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 읊은 찰스 3세, 셰익스피어로 화답한 尹

런던/김동하 기자 2023. 11. 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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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英국빈 방문] 버킹엄궁서 국빈 만찬
21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찰스 3세 국왕 환영사에 답사를 하고있다./ AFP 연합뉴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찰스 3세 국왕)

“영국 나의 벗이여, 영원히 늙지 않으리라.”(윤석열 대통령)

21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찰스 3세 국왕은 윤동주 시인의 ‘바람이 불어’ 한 구절을 영어로 낭송하며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환영했다. 찰스 3세는 한국어로 “위하여!”라고 외치며 건배도 제의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정형시) 104번의 한 구절을 인용해 영어 건배사로 화답했다. 올해 수교 140주년을 맞은 양국 정상이 상대국 문호의 시를 인용해 존중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찰스 3세는 윤동주 시인 시구를 영어로 낭송하고서 “한국이 어리둥절할 정도로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그 와중에도 자아감을 보존하고 있음은 한국의 해방 직전에 불행히도 작고하신 시인 윤동주가 예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찰스 3세는 그러면서 “전후의 참담한 상황을 딛고 일어난 대한민국 국민들은 기적을 이뤘다”고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한국과 영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피를 나눈 혈맹의 동지”라며 “우리가 미래를 위해 함께하지 못할 일이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1950년 우리가 공산 침략을 받아 국운이 백척간두에 섰을 때 약 8만1000여 명의 영국 병사들이 한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머나먼 길을 달려왔다”며 “오늘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고, 참전 용사들과 만나면서 양국의 우정이 피로 맺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새겼다”고도 했다.

찰스 3세와 윤 대통령은 상대국의 문화예술적 자산을 언급하며 존중의 뜻을 나타냈다. 찰스 3세는 “영국에 대니 보일이 있다면 한국에는 봉준호가 있고, 제임스 본드에는 오징어 게임이 있으며, 비틀스의 렛잇비에는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비틀스와 퀸, 그리고 엘턴 존에게 열광했다”며 “최근에는 한국의 BTS, 블랙핑크가 영국인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했다.

만찬에는 블랙핑크 멤버 4명(제니·지수·리사·로제)이 모두 참석했다. 블랙핑크는 2021년 영국이 의장국이었던 ‘COP 26(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홍보대사였다. 찰스 3세는 이날 블랙핑크 멤버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전 세계인들에게 환경적 지속 가능성 메시지를 전달해줘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또 “불행하게도 제가 그 옛날 서울에 갔을 때는 강남 스타일이라 할 만한 것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 같다”고 해 좌중에서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한국 재계 인사들도 함께했다. 영국에서는 리시 수낙 총리 부부와 윌리엄 왕세자 부부, 앤 공주, 데이비드 캐머런 외교장관 등 140여 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영국 의회에서 17분에 걸쳐 영어로 연설했다. 존 맥폴 상원 의장, 린지 호일 하원 의장 등 45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윤 대통령 연설이 끝나자 영국 의원 전원이 기립해 30초간 박수를 보냈다. 맥폴 상원 의장은 연설이 끝나자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국빈 방미 때 만찬에서 불렀던 ‘아메리칸 파이’를 언급하며 “오늘은 노래를 못 들어서 아쉽다”고 농담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미소를 지었고 연설회장에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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