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낡은 전선에 가연성 천장… 시장 화재 방심이 부른다
이제 곧 본격 추위가 닥칠 것이다. 겨울철 잊을만하면 시장에서 큰불이 나곤 한다. 인천에서도 2017년 소래포구 어시장이 불길에 휩싸였다. 지난 3월에는 한밤중에 인천 동구의 현대시장에서 점포 47개를 태운 불이 났다. 방화로 인한 불이라 이곳 상인들은 보험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여전히 생업이 흔들리고 있다.
전통시장은 화재에 취약하다. 소규모 노후 점포들이 밀집해 있고 가연성 물질도 많다. 미로와 같은 통로라 화재 진압도 쉽지 않다. 겨울철이면 난방을 각자 해결해야 해 불 쓸 일이 더 많아진다. 그런데 현대시장 화재를 겪고서도 인천 전통시장들의 화재 예방 조치는 별 나아진 것이 없다고 한다.
최근 경기일보가 인천 전통시장들을 돌아봤다. 장을 보러 온 한 시민 말처럼 ‘언제 불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미추홀구의 석바위시장에는 아케이드가 불에 잘 타는 소재 그대로였다. 가게에서 내놓은 매대들이 소방차 진입로를 가로막고 있었고 소화기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해 있었다. 부평구 부평종합시장에는 가게마다 먼지 쌓인 낡은 전선들이 뒤엉켜 있었다. 그 전선 옆으로는 불에 타기 쉬운 박스 등이 쌓여 있고.
인천에는 모두 51곳의 전통시장이 있다. 이 중 22곳(43%) 시장의 아케이드는 여전히 폴리카보네이트(PC) 등 불에 잘 타는 소재다. 지난 3월 동구 현대시장 대형 화재 때 가연성 소재 아케이드가 화재를 키운 것으로 지목받았다. 하지만 이후 전통시장의 아케이드 소재가 불연성 소재로 바뀐 곳은 한 곳도 없다고 한다. 인천시는 지난 2019년부터 ‘전통시장 화재알림시설 설치 사업’을 해왔다. 화재 발생 시 자동으로 소방서에 신고하는 장치다. 아직도 절반에 가까운 25곳(49%) 시장에는 설치하지 못한 상태다. 인천시는 전통시장의 노후전선 정비 사업에도 나서 있다. 이 역시 현재 14곳(27%) 시장에 대해서만 사업을 마친 상태다.
가연성 소재 아케이드 교체와 노후전선 정비 사업은 시장상인회가 비용의 10%를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상인들이 소극적이어서 교체 사업이 더딘 측면도 있다고 한다. 인천시가 올해 초 난연성 소재 아케이드 교체에 대한 수요 조사를 했다. 이 때도 신청한 시장이 단 한 곳도 없었다. 가연성 소재 아케이드는 인천뿐 아니라 전국의 시장에서도 교체가 시급하다. 화재를 더 크게 키우기 때문이다. 노후 전선은 시장 화재의 단골 발화 지점이다. 전통시장들이 비용 부담을 느낀다면 군·구에서도 지원을 보탤 일이다. 상인회에서도 화재 예방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생계 터전인 가게에 화마가 덮친 이후의 후회는 뒤늦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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