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동네 폭설 와도 이 곳에 안오면 첫 눈이 아니라고?
22일 찾은 서울 종로구 송월동의 기상관측소 앞마당에는 손바닥만 한 물그릇이 놓여 있었다. 이 그릇 물이 처음 얼면 ‘서울 첫 얼음’으로 기록된다. 올해 서울 첫 얼음은 지난 8일 얼었다. 당시 서울 최저기온은 1.8도였지만 물이 얼었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날 “예보상 기온은 지표에서 1.2~1.5m 높은 곳에서 측정하지만 (얼음 측정용) 물그릇은 땅에 두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8일 이곳의 지표 부근 기온은 영하 3.3도였다.
이날 관측소의 10m 높이 단풍나무는 붉게 타고 있었다. 서울의 단풍을 측정하는 ‘계절목’이다. 120년쯤 됐다. 관측소 관계자는 “이 나무로 서울의 첫 단풍과 절정기를 잡는다”고 밝혔다. 올해 서울의 첫 단풍 시점은 지난달 19일이었고 절정의 시작은 지난 16일이었다. 관측소에는 60년 된 왕벚나무도 있다. 내년 봄 서울의 ‘첫 벚꽃’ 소식은 이 왕벚나무가 알린다. 이곳에선 서울의 계절을 알리는 진달래와 개나리, 복숭아, 배나무, 은행나무 등도 자란다. 송월동 기상관측소는 서울의 첫 눈, 첫 얼음, 첫 개화, 첫 단풍 등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이런 유인 기상관측소는 전국에 23곳이 있다.
지난 17일 오전 11시 25분 송월동에 눈이 내려 올해 서울 ‘첫 눈’으로 기록됐다. 평년보다 3일, 작년보다 12일 빠르다. 옆 동네인 서울 중구에 폭설이 쏟아져도 송월동에 눈이 오지 않으면 첫 눈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김용범 서울기상관측소 소장은 “눈송이는 바람에 쉽게 날리기 때문에 서해상에서 눈이 내려도 서울까지 날아올 수 있다”며 “눈 예보가 있는 날이면 24시간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17일 첫 눈이 예보되자 관측 요원 2명은 새벽부터 5분 간격으로 밖으로 나가 “눈이 빠질 만큼” 하늘을 쳐다봤다고 한다. 관측 요원 총 4명이 해발 86m 관측소에서 24시간 교대 근무하며 서울의 하늘과 땅을 본다.
김용범 소장은 하늘을 쳐다보며 “지금은 비교적 낮게 깔리는 ‘하층운’이 고도 1000m 전후 높이로 하늘의 50~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고도계(高度計)로 측정한 이 시점의 구름 높이는 919m였다. 눈으로 측정한 값과 큰 차이가 없었다. 관측 요원들은 매 시각 50분이 되면 구름 정도와 높이 등을 보고서로 기록한다.
서울에서 ‘한강이 얼었다’의 기준은 한강대교 2~4번 교각 아래, 상류 100m 지점 강물이 남북으로 모두 얼어붙었을 때로 잡는다. 한강대교가 서울을 지나는 한강의 중간이기 때문이다. 여의도의 벚꽃 개화는 국회 북문 건너편 118~120번 벚나무에 세 송이 이상 꽃이 필 때다. 전북 고창 선운사 동백 개화는 대웅전 뒤 동백나무 군락의 맨 앞줄 다섯 그루에 세 송이 이상 꽃이 폈을 때를 말한다.
올겨울 전국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포근할 확률이 높다. 과거 한강은 12월에 어는 날이 많았는데 최근엔 1월 10일쯤에 언다고 한다. 기후변화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김 소장은 “한곳에서 꾸준히 기상 상황을 기록하는 일을 하며 서울의 기후변화를 체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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