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英, 외교·국방 '2+2 장관회의' 신설 … AI·퀀텀 협력 강화
尹·수낵 '다우닝가 합의' 서명
파이브아이즈 동맹국들과
사이버 안보 협력 강화
워킹홀리데이 4천명 확대
재생에너지도 광폭협력
英기업, 1.5조원 韓 투자
비즈니스포럼 기업인 총출동
MOU 37건…원전 9건 포함
한국과 영국이 양국 외교·국방장관이 함께하는 '2+2 회의'를 신설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한국은 미국과 호주 두 나라와 이 같은 회의체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영국이 세 번째가 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을 통해 국방·방산 분야 협력을 '동맹' 수준에 가깝게 대폭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윤 대통령은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사이버 안보협력에 관한 문서를 채택하며 '파이브아이즈(Five Eyes)' 국가와의 네트워크를 넓혔다. 파이브아이즈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미권 5개국의 정보기관 협력체다.
22일 오후(현지시간) 윤 대통령과 수낵 총리는 영국 런던 총리 관저에서 만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DSA)'에 서명했다. DSA는 한영 정상회담이 이뤄진 총리 관저의 별칭에서 차용됐으며, 13개 단락으로 나뉜 본문과 45개 과제로 이뤄진 이행 계획으로 구성됐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다우닝가 합의는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모든 협력 분야가 망라됐다"며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새로운 양국 관계를 위한 청사진과 나침반이 종합적으로 제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외교관계 수립 140주년을 맞이해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관계를 격상했다. 2013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방문했을 때 '포괄적·창조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바 있다.
이날 양국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과 글로벌 차원의 국방·방산 협력에 힘을 실었다. 외교·국방 2+2 장관급 회의를 신설하는 한편 양국 군대 간에 상호 운용성을 높이기 위해 합동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해양안보와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을 위한 해양 공동순찰도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 윤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을 체결한 점도 눈에 띈다. 양국 정상은 "사이버 협력은 한영 관계의 필수적 기둥"이라고 강조하며 "대한민국과 영국 정부는 개방되고 자유로우며 평화롭고 안전하고, 국제법을 준수하며 경제 성장을 위한 기회를 극대화하는 사이버 공간 환경을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이 같은 행보는 한영 양국에 각각 '혈맹'으로 여겨지는 미국과의 3각 협력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외교가 일각에선 영국이 한국과의 관계 발전을 영·일동맹 수준으로 격상하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차장은 "이번 문서로 지난번 미국에 이어 파이브아이즈 국가들과의 사이버 안보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가교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존 파이브아이즈나 오커스(AUKUS)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한국이 새로운 회원국이 돼서 어떤 가시적인 제도를 만드는 것은 인위적인 목표"라며 당장 한국이 '정보 동맹'의 일원이 될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오커스는 미국, 영국, 호주 간 3각 동맹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오커스와 파이브아이즈 회원국들과 양자 관계를 크게 확장하고 있다"며 "우리가 영국, 호주 등과 정보 교환, 사이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결국 파이브아이즈 국가들과 다면적인 네트워크가 병행적으로 발전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양국은 인공지능(AI), 양자 분야 협력 강화에도 합의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AI와 디지털 기술을 퀀텀을 활용한 군사기술로 변환하게 되면 적의 미사일 발사 시도를 좌절시키거나, 미사일 궤적에 영향을 미쳐 타격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청년 인적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내년부터 워킹홀리데이 참가자의 연령 상한선을 30세에서 35세로 상향 조정한다. 대상 인원도 1000명에서 5000명 규모로 대폭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김 차장은 "인적 교류 확대는 양국 국민에게 실질적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영국 기업 코리오와 BP가 총 1조5000억원 상당의 국내 투자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영국 그린인베스트먼트그룹(GIG) 해상 풍력 개발 전문기업인 코리오는 현재 부산, 울산, 전남 등 전국에 총 2.9기가와트(GW) 규모 8개 해상 풍력 발전단지를 개발하고 있다. 영국 최대 에너지 기업 BP는 남해안 지역에서 개발 중인 해상 풍력 발전단지 관련 투자를 신고했다.
산업부는 이들 기업의 투자로 타워 구조물, 터빈, 전력 케이블 등 풍력 발전에 필요한 핵심 기자재 국내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발전단지 유지·보수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더해 양국은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해각서(MOU)를 다수 체결하며 경제 및 과학기술 협력체제를 공고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이 참석한 한영 비즈니스 포럼에서 총 37건(정부 간 6건, 기업 및 기관 간 31건)의 MOU가 체결됐다. 이 중엔 원자력 발전의 전 주기에 걸친 양국 간 협력 MOU 9건이 포함돼 주목을 끌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효성중공업·경동나비엔 등 한국 기업이 영국 기업과 약 2700억원 규모의 수출 수주계약을 체결했다.
한영 최고과학자 과학기술미래포럼에서도 양국 간 과학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안이 모색됐다. 한국 정부와 영국 정부는 내년부터 3년간 총 450만파운드(약 73억원) 규모의 공동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런던 박윤균 기자 / 서울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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