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49] Nothing you can take from me was ever worth keepin’
매년 열두 구역에서 소위 조공인이라고 하는 아이를 한 명씩 뽑아 경기장에 몰아넣고 한 명만 남을 때까지 사투를 벌이게 하는 게임. 현대 문명이 멸망하고 가까스로 살아남아 번성한 국가 ‘판엠’이 주최하는 ‘헝거 게임’이다. 올해 추첨식에서 뽑힌 12구역의 조공인은 루시 그레이 베어드. 두려움에 떠는 다른 구역 아이들과 달리 추첨식 단상에 올라 노래를 시작한다. “내 역사를 빼앗을 순 없어. 내 웃음을 빼앗진 못해(You can’t take my history. Can’t take my humor).” 영화 ‘헝거 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The Hunger Games: The Ballad of Songbirds & Snakes∙2023∙사진)’의 한 장면이다.
판엠의 수도 캐피톨의 지도층은 반란을 일으켰던 열두 구역에 대한 경고로 매년 ‘헝거 게임’을 주최하고 승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한다. 캐피톨은 ‘헝거 게임’을 중계하며 관심을 유도하지만 시민들의 관심이 점점 떨어지자 조공인에게 캐피톨의 상류층 우수 학생을 멘토로 붙이고 유흥적인 면을 부각하려 노력한다.
몰락한 귀족 가문의 코리올라누스 스노우(톰 블라이스 분)는 루시 그레이(레이첼 지글러 분)의 멘토가 되어 루시 그레이를 우승시키고 가문의 중흥을 도모하려 한다. 스노우의 무기는 명문가의 자긍심이다. “눈은 꼭대기에 내려앉는 법이야(Snow lands on top).” 항상 정상을 추구하는 이 오만함이 이제 그에겐 절박함의 동의어나 다름없어졌다. 열두 구역 조공인 중에서도 유난히 나약해 보이던 루시 그레이는 노래 속에 숨겼던 강인함을 서서히 드러내고 큰 소리로 순순히 당하지 않겠노라 외친다. “너희에게 뺏긴 건 무의미한 것들뿐(Nothing you can take from me was ever worth keep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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