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위성 궤도안착, ICBM 기술 진전… “괌 美기지 촬영” 주장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2023. 11. 2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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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1일 밤 기습 발사한 우주발사체(천리마-1형)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 분리와 추진 기관 등 주요 기술이 똑같다.

우주발사체의 최상단부에 위성이 아닌 핵탄두를 싣고, 재진입 기술만 확보하면 핵타격용 ICBM으로 전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3∼5m 수준으로 낮지만 한미 주요 군 기지 동향과 괌과 주일미군 기지에서 미 전략자산의 전개 여부 등을 제한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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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정찰위성 발사]
北 ICBM+정찰능력 새 위협
위성발사체에 탄두 끼우면 ICBM… 화성-17형 정상각 발사시험 성격도
北, 美전략자산 정탐의지 드러내… 한국군 움직임도 파악 가능해져
김정은 흰머리… 러시아 기술자 추정 인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발사를 지켜본 뒤 환호하고 있다. 옆머리와 앞머리 일부에 선명하게 흰머리가 보인다(위 사진). 김 위원장이 발사 현장에서 기술자 100여 명과 찍은 단체 사진에 외국인 기술자가 보인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21일 밤 기습 발사한 우주발사체(천리마-1형)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 분리와 추진 기관 등 주요 기술이 똑같다. 우주발사체의 최상단부에 위성이 아닌 핵탄두를 싣고, 재진입 기술만 확보하면 핵타격용 ICBM으로 전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위성발사체의 탑재체를 탄두로 갈아 끼우면 ICBM이 되는 셈”이라며 “러시아가 발사체와 정찰위성 기술을 전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북한 정찰위성인 만리경-1호가 정상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이 향후 다수의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려서 지금껏 갖지 못했던 우주 정찰감시능력을 확보할 경우 한미를 겨냥한 핵타격 위협은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러 지원에 성공, ICBM 성능 개량 활용할 것”

북한이 쏜 천리마-1형은 화성-15·17형과 같은 백두산 액체연료 추진체를 사용한다. 이번 발사가 화성-15·17형의 정상각도 발사 테스트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은 그간 모든 ICBM을 고각(高角)으로만 쐈다. 올해에도 화성-15·17형 각 1차례, 화성-18형 고체연료 ICBM 2차례 등 4차례 모두 고각 발사였다. 고각 발사로는 재진입 기술과 최대 사거리 등을 구현하기 힘들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 발사로 확보한 비행 데이터와 기술적 제원 등을 화성-15·17형의 성능 개량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발표한 대로 향후 다수의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릴 경우 한미를 겨냥한 우주 감시 위협은 더 심각해지게 된다. 군 당국자는 “이번에 쏜 ‘만리경-1호’의 해상도가 낮다고 해도 한미에 절대 열세였던 우주 감시능력 확보를 시도한 점에서 과소평가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북한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3∼5m 수준으로 낮지만 한미 주요 군 기지 동향과 괌과 주일미군 기지에서 미 전략자산의 전개 여부 등을 제한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유사시 전술핵으로 대남 동시 타격을 노리는 북한으로선 정찰위성으로 한미 전력의 개략적 움직임만 파악해도 성공이라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북한이 러시아 지원을 받아 고해상도 광학장비가 장착된 정찰위성을 개발해 10기 이상 배치할 경우 한미의 주요 군사 활동을 거의 실시간으로 염탐할 수 있게 된다. 군 당국자는 “향후 북한이 한미를 겨냥한 핵미사일과 다수의 고성능 정찰위성을 통합 운용하게 되면 미국의 확장억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北, 美 전략자산 발진기지 첫 촬영 주장

북한은 이날 만리경-1호가 처음 촬영한 괌 앤더슨 공군기지와 아프라항의 항공우주사진을 전송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봤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위성 사진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앤더슨 기지는 최근 한국에 연이어 출격한 B-52 전략폭격기 등의 주요 발진기지다. 아프라항은 적국의 핵 공격 시 가공할 핵 보복에 나서는 미 전략핵잠수함(SSBN)의 주요 기항지다. 만리경-1호의 최우선 임무가 유사시 한반도로 투입되는 미 전략자산의 동향 염탐이라는 점을 노골적으로 위협한 것.

하지만 군내에선 의문을 제기한다. 군 고위 소식통은 “정찰위성이 발사 하루 만에 자세 제어 등 성능 검증이 안 된 채로 특정 지역을 촬영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하다”고 말했다. 위성이 궤도 진입 시 위성 자체가 회전하는 ‘텀블링(공중제비)’이 발생하면 지구 궤도를 불안정하게 돌다가 점차 하강해 대기권 내로 들어와 타버리게 된다. 북한이 2012, 2016년에 각각 쏜 광명성 3, 4호도 이런 상황에 부닥쳤고, 올해 9월과 7월 각각 대기권 내로 들어와 소멸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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