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동네 폭설 와도 이 곳에 안오면 첫 눈이 아니라고?

조유미 기자 2023. 11. 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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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 가보니

22일 찾은 서울 종로구 송월동의 기상관측소 앞마당에는 손바닥만 한 물그릇이 놓여 있었다. 이 그릇 물이 처음 얼면 ‘서울 첫 얼음’으로 기록된다. 올해 서울 첫 얼음은 지난 8일 얼었다. 당시 서울 최저기온은 1.8도였지만 물이 얼었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날 “예보상 기온은 지표에서 1.2~1.5m 높은 곳에서 측정하지만 (얼음 측정용) 물그릇은 땅에 두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8일 이곳의 지표 부근 기온은 영하 3.3도였다.

이 나무에 단풍이 들면 서울 첫 단풍 - 22일 서울 종로구 송월동 서울기상관측소에서 김용범 소장이 단풍 관측목을 바라보고 있다. 수령 120년으로, 이 나무의 상태를 기준으로 서울에서 첫 단풍이 시작하는 날과 절정인 날을 결정한다. /조유미 기자

이날 관측소의 10m 높이 단풍나무는 붉게 타고 있었다. 서울의 단풍을 측정하는 ‘계절목’이다. 120년쯤 됐다. 관측소 관계자는 “이 나무로 서울의 첫 단풍과 절정기를 잡는다”고 밝혔다. 올해 서울의 첫 단풍 시점은 지난달 19일이었고 절정의 시작은 지난 16일이었다. 관측소에는 60년 된 왕벚나무도 있다. 내년 봄 서울의 ‘첫 벚꽃’ 소식은 이 왕벚나무가 알린다. 이곳에선 서울의 계절을 알리는 진달래와 개나리, 복숭아, 배나무, 은행나무 등도 자란다. 송월동 기상관측소는 서울의 첫 눈, 첫 얼음, 첫 개화, 첫 단풍 등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이런 유인 기상관측소는 전국에 23곳이 있다.

지난 17일 오전 11시 25분 송월동에 눈이 내려 올해 서울 ‘첫 눈’으로 기록됐다. 평년보다 3일, 작년보다 12일 빠르다. 옆 동네인 서울 중구에 폭설이 쏟아져도 송월동에 눈이 오지 않으면 첫 눈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김용범 서울기상관측소 소장은 “눈송이는 바람에 쉽게 날리기 때문에 서해상에서 눈이 내려도 서울까지 날아올 수 있다”며 “눈 예보가 있는 날이면 24시간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17일 첫 눈이 예보되자 관측 요원 2명은 새벽부터 5분 간격으로 밖으로 나가 “눈이 빠질 만큼” 하늘을 쳐다봤다고 한다. 관측 요원 총 4명이 해발 86m 관측소에서 24시간 교대 근무하며 서울의 하늘과 땅을 본다.

김용범 서울기상관측소 소장이 백엽상 안에 설치한 온도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조유미 기자

김용범 소장은 하늘을 쳐다보며 “지금은 비교적 낮게 깔리는 ‘하층운’이 고도 1000m 전후 높이로 하늘의 50~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고도계(高度計)로 측정한 이 시점의 구름 높이는 919m였다. 눈으로 측정한 값과 큰 차이가 없었다. 관측 요원들은 매 시각 50분이 되면 구름 정도와 높이 등을 보고서로 기록한다.

서울에서 ‘한강이 얼었다’의 기준은 한강대교 2~4번 교각 아래, 상류 100m 지점 강물이 남북으로 모두 얼어붙었을 때로 잡는다. 한강대교가 서울을 지나는 한강의 중간이기 때문이다. 여의도의 벚꽃 개화는 국회 북문 건너편 118~120번 벚나무에 세 송이 이상 꽃이 필 때다. 전북 고창 선운사 동백 개화는 대웅전 뒤 동백나무 군락의 맨 앞줄 다섯 그루에 세 송이 이상 꽃이 폈을 때를 말한다.

올겨울 전국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포근할 확률이 높다. 과거 한강은 12월에 어는 날이 많았는데 최근엔 1월 10일쯤에 언다고 한다. 기후변화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김 소장은 “한곳에서 꾸준히 기상 상황을 기록하는 일을 하며 서울의 기후변화를 체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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