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건너뛰었던 9·19 합의… 효력정지 결정도 국무회의만 거치면 돼

김은중 기자 2023. 11. 2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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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정상화 시동]
한덕수 국무총리가 22일 열린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이미 예고돼 있던 만큼 우리 정부의 맞대응 절차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정찰위성 발사 보고를 받은 것은 찰스 3세 국왕이 주최한 오찬에 참석하고 있을 때였다. 윤 대통령은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면서 의회 연설을 마친 뒤 현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주관했다. 런던과 서울의 안보 부서 관계자들이 화상으로 참여한 가운데 ‘9·19 남북 군사 합의서’ 1조 3항(비행금지구역 설정)의 효력 정지를 결정했고,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발표했다. 이어 22일 오전 8시에 소집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임시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결정을 심의·의결했다. 북한의 잇단 도발로 9·19 합의가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됐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최대한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것이다.

통상 군사 합의가 국회 동의를 얻어 체결됐거나 국회 비준을 거친 경우 효력 정지를 위해선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북한과 9·19 합의를 체결하며 “별도의 중대한 재정적 부담이 없고 원칙과 방향을 담은 선언적 합의”라며 국회 절차를 건너뛰었다. 이 때문에 국무회의 의결과 북한에 대한 통보 만으로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날 “남북 간 상호 신뢰 회복될 때까지 효력을 일부 정지한다”고 했다. 9·19 합의 ‘전체 파기’가 아닌 일부 조항에 대한 효력 정지이고, 북한이 하기에 따라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모든 것이 북한의 도발에서 비롯된 만큼 현 시점에서는 압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외교 당국도 미국·일본과의 조율 아래 북한과 북·러 군사 협력을 겨냥한 독자 제재, 유엔 안보리 논의 같은 대응 조치에 착수했다.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역할을 견인하기 위해 26일쯤 부산에서 개최가 유력한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때 이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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