한 10여년 전 경험이 이런 행동을 부추겼을지 모른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를 하려는 데 대한 반발심도 반영됐을 것이다. 중동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지지를 표하고, 세계가 이 지역 문제에 다시 관심을 가지니 의도가 적중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를 하마스의 성공으로 평가할 수 없다. 하마스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무고한 자국민이 목숨을 잃는 상황을 만들고 이곳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이스라엘도 다소 고립된 싸움을 하고 있다. 가자에 대한 물·전기 공급을 끊고, 북부 주민들에게 24시간 이내 대피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병원 등 민간시설까지 공격해 다수 아동 포함 1만3000명 넘는 사망자를 내면서 국제 여론은 악화했다. 알시파 병원에서 군사 장비를 발견하고 터널 영상 등도 공개했지만, 당초 주장한 하마스 비밀기지는 찾지 못한 상황이다. 국내 인종 문제를 겪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스라엘과 외교를 끊으려 한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제거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스스로 밝히듯 "긴 싸움"이 될 것이고 민간인 피해는 더 늘어날 것이다. 하마스의 완전한 제거가 가능할지도 의문이고, 된다고 해도 이 지역에 평화가 온다는 보장이 없다. 무력을 통한 근본적 승리가 어렵다는 뜻이다.

미국, 중국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말하는 '두 국가 해법'이 현실적 대안일 수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갤럽의 올해 7~9월 조사 결과 팔레스타인인들의 양측 공존에 대한 지지도는 24%로 11년 새 35%포인트나 줄었다. 젊은층일수록 부정적인데 이번 사태로 여론은 더 나빠졌을 것이다. 이스라엘도 지난 2017년 조사에서 30%만 공존이 가능하다고 봤다.

양측은 22일 가까스로 임시 휴전에 합의했다. 나흘인데 연장 가능성도 있다. 이번 휴전이 국제사회의 지원 속에 방향 전환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주동 국제부장 news9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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