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드빚 돌려막기,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신용 취약층
고금리에 자영업자와 서민 자금난이 심해지면서 카드 돌려막기로 버티는 신용 취약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 10월 신용카드 9개 사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1조4903억원으로, 1년 전보다 47.5% 급증했다. 대환대출이란 카드 빚을 못 갚고 연체한 사람이 카드사로부터 상환 자금을 다시 빌리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빚 갚을 능력이 하락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3건 이상 대출을 받은 다중 채무자의 금융기관 대출 잔액도 6월 말 744조원으로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다중 채무자 연체율도 1년 전(0.75%)보다 2배 이상 뛰어 1.78%로 높아졌다. 3분기 말 현재 전업 카드사 7곳의 평균 연체율 역시 1년 전보다 0.6%포인트 높아진 1.67%에 달한다. 연체율이 2%를 넘어 위험 수위에 접어든 카드사도 3곳이나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용 취약자들이 이용하던 대부업체들은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9월 상위 69개 대부업체의 신규 대출액은 1년 전보다 66% 감소했다. 대형 대부업체 중엔 1년간 신규 신용 대출을 아예 중단한 곳도 있다.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로 묶여있는데 시중금리가 급격히 높아지자 대출을 해줄수록 손해가 난다며 신규 대출을 거의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은 제도권에서 밀려나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대부업체 이용자 120만명 중 80% 정도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고금리 덕분에 은행들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이익을 많이 내는 반면, 신용도가 중간 이하인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던 2·3금융권은 곳곳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금융 당국과 은행이 서민 금융을 활성화하는 등의 상생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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