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무형문화재 소멸 위기, 도·의회 나서야
케이팝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연일 뜨거운 가운데, 최근 BTS의 멤버 RM의 화보에 이색적인 소품이 등장했다. 세계인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은 소품은 궁중장식화 중 하나인 요지연도, 괴목평상, 전통한옥에 치는 발인 신렴 등 전통공예품으로, 놀라운 사실은 해당 공예품은 무형문화재 보유자 등 전승자가 직접 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대중문화, 나아가 한류를 이끄는 K컬처의 저변에 든든히 맥을 이어오고 있는 전통문화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무형문화재는 여러 세대에 걸쳐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져 오는 문화유산을 일컫는다. ‘인간문화재’라는 용어를 통해 널리 알려진 무형문화재는 문화재 중에서도 특별하다. 고정된 형태를 가진 대부분의 문화재와 달리 무형문화재는 고정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어가는 사람이 향유하는 방식에 맞춰 변화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예부터 우리의 삶과 함께 전승돼 온 무형문화재는 후대에 물려줘야 할 유산임에도 보유자 대부분이 이미 고령인 상황에서 생활 여건의 변화, 생계 문제, 사회적 관심 저하 등으로 전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명맥이 끊길 위기에 직면해 있다.
붓털의 부드러움에 매료됐던 소년은, 하루 서너 시간 쪽잠을 자며 전통 붓 제조 방식을 고수해 어느덧 팔순이 넘은 붓 만드는 장인이 됐다. 그러나 기계로 찍어낸 저가 상품의 물량 공세에 장인의 작품은 설 곳을 잃었고 전수 후계자들도 하나둘 떠난 상황에서 머지않아 이 장인의 예술혼마저 끊길 위기에 놓인 것이다.
그간 경기도의 전통과 역사성을 이어왔을 뿐 아니라 유형문화재 보존에도 크게 기여해온 경기도무형문화재는 70개로 그중 옹기장, 양태장, 생칠장, 화각장 등 4개 종목은 보유자가 없고 전승자가 부재한 종목은 22개다.
경기도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와 전승교육사는 도에서 매월 각각 140만원, 60만원을 받지만 최저시급을 고려했을 땐 턱없이 부족하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더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무형문화재는 세대교체가 시급한 상황에 더해 불규칙한 수익으로 젊은 전승자에게 외면받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무형문화재를 지킬 수 있는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보유자에 대한 지위 향상, 전승자에 대한 처우개선, 대중문화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지원 정책만이 무형문화재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이제라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생계 걱정 없이 예술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 또 전수자가 없어 명맥이 끊긴 종목들의 숨은 보유자를 찾아 복원에도 힘쓰고, 무형문화재 관련 홍보를 위한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인지도를 높이고 더욱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
지금이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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