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쌀값, 유통구조가 문제다

경기일보 2023. 11. 23. 03: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겸 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생산지의 쌀값 하락이 심상치 않다. 풍악을 울리며 풍년가를 불러야 할 수확의 계절에 농민들은 냉랭한 논두렁에 앉아 깊은 한숨만 몰아쉬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약 368만t으로 전년 대비 2.1%(약 8만t) 감소했음에도 산지 쌀값은 하향곡선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공공비축미인 산물벼를 전량 매입하겠다고 지난 8일 발표했지만 백약이 무효다. 산지 쌀값은 80㎏ 한 가마 기준으로 2021년 21만9천원, 2022년 18만6천원, 금년 역시 18만~20만원을 밑돌고 있다.

현재 산지 쌀값을 1㎏으로 환산할 경우 커피 반잔 값인 약 2천250원으로 4인 가족이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어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 된다. 문제는 금년의 경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5%이며 해마다 모든 물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농기계, 비료, 농약 등 농자재값은 20~30% 급등하고 있음에도 유독 산지 쌀값은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가마당 쌀 생산원가의 적자 폭이 커짐으로써 농가 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산지 쌀값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유통체계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지도 단속이 소홀한 틈을 타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은 무소불위 갑질 마케팅을 휘두르고 있다. 생산 농민에게는 저가의 납품을 강요하고 소비자에게는 폭리를 취함으로써 농협과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마트만 살찌우는 유통체계가 돼 버린 것이다.

예컨대 농민들은 생산된 벼를 RPC에 쌀로 환산해 80㎏ 쌀 한 가마당 18만원 남짓한 가격으로 납품하고 RPC에서는 벼를 도정 포장해 도매시장 등 대형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 넘긴다. 문제는 이들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이 약 25만원, 심지어 그럴싸한 특정 지역명의 브랜드와 포장으로 약 39만원까지 팔고 있다는 점이다.

쌀 소매시장을 교란시키며 무려 30~80%의 마진율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등골을 빼 먹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민은 농가부채에 허덕이며 대대손손 지키며 살아온 문전옥답이 한순간에 농협 경매로 넘어가는 등 고단한 삶을 연명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얼마 전 “직급별로 현장에 달려가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현재의 유통구조를 실사 확인해 온라인 쇼핑몰과 대형마트의 폭리를 적극적으로 제재하고 대처한다면 생산자인 농민들은 쌀값을 좀 더 높이 받을 수 있고 소비자는 낮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벼꽃은 아침 일찍 피어 1~2시간 후 바로 진다.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면 볼 수 없다. 벼꽃을 보려면 새벽에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야만 한다. 평생을 겸손의 미덕으로 제 자식 돌보듯 부지런히 농사를 짓고 살아 온 농민에게 선물은 못 줄망정 눈물로 보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정부 당국을 알아야 할 것이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