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정찰위성 발사 도운 러시아, 좌시하면 더 큰 위협 맞을 것

조선일보 2023. 11. 23.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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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1일 밤 군사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발사했다. 지난 5월과 8월 발사 땐 실패했지만 이번엔 일단 우주 공간까지 날려 보내는 데는 성공했다고 한다. 궤도에 정상 진입해 지상 기지국과 신호를 주고받는지가 확인돼야 최종적으로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일본에선 궤도 정상 진입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1·2차 발사 때에 비해 어느 정도 기술 진전을 이룬 것은 사실로 보인다. 국정원은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방장관도 “러시아 도움을 받아 로켓 엔진 문제점을 거의 해소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지난 9월 북·러 정상회담 때 예견됐다. 당시 회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탄약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가 북한 포탄을 지원받기 위해 어떤 대가를 제공 하느냐가 관심사였다. 푸틴은 북의 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래서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핵 개발에 따른 유엔 제재로 어떤 무기 거래도 할 수 없다. 위성 발사도 금지돼 있다. 이 제재는 러시아가 찬성해 채택된 것이다. 국제 평화 수호의 의무가 있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주권국을 침략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스스로 만든 유엔 결의를 다 위반하고 있다.

북한의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로켓 '천리마-1형'이 21일 밤 평북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솟아오르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심각한 것은 러시아가 우리 안보까지 심각하게 위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북 정찰위성은 극히 초보적인 것으로 군사적 효용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러시아의 도움을 계속 받게 되면 달라질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 포탄을 받고 위성만이 아니라 각종 무기체계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빠른 기간 안에 수 개의 정찰위성을 추가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의 숙원 사업은 무기 현대화다. 러시아가 북한 포탄에 목매는 상황이 길어지다 보면 최신 전투기나 방공 시스템을 제공하지 말란 법도 없다.

푸틴이 대북 지원을 공언한 데엔 한국을 얕잡아 본 측면도 있다. 한국이 러시아를 실질적으로 압박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봤을 것이다. 정부는 러시아의 생각이 틀렸음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가 러시아의 한국민 위협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미·일과의 군사협력을 더욱 강화해 러시아에 부담을 지워야 한다. 동해상에서 한·미·일 연합훈련의 강도와 빈도를 높이고, 점점 빈번해지는 러시아의 한·일 방공식별구역 무단 진입 시 한·미·일 공중 전력이 동시 출격해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대러시아 제재망에도 적극 참여해 실질적으로 러시아에 피해를 줘야 한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한국 안보를 계속 위협하면 특단의 대책도 불사해야 한다. 지금 이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행동하지 않으면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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