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도내 3기 신도시 사업, SH가 왜 끼어드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3기 신도시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SH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공주택지구 중 구리 토평2를 비롯해 기존 3기 신도시 중 광명 시흥, 과천, 남양주 왕숙2, 하남 교산 등의 개발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3기 신도시 사업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잇따라 터진 직원 땅 투기와 철근 누락 사태로 휘청거리는 사이 SH가 빈틈을 파고드는 모양새다. 김헌동 SH 사장은 “정부에서 추진 중인 공공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달성하려면 LH나 경기주택도시공사(GH)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사업 참여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고 있다.
3기 신도시 90% 이상이 경기도에 공급된다. SH가 권역을 넘어 경기도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건 자치권 침해다. GH가 발끈하는 게 당연하다. 김세용 GH 사장은 “SH의 3기 신도시 참여 요청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생뚱맞게 끼어들어 명분도 없고 합리적으로 이해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현행 지방자치법과 지방공기업법에 따르면 지자체가 설치·경영하는 공기업은 ‘주민의 복리증진’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때 ‘주민’은 해당 지자체의 관할 구역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사람이다. SH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만큼 서울시에서 서울시민을 위한 사업만 하면 된다. 왜 경기도 관내 사업에 숟가락을 얹으려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과천, 하남 교산, 광명 시흥, 남양주 왕숙 등 먼저 발표된 3기 신도시는 LH와 GH의 참여 지분과 사업 구조가 이미 정해졌다. LH 지분이 70∼80%가량이다. 지분을 조정하고 경기도에서 주택사업을 하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단 경기도와 GH가 동의해야 하는데 반대 입장이 확고하다.
국토부는 SH가 다른 지자체에서 사업을 하는 게 지방자치법·지방공기업법에 위반되는지 행정안전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사업 승인이 안 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SH의 영역 확장을 결정한다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경기도는 물론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의 승인을 받는 것부터 난관이다. 신도시 조성사업은 최소 수조원의 초기 비용을 빚을 내 조달한 뒤, 이를 15~20년에 걸쳐 회수하는 구조다. 토지보상과 관련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인 데다 분양가도 민간 사업자들처럼 높게 받을 수 없어 적자 위험성이 크다.
지난해 말 기준 SH의 부채비율은 185% 수준이다. 3기 신도시 사업에 참여하면 부채 비율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SH 입장에선 서울에서 개발할 택지가 없어 사업 확장이 필요한 상황일지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권역을 넘어 경기도 사업에 기웃거리는 건 말이 안 된다. SH는 서울에서의 주택 공급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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