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침묵하더니… 등떠밀리듯 입장낸 민주당 여성 의원들 [기자수첩]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암컷이 설쳐” 발언을 했던 지난 19일 민형배 의원 출판기념회 현장엔 강민정·양정숙 의원을 비롯한 8명의 의원이 있었다. 최 전 의원의 암컷 발언에 연단에 있던 김용민·민형배 의원은 웃음을 터트렸고, 청중석에서도 박수와 웃음 소리가 나왔지만 제지하는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최 전 의원의 여성 비하 논란이 당을 흔들자 지도부 인사들은 연이어 ‘대리 사과’를 하며 진압에 나섰다. 그러나 논란이 불거진 사흘 내내 정작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침묵을 지켰다. 21일 밤 민주당 의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선 최 전 의원 발언을 두고 설전이 벌어졌으나, 여성 의원들은 참전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고위원 7명 가운데 4명이 여성이지만 비판 메시지를 낸 인사는 없었다.
여성 의원들이 침묵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당 전국여성위원회는 22일 “최 전 의원의 비판이 누구를 향하건 간에, 여성 혐오와 여성 비하가 내포된 발언”이라며 “강력히 유감을 표하며, 최 전 의원의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이 성명서는 당 지도부가 이날 최고위에서 최 전 의원에 대한 비상 징계(당원 자격 정지 6개월)를 발표한 지 2시간여 만에 나왔다. 최 전 의원 발언 논란으로 지탄받고 있을 때 침묵하다가 당 지침이 내려오자 등 떠밀려 성명을 냈다는 비판이 나왔다.
오히려 전국여성위원장인 이재정 의원은 최 전 의원 발언을 비판한 의원들을 겨냥해 “단체방 내용이 언론에 새어 나간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며 반발했다고 한다. 최 전 의원 발언이 나온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던 의원 대다수도 “입장을 내기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의원들의 이런 동료 의원 감싸기 행태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부르며 2차 가해를 한 기억을 소환한다. 2021년 재·보궐선거 직후 젊은 초선 5명이 박원순·오거돈 성 추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강성 당원들의 ‘문자 폭탄’을 맞고 조기 진압됐다. 당시 ‘초선 5적’으로 찍힌 한 의원은 “그때로 돌아간다면 안 하겠다. 선배 의원들의 빈축만 샀다”고 했다. 실제 개딸들은 당 지도부의 최 전 의원 징계 결정에 대해 “왜 비명(비이재명) 의원들의 막말은 건들지 않고 최 전 의원만 징계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최 전 의원이 동료 의원들의 공격에서 자유로운 것은 이런 학습 효과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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