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제조업 미래 보여준 싱가포르 현대차 공장, 노조가 봐야
현대차그룹이 싱가포르에 연 ‘글로벌 혁신센터’란 이름의 공장은 미래의 자동차 공장 모습이 어떤지 보여준다. 이곳에선 컨베이어 벨트가 사라지고 ‘셀’이라 불리는 조립 룸에서 로봇과 사람이 협업해 다품종 차량을 생산한다. 차체와 부품 이동은 모두 로봇이 하고, 네 발로 걷는 로봇 개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조립 품질을 확인한다. 차량 생산에 투입된 근로자는 50명에 불과한 반면 로봇은 200대가 넘는다. 27개 셀 중에서 11곳은 사람이 한 명도 없고 로봇만 작업하는 공간이다. 이런 시스템으로 고객 개개인의 기호를 반영한 맞춤형 차량을 연간 최대 3만 대 생산할 수 있다. 현대차는 똑같은 쌍둥이 공장을 인터넷 공간에 지었다. 이 ‘메타버스 공장’을 통해 한국에 앉아 싱가포르 공장 설비를 제어할 수 있다.
현대차 싱가포르의 ‘스마트 팩토리’는 혁신의 한계에 부닥친 한국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고 있다. 경쟁국들도 스마트 팩토리가 향후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자원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일본의 ‘커넥티드 인더스트리’, 중국의 ‘중국 제조 2025′는 스마트 팩토리에 기반을 둔 제조업 경쟁력 강화 정책들이다.
스마트 팩토리의 성패는 현대차 싱가포르 공장에서 보듯 AI, 로봇,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최첨단 기술 경쟁력이 좌우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교육 품질과 노동 문화로는 스마트 팩토리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이 보유한 AI 전문 인력은 2500명으로 글로벌 인재 풀의 0.5%에 불과하다. 첨단 기술 인력을 공급해야 할 대학은 철밥통 교수들의 저항에 가로막혀 학과 정원 조정도 못하고 있다. 국민 70%가 대학을 가지만 대졸자들의 컴퓨터 활용 능력, 수리력은 경쟁국들보다 훨씬 뒤처진다.
노동 시장은 경쟁국 중 가장 경직적이고 낙후돼있다. 낡은 호봉제 탓에 생산성이 떨어지는 장년 근로자가 동일 노동 청년 근로자보다 2~3배 많은 연봉을 받는다. 노동법 규제의 보호를 받는 대기업 노조들은 기득권 철밥통을 끌어안고 툭하면 파업하며 정치 투쟁을 벌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가 닥쳤는데 과거에 머물러 있는 교육·노동 시스템으로는 스마트 팩토리 시대의 경쟁을 이겨낼 수 없다. 노조가 저항하고 개혁을 하지 않으면 기업은 스마트 공장을 해외에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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