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도부, 혁신안 4개중 1개만 수용… ‘실패한 1인쇼’ 되나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3일로 임명된 지 한 달이 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3일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이후 당 수습을 위한 ‘구원투수’로 인 위원장을 임명했다. 정치권에서는 “변화에 대한 기대를 보여줬다”는 평가와 함께 “실패한 1인 예능쇼”라는 비판도 나온다.
인요한 혁신위는 한 달간 이준석 전 대표 등의 징계 철회, 친윤·중진 험지 출마, 비례대표 당선권에 청년 50% 할당, 용산 참모들의 전략공천 배제 등 4개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 중 지도부는 이 전 대표 징계 철회만 의결했다. 나머지는 공천 관련 사안이라며 다음 달 발족될 공천관리위원회에 넘겼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혁신을 위한 악착 같은 노력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며 “혁신안의 수용 여부도 중요하지만 우리 당이 가야 할 비전을 제시했고 여당에도 혁신 에너지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했다.
실제 인 위원장은 기존 정치인들의 ‘여의도 문법’과는 다른 개인기로 한 달간 정치권 이슈의 중심에 섰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국민이 집권 여당에 바라는 정치 개혁을 인 위원장이 잘 표현했다. 80점은 된다”며 “이만큼 국민의힘이 국민 시선을 집중시키고 언론 조명을 받은 적이 있었나. 한 달간 민주당 이슈가 다 죽었다”고 했다. 윤희석 대변인은 “’희생과 헌신’이라는 우리 당이 나아가야 할 공천의 큰 방향을 설정했다는 점이 도드라진다. B+ 정도는 돼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동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권을 주겠다”던 김기현 지도부가 혁신위에 호응하지 않은 점이 우선 거론된다. 혁신위가 희생을 요구한 ‘친윤·중진’들의 화답도 없었다. 한 의원은 “결국 지도부가 기득권이라는 점만 확인된 것”이라며 “이제는 혁신 재료가 다 떨어졌고 인 위원장의 파격 발언 효과도 더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인 위원장 스스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한계를 설정한 점은 주요 패착으로 꼽힌다. 혁신위를 만든 이유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원인인 수직적 당정 관계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인 위원장은 ‘월권하지 않겠다’면서 대통령을 혁신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것이다. 인 위원장은 대통령을 인터뷰에서 ‘나랏님’이라고 불러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인 위원장이 그만두시는 게 혁신”이란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주 인 위원장은 “수능(16일)만 지나고 다음 주가 되면 압박 강도를 높이겠다. 별소리를 다할지 모른다”고 했지만, 17일 김기현 대표와 단독 면담 이후 기세가 꺾였다는 평가가 많다. 여권 관계자는 “지도부가 혁신위에 ‘속도 조절’을 요구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12월 초 정기 국회가 끝나는 시점에 혁신위가 자진 해산으로 충격 요법을 가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혁신위 임기는 12월 24일까지 두 달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지난 전당대회를 이끌었던)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의 수명이 다했다는 게 여론인데 혁신위가 역량 부족으로 이를 관철하지 못한다면 플랜B로 전환해야 한다”며 “도저히 안 되겠다고 혁신위가 조기 해산하면 전권을 준 김기현 체제는 붕괴된다. 반대로 혁신위가 현 지도부는 보여주지 못한 변화를 이뤄내 결국 성공하더라도 김기현 체제는 흔들린다”고 했다. 인요한 혁신위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귀결점은 현 지도부의 존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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