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드빚 돌려막기,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신용 취약층

조선일보 2023. 11. 23.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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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시내 거리에 카드론 광고 스티커가 붙어있다. /뉴스1

고금리에 자영업자와 서민 자금난이 심해지면서 카드 돌려막기로 버티는 신용 취약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 10월 신용카드 9개 사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1조4903억원으로, 1년 전보다 47.5% 급증했다. 대환대출이란 카드 빚을 못 갚고 연체한 사람이 카드사로부터 상환 자금을 다시 빌리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빚 갚을 능력이 하락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3건 이상 대출을 받은 다중 채무자의 금융기관 대출 잔액도 6월 말 744조원으로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다중 채무자 연체율도 1년 전(0.75%)보다 2배 이상 뛰어 1.78%로 높아졌다. 3분기 말 현재 전업 카드사 7곳의 평균 연체율 역시 1년 전보다 0.6%포인트 높아진 1.67%에 달한다. 연체율이 2%를 넘어 위험 수위에 접어든 카드사도 3곳이나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용 취약자들이 이용하던 대부업체들은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9월 상위 69개 대부업체의 신규 대출액은 1년 전보다 66% 감소했다. 대형 대부업체 중엔 1년간 신규 신용 대출을 아예 중단한 곳도 있다.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로 묶여있는데 시중금리가 급격히 높아지자 대출을 해줄수록 손해가 난다며 신규 대출을 거의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은 제도권에서 밀려나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대부업체 이용자 120만명 중 80% 정도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고금리 덕분에 은행들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이익을 많이 내는 반면, 신용도가 중간 이하인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던 2·3금융권은 곳곳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금융 당국과 은행이 서민 금융을 활성화하는 등의 상생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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