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AI로 과학기술 연구생산성을 높이자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 2023. 11. 23.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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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에 등장한 '챗(Chat)GPT'는 우리 일상과 경제·사회 전반에 지각변동을 가져왔고 전 세계가 AI(인공지능)의 잠재력과 위험요인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AI 인 사이언스(AI in Science): 도전, 기회 그리고 연구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통해 AI가 과학기술 연구생산성 저하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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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

지난해 11월에 등장한 '챗(Chat)GPT'는 우리 일상과 경제·사회 전반에 지각변동을 가져왔고 전 세계가 AI(인공지능)의 잠재력과 위험요인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얼마 전 영국 주도로 개최된 'AI안전정상회의'(AI Safety Summit)에는 28개국 대표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오픈AI 등 기업이 참여해 안전한 AI 이용방법을 전 세계가 함께 모색하자는 '블레츨리선언'(Bletchley Declaration)을 채택했다.

AI는 때로 무제한적이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허위정보 확산, 프라이버시 침해, 편향적 정보제공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AI가 도출한 창의적 결과는 게임 체인저로서 전방위로 활용될 수 있으며 이는 과학기술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혁신을 통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등 우리의 역사를 변화시켰으나 과학기술의 연구생산성에 대한 우리의 지식에는 빈틈이 많고 예전에는 생각지 못한 새로운 문제들도 등장한다.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2년마다 2배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연구자 수가 초기에 비해 18배 증가했고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등의 경제성 문제로 인해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제약산업에는 무어(Moore)의 영문철자를 거꾸로 표기한 '이룸의 법칙'(Eroom's Law)이 있는데 이는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비 10억달러당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되는 신약의 수가 9년마다 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학기술 연구생산성 저하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AI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AI 인 사이언스(AI in Science): 도전, 기회 그리고 연구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통해 AI가 과학기술 연구생산성 저하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AI와 로봇시스템의 결합은 실험실의 자동화 수준을 향상해 연구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다. AI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추출하고 수집해 완벽히 처리할 수 있으며 가설검정과 연구설계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최적화한다. 또한 AI를 통한 방대한 분석은 기존 문헌에 존재했지만 인식하지 못한 지식을 발견하거나 기존 지식간 관계를 파악해 새로운 지식과 관점을 생성할 수 있게 해준다. 최근 AI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자연어 처리뿐만 아니라 표, 그림, 프로그래밍코드 등 비자연어 형태의 정보도 분석이 가능해졌다. 다양한 외부정보를 수집, 처리, 통합해 과학적 주장을 검증하는 도구로 활용하거나 새로운 방식의 분석을 통해 정보의 질을 향상하고 국민이 과학에 관심을 두고 참여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 또한 많은 연구자의 협업을 요구하는 대규모 국제공동연구나 융복합연구에서 AI는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핵심역할을 할 수 있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획일적 AI 이용으로 인한 연구다양성 감소, 데이터의 정확도 및 신뢰도에 따른 서비스 품질 차이, 편향되고 파편화한 정보활용으로 인한 왜곡된 분석결과 제공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따라서 과학기술 연구현장에서 AI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AI 활용을 통한 연구생산성 제고라는 중장기 비전과 로드맵을 수립하고 AI윤리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연구자들에게 명확한 방향과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나라 연구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로컬GPT, 프라이빗(Private)GPT, 한국어 기반의 LLM(대규모 언어모델) 개발 및 보급을 촉진하는 한편 AI 시대의 연구생산성 측정을 위한 지표와 평가도구도 개발해야 한다. 정부와 과학기술계가 지혜를 모아 AI를 활용한 과학기술 연구생산성 제고를 적극적으로 도모해나가기를 기대한다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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