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망 협력 제도화 추진… 내년 경제금융대화 발족 [尹대통령 영국 국빈방문]
원산지기준 등 시장접근 개선
디지털 규범 정립 국제공조
내년 1월 반도체 협력 협상
윤석열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직접 서명한 다우닝가 합의는 13개 단락의 본문과 총 45개 과제의 이행계획으로 구성됐다. 본문이 양국 관계 발전의 기본원칙과 방향을 제시한 청사진이라면 3대 협력분야(안보·경제·지속가능한 미래)로 짜인 이행계획은 나침반 역할을 맡게 된다.
■한영 FTA 개선협상 시작
다우닝가 합의 내용 가운데서도 양국은 규칙 기반 국제무역 체제를 지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강력한 국제적 파트너십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따라서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개선협상을 개시하기로 했다.
영국은 브렉시트 결정 이후 한·유럽연합(EU) FTA 당사국에서 제외돼 한국과 무역관계를 규율할 규범체계가 필요했다. 이에 양국은 FTA 개선협상을 통해 급한 불을 끔과 동시에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환경에 공동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한영 FTA 개선협상을 통해 한국은 △시장접근 개선 △디지털 통상규범 정립 △공급망 협력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우선 시장접근 개선 분야에서 한국은 전기차 등의 수출이 보다 용이해지도록 한국 산업 현실에 맞는 완화된 원산지기준을 도입하고, 고속철도 등 정부 조달시장을 개방하는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50여년 전 체결된 투자보장협정을 보완할 수 있는 투자규범도 반영, 한국 기업들의 상호투자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양국은 높은 수준의 디지털 통상규범 정립에도 나설 계획이다. 양국 간 자유로운 데이터 이전 문제뿐만 아니라 이에 기반한 신산업 창출을 위한 협력 메커니즘, 나아가 디지털 규범 정립을 위한 국제공조 방안도 논의할 방침이다.
공급망 협력도 강화한다. 양국은 FTA 개선협상을 바탕으로 정책사례 공유,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통관절차 간소화 등 공급망 협력의 제도화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영국 기업통상부는 이를 위해 이날 첫 장관급 공급망 대화를 개최해 세부 공조방안을 논의했다. 영국 과학혁신기술부와는 양자, 다자 차원의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위한 한영 반도체 협력 프레임워크도 체결했다. 양국의 1차 공식 협상은 내년 1월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英과 금융협력 초석 마련
양국은 다우닝가 합의를 통해 금융협력을 위한 초석도 다졌다. 우선 기획재정부와 영국 재무부는 내년 한영 경제금융대화를 발족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거시경제 안정, 재정정책과 금융시장, 경제안보 등 다양한 이슈를 폭넓게 논의해 높아진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경제안보 리스크에 공동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기재부와 영국 기업통상부는 전략적 투자협력 채널도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다. 양국 정부 간 채널을 통해 양국에 투자 또는 진출하는 기업과 금융기관에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애로요인을 해소함으로써 양국 기업과 금융기관의 투자와 상호진출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영국 기업통상부는 한국 금융기관을 직접 접촉해 작성한 한국 금융기관의 영국 투자계획도 발표했다. 영국 언론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 기간 한국 기업들은 그린에너지와 인프라 사업 등에 210억파운드(약 34조원)를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한국 금융기관들도 영국에 대한 투자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금융기관들의 영국 투자는 금융산업의 글로벌 시장 확대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정부의 공인 아래 한국 금융기관들이 주요 협력 파트너로 본격 참여하면서 자금조달과 포트폴리오 다각화, 한국 기업의 수출과 해외진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투자계획은 정부 간 지원시스템을 구축해 투자의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는 특징도 있다. 한국 금융기관들은 영국의 시장여건과 투자제안에 대해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받아 더 안정적 수익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는 한국 금융시장 선진화에도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한국 외환시장 거래시간을 런던시장까지 연장했는데, 한국 금융기관들의 영국시장 투자 확대와 함께 런던 소재 은행과 증권사들의 한국 외환시장 참여 확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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