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 마약이 경각심 무너뜨려… 청소년 교육시기 앞당겨 중독 막아야”

최훈진 기자 2023. 11. 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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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로 찾아가는 ‘마약 예방 교육’
청소년 사범 작년보다 3배로 급증… 드라마 속 자주 등장해 호기심 자극
주변에서 마약해도 범죄 인식 못해… 그릇된 정보 접하기 전에 알려주고
ADHD-다이어트 약 오남용 막아야… 마약 교육 교재-인력 등 보완 시급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 수험생들이 20일 서울 양천구 영상고 강당에서 마약류 남용 예방교육을 받고 있다. 영상고 제공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후 서울의 103개 고등학교가 수험생을 대상으로 마약 오남용 예방 교육을 실시한다. 마약에 관한 정확한 정보와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청소년 마약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 3∼7월 검거된 10대 마약사범은 561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179명)의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학교로 직접 찾아가는 마약 예방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본부 소속 마약류 예방·재활교육 전문 이미숙 강사(50·사진)로부터 청소년 마약 실태와 예방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 미디어 통해 마약류 노출 많아져

―현장에서 체감하는 청소년 마약 실태는….

“마약류 중독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낮다. 주위에서 마약 하는 친구를 봐도 그게 범죄라고 인식하지 못할 정도다. 통상 청소년 마약 중독은 ‘실험적-사회적-도구적-습관적-강박적’ 5단계로 구분되는데, 경각심이 낮으면 ‘실험적 중독’으로 진입하는 첫발을 떼기가 쉬워진다.

―유명 연예인 마약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청소년 마약 사범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전에 비해 마약류에 대한 노출이 너무 늘었다. 학교 교육을 나가 보면 노래 가사에 특정 약 이름이 나와 궁금해 그걸 찾아봤다는 학생들이 많다. 어떤 학생은 약을 하면 실제 노래 가사에서 묘사된 상태가 되는지 알고 싶었다고 하더라. 최근 ‘힘쎈여자 강남순’ ‘하이쿠키’ 등 마약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 방영돼 화제가 됐다. 문제는 이런 대중문화 콘텐츠들이 마약을 하면 힘이 세지고, 집중이 잘되는 것처럼 청소년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는 점이다. 청소년 마약 사범 급증의 또 다른 요인 중 하나는 마약류로 분류돼 있는 식욕억제제 등의 오남용이다. 고등학생도 병원에 가 처방받을 수 있는 데다, 초등학생까지 이를 인터넷으로 구입하는데 법 체계가 이를 걸러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 ADHD·다이어트 약 오남용 막아야

―청소년 마약 범죄를 예방할 방법은….

“마약류 예방 교육 시기를 좀 앞당길 필요가 있다. 성 교육도 용어를 순화해서 이제는 유치원 때부터 하듯 말이다. 청소년 시기 온라인을 통해 마약류에 잘못 노출되기 전에 미리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금은 청소년을 비롯해 전 연령대가 마약 관련 교육을 받을 기회 자체가 너무 제한적이다. 학교나 지역아동센터에서 단체로 교육을 신청해 듣게 하는 것 외에는 마약 예방 교육을 받을 방법이 거의 없다. 물론 가정에서의 노력도 필요하다. 고카페인 음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약, 다이어트 약은 중독성 약물이다. 자녀에게 이를 권하거나 병원에서 무분별하게 처방받아선 안 된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육에선 무엇을 가르치나.

“마약 중독의 폐해와 실상을 다양한 실제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마약 중독은 종합적인 질병을 유발하는데도 대부분의 청소년이 마약이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지 거의 모르고 있다. 주변에서 마약을 하더라도 범죄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호기심에 손을 댄다. 수능이 끝난 후 마약이 합법인 나라로 여행을 가 마약을 한 경우 국내에 들어오면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라는 사실도 주지시킨다. 마약 중독을 벗어나기 위해 상담이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도 안내하고 있다.”

● 친구가 마약 권하면 단호하게 거절해야

―마약 중독 회복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마약 중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엔 마약을 하기 쉽게 만드는 주변 환경이나 사람을 차단하고, 일상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해나가야 한다. 마약을 한 번이라도 경험하면 힘들고 우울한 기분이 들 때 마약을 하고 싶은 갈망과 충동이 생긴다. 이걸 참으면 화가 나고 갈등을 일으키기 쉬운데, 그걸 다스리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작업이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가정과 사회에서의 응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제2차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2024∼2028)에 따르면 17개 시도에 청소년 마약 중독자 치유 지원을 위한 중독재활센터가 설치된다.

―마약 중독 예방을 위해 제도적으로 보완될 부분은….

“마약 예방 교육과 교육에 필요한 교재, 인력 등이 모두 많이 부족하다. 학교 보건교사를 대상으로 마약 예방 교육 교재가 제작된 적은 있지만 일반인 대상 교재는 없다. 기존에 교육부에서 약물 오남용 교육을 해왔는데, 주로 술 담배만 언급했다. 마약은 이름조차 언급하지 못했다. 그러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올해부터 마약류 오남용 교육이 시작된 것이다. 청소년이 마약류를 접하기 쉬운 엔터테인먼트 업계 등에서는 교육이 의무화될 필요도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청소년기 심리적 특징 중 하나가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거나 특별해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 수단이 마약이 되어서는 안 된다. 친구가 마약을 권할 때 이를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 ‘한 번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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