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것 같아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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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 승전보가 반갑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1일 중국 광둥성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중국팀을 3-0으로 눌렀다.
"선수들과 같이 이겨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승점 3점을 딸 수 있어서 매우 기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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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 승전보가 반갑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1일 중국 광둥성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중국팀을 3-0으로 눌렀다.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2차전이다. 대표팀 기둥 손흥민이 2골 1도움으로 펄펄 날았다. 경기 전 상대가 숨도 못 쉬게 해주겠다는 다짐을 실현했다. 자랑스러운 손흥민의 인터뷰가 빠질 수 없다. “선수들과 같이 이겨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손흥민이 넣은 2골 가운데 두 번째 골은 그와 차세대 기둥 이강인의 합작품이어서 더욱 빛났다. 전반 45분, 이강인이 오른쪽 코너에서 차올린 공을 손흥민이 머리로 방향만 바꿔 득점했다. 4만 여 중국 관중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강인은 경기 후 말했다. “승점 3점을 딸 수 있어서 매우 기쁜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실력과 인성을 고루 갖췄다. 태극마크를 향한 자부심, 국가를 위한 헌신이 느껴진다. 그런데, 두 사람 육성을 들으며 아쉬운 점이 생겼다. 왜 “좋았습니다, 기뻐요” 하지 않고 “같습니다, 같아요” 할까. 두 사람을 탓하자는 게 아니다. 이런 언어 습관이 우리 생활에 뿌리 깊다는 사실이 마뜩잖다는 이야기다.
“‘것 같다’는 추측을 나타냅니다. 자신의 감정을 나타낼 때는 ‘것 같다’를 쓰지 않아야 합니다.” 부산대학교 인공지능연구실이 운영하는 ‘우리말배움터’에 있는 설명이다. ‘사고가 난 것 같다’거나, ‘비가 올 것 같다’처럼 추측하는 말에는 쓸 수 있으나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말하면서 ‘좋은 것 같아요’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우리말과 글을 지키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남용 사례가 너무 많다. 방송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부작용, 제역할을 못하는 언어 교육, 무의식적인 잘못된 습관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중첩된 결과다. ‘것 같아요’는 그 가운데 하나다. 말과 글에서 인격과 사고의 깊이가 드러난다. 우리 사회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가다듬어야 한다.
지난 17일 ‘햇귀’ ‘봄기’ ‘윤슬’ ‘웃비’ 등 아름다운 우리말 기념우표가 나왔다. 자연과 우리말이 함께 어우러진 삽화로 각 단어를 표현해 앙증맞다. 한 주가 지나서야 우표 16장짜리 한 세트를 사서 살펴보며 든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 ‘어린놈’ ‘암컷’ 등 시정잡배나 쓰는 말이 오가는 정치권도 반성이 필요하다. 우리말 우표에 등장하는 네 단어의 뜻 찾아보기와 ‘것 같아요’란 표현 줄이기를 정치권이 먼저 실천해야 하지 싶다.
정상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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